고전적 조건형성

1. 설명
2. 실험 개요
3. 추가 연구들
4. 대중매체

1. 설명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가 한 널리 알려진 실험, "파블로프의 개"를 통해 알려진 학습.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러니 잘 알아두도록 하자.

본래 처음부터 파블로프가 "반사"(reflex)에 대해 연구한 것은 아니다. 그는 처음에는 동물의 타액분비를 기록하고 있었고, 그 중에서도 특히 개의 침샘에서 나오는 침의 분비량에 관심이 많았다. 사실 파블로프 외에도 예컨대 무릎 반사와도 같은 것은 당대 생리학계에 꽤 연구되고 있었으며 한 연구자는 심지어 독자적으로 조건반사를 발견하기 직전까지 갔었다![1]

그가 파블로프보다 앞서 조건반사를 발견했다면 역사에 이름을 길이 남겼겠지만, 그 과정이 꽤 웃지 못할 정도. 당초 미국의 명망 없던 한 대학원생이었던 에드윈 트윗마이어(E.B.Twitmyer)는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소속의 학생으로서 1902년에 무릎 반사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그가 실수로 고무 망치를 떨어뜨리자 실험 참가자의 다리가 쑥 올라갔던 것! 조건반사가 발견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지만 정작 이 대학원생이 1904년 미국심리학회에서 그것을 발표하던 때가 너무 좋지 않았다. 앞서 발표자로 선 한 석학이 오전 시간을 한참 오버해서 발표하는 바람에 이미 점심시간이 지난 상태였고, 머릿속에 점심식사가 어른거리는 참석자들은 고픈 배만 문지르면서 저 새파란 학생 발표는 언제 끝나나 애를 태우고 있었다고.[2] 여하튼 이러한 일들이 지나가고 나서 파블로프가 비로소 일개 군부대급 규모의 조수들을 동원해서 조건반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

우선 애완견에게 먹이를 안 주고 종소리만 울려 본 결과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그 후 애완견에게 먹이를 줄 때마다 작은 종을 울려서 소리를 냈다. 이것을 오랫동안 계속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에는 먹이도 주지 않고 종만 울려 봤는데 여기에 낚인 개는 처음에 무반응이었을 때와는 달리 주인이 먹이를 주는 줄 알고 침을 질질 흘렸다. 이렇게 해서 파블로프는 조건반사를 발견하게 되었다. 학자들은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이라 불리게 되는 이 현상에 열광하였고, 훗날 스키너에 의해 "조작적 조건형성"(operant conditioning)이 주창되면서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된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한지는 적어도 환경 적응적인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 많다. 앞으로 닥쳐올 일에 대한 기대감 혹은 불안감에 의해, 유기체가 향후에 벌어질 일을 나름대로 예측하고 대비하려는 것이라는 얘기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불문하고. 그러나 공포나 혐오 등의 정서가 개입된 조건형성은 오히려 부적응적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사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이고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남을 파블로프의 개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무언가를 할만큼 세뇌당했다는 아주 안 좋은 욕으로 쓰일 때가 많다. 이미지가 별로 좋지는 않은 실험. 게다가 파블로프가 개의 턱에 구멍을 뚫고 침을 튜브로 받아서 양을 측정했다라는 사실은 영 알려지지 않았다. 과학의 발전을 위해 희생한 견공을 애도하자.

역으로 종을 울리면 사람이 개에게 일단 먹이를 준다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다. 야마꼬툰에서 소재로 삼은 바 있는데 정확한 연재횟수를 아는 분은 수정바람. 파블로프의 고양이 버전도 있다

소련은 이 효과를 응용해 폭탄개를 만들려 시도했으나 전장에서 훈련할 때 쓰던 소련 전차의 엔진음을 기억해 아군 전차 밑으로 기어들어가는 바람에 폐지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는 팀킬이 아니라 처음에 몇 건이 성공하기는 했으나 독일군이 알아채고 오는 개들을 족족 쏴버렸기 때문에 효과가 없었기 때문에 폐지했다. 일본은 폭탄 인간을 썼는데

2. 실험 개요

실험의 개요를 정말정말 간단히 설명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영상버전 참고

  • 종을 울려준다. (개는 잠깐 쳐다볼 뿐, 다른 반응이 없다.) 이를 중성자극(Neutral Stimulus; NS)이라 한다.
  • 먹이(Unconditioned Stimulus; 무조건 자극)를 준다. 개는 본능적으로 침을 흘린다(Unconditioned Response; 무조건 반응). 이를 무조건 반사(Unconditioned Reflex)라 한다.
  • 종을 울려주면서,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먹이를 준다. 역시 개는 침을 흘린다(무조건 반응). 이를 조건형성(Conditioning)이라 한다.
  • 종만 울려준다(Conditioned Stimulus; 조건자극). 개는 먹이가 없는데도 침을 흘린다(Conditioned Response; 조건 반응). 이를 조건 반사(Conditioned Reflex)라 한다.

3. 추가 연구들

상술되기도 했지만 파블로프의 연구진 자체가 워낙에 대규모이고, 파블로프 본인도 사실상 안정기에 접어든 중년의 학자였기 때문에 방대한 추가 연구들을 할 수 있었다. 동료 연구자들이 손 대볼 만한 어지간한 후속 연구거리 떡밥들은 파블로프가 다 쓸어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이하에 간략하게 서술될 심리학과 1학년 학부생 수준의 과학적 사실들 중에는 파블로프가 함께 발표한 것들이 꽤 많다.

  • 고순위 조건형성(higher-order conditioning) : 조건자극-조건반응 연합이 충분히 확고해진 후에는, 조건자극에다 다른 중성자극를 추가로 연합시켜서 새로운 조건형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메트로놈이 똑딱거리는 소리와 침 분비를 연합시킨 후에는, 검은 사각형이라는 엉뚱한 중성자극를 가지고도 메트로놈 소리와 연합시켜서 침을 흘리게 만들 수 있다.
  • 조건형성의 잠재적 억제(latent inhibition)에 관련된 연구에 따르면, 과거에 무조건 자극과 제대로 연합되지 않았던 중성자극은 조건자극-조건반응 연합을 일으키는 것이 더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이미 개가 먹이 그릇 없이 종소리만 지속적으로 접해 왔다면, 뒤늦게 먹이 그릇과 종소리를 연합시키려고 해도 그것이 더 쉽지 않게 된다.
  • 학자들은 무조건 자극이 나타나기 전에 조건 자극이 존재하는 방식의 디자인이 그렇지 않은 디자인보다 더 조건형성이 쉽다는 것을 발견했다. 만일 조건 자극이 무조건 자극보다 선행한다면, 그것이 흔적(trace) 절차든 지연(delayed) 절차든 관계없이 무조건 자극 이전에 조건 자극이 선행하지 않은 디자인, 즉 동시(simultaneous) 절차 및 역행(backward) 절차보다 압도적으로 효율적이라는 것. 일례로 파블로프는 역행 절차에서 무려 427회의 시행에서도 조건형성에 실패했다고 보고했다.
  • 음영화(overshadowing)와 차폐(blocking) : 약한 중성 자극보다는 강한 중성 자극이 조건형성을 더 빠르게 일으키며, 약한 무조건 자극이 그 효율면에서 강한 무조건 자극만 못하다. 또한, 기존에 확고히 자리잡은 조건자극-조건반응 연합에서, 기존의 조건자극에다 생소한 중성자극을 함께 섞어놓는 복합자극(compound stimulus)으로 제시하면, 새로 추가한 중성자극은 조건자극이 되기 어렵다.
  • 당연한 말이지만 더 많은 연합훈련이, 그리고 더 빠른 시행 간 간격(inter-trial interval)이 더 효율적인 조건형성을 가져온다.
  • 맛 혐오 학습(taste aversion learning). 가르시아 효과라고도 한다. 유기체에게 복통을 일으키는 자극은 단 한두 번의 연합으로도, 수 시간 내지 수 일에 걸친 자극으로도 학습이 가능하다. 이때의 자극이 만약 먹는 것과 연관이 되어있다면 효과는 배가된다. 예를 들어 평생 처음으로 해삼 요리를 맛본 사람이 다음날 명량 영화를 보다 말고 화장실로 달려가서 거하게 폭풍설사를 했다면, 그 사람은 최민식과 설사를 연관짓는 게 아니라 해삼과 설사를 연관지을 가능성이 높다. 진화론적으로 보면 사실 당연한 얘기. 같은 진화론적 맥락에서 학자들은 전기 충격이라는 무조건 자극이 미각에 근거한 중성 자극보다는 청각과 시각에 근거한 중성 자극과 더 잘 연관 짓는다는 점도 밝혀냈다. 예를 들어 매운 음식을 먹으며 TV를 보다 윙하는 소리와 함께 감전이 되면 매운 음식이 아니라 윙하는 소리와 감전을 연관지을 것이다.
  • 소거(extinction) : 잘 확립된 조건자극-조건반응 연합에서 갑자기 조건반응이 사라져 버리고 조건자극만 지속적으로 제시된다면, 조건자극은 점차 그 위상을 잃어버리고 다시 중성자극으로 되돌아간다. 저 앞의 파블로프의 개 실험으로 예를 들어 보자면, 종소리-먹이 연합이 확립된 후 종만 울렸을 때는 처음에는 개가 침을 흘리게 되지만 종만 울리고 먹이를 안 주는 패턴이 계속되면 결국 개는 종소리를 들어도 더 이상 침을 흘리지 않게 되는데 이게 바로 소거다. 망각과는 약간 다르다. 망각은 조건반사가 학습되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것이지만 소거는 조건자극의 단독시행이 반복되는 경우 나타난다. 그러니까 가슴아픈 실연을 겪은 옛 애인이 소식이 안 들려서 떠오르지 않는 건 망각이지만 몇년 뒤 옛 애인과 단순한 업무상 동료로 만나서 부대끼다 보니 무덤덤해지는 건 소거다. 이는 공포증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인 체계적 둔감법(systematic desensitization)과 간접적인 관련이 있다.
  • 자발적 회복(spontaneous recovery) : 소거 절차 이후 완전히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조건반사가 갑작스럽게 다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자발적 회복은 소거 절차를 계속해서 반복하면 금세 다시 사라진다. 또는 renewal effect 라고 한다.
  • 자극 일반화(stimulus generalization) : 조건반응을 성립시킨 원래의 조건자극과 비슷한 자극이 주어졌을 때 원래의 조건반응과 동일한 반응을 보여준다.
  • 자극 변별 (stimulus discrimination) : 자극 일반화와 반대되는 현상. 원래의 조건자극과 비슷한 자극을 받더라도 다른 자극으로 받아드리고 원래의 조건반응을 하지않는것. 예를 들어 자신이 기르던 애완견과 비슷한 개한테 물리더하도 애완견을 무서워하지 않는것이다.
  • 한번은 파블로프의 조수가 개에게 을 보면 침을 흘리고 타원을 보면 침을 흘리지 않도록 훈련시켰다. 그리고 개에게 제시할 타원을 점차 변형시켜서 이심률이 0에 수렴하게끔(즉, 원에 가깝게) 만들어 가면서 이 개가 어떻게 반응할지를 지켜보았다. 개는 물론 어느 시점부터는 수행에 더 이상 진전을 보이지 못했는데,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조용하던 이 개는 갑자기 실험대 위에서 깽깽거리며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고, 피부에 전기 충격을 가하도록 연결된 장치를 마구 물어뜯었으며, 방과 실험실을 연결하는 잡다한 관들을 깨무는 등 뜻밖의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실제로 인간을 대상으로 매우 미묘한 조건형성을 시도하려다가 참가자가 피로를 호소하며 실험이 중단되는 경우도 왕왕 있다.
  • 무조건반사는 뇌가 관여하지 않지만, 적어도 조건자극과 조건반응은 소뇌(cerebellum)가 결정적으로 관여한다는 사실이 훗날 신경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 마약 중독 말기의 중독자들이 내성치 이하의 마약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망하는 사례가 고전적 조건형상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이 의견에 따르면 그들이 평소 미량의 마약만을 사용했지만 평소에 마약을 투약하던 특정 장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투여함으로써 특정 장소=마약이라는 조건반사가 어긋나 신체가 마약에 대해 제대로 대비를 할 수 없게 되어 사망이라는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한다.

어째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보이지만 이 정도만 덤으로 알아두어도 웬만큼 교양있는 (심리학 비전공) 지성인으로서의 이해를 갖추었다고 자부해도 된다. 물론 이것들은 행동과학 및 진짜 심리학 분야엔 정말 수박 겉부분만 핥아본 셈이고, Rescorla-Wagner model이나 stimulus sampling theory 같은 학제까지 본격적으로 들어가자면 한도끝도 없다.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한다면 나무위키는 심리학위키가 아니니까 여기에서 무리하게 찾거나 적으려고 하지 말고 위키백과나 전공서적을 이용하길 권한다.

4. 대중매체

사실상 매스미디어 그 자체가 조건형성의 대표적 사례라는 의견이 많다. 그중에서도 특히 광고가 대표적인데 예를 들어 아이유가 어떠한 제품을 광고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아이유의 얼굴은 무조건 자극, 아이유에 대한 호감은 무조건 반응, 광고 제품은 조건자극으로 변화시켜야 하는 중성자극, 광고 제품에 대한 호감은 조건반응이 된다. 실제로 수많은 광고에서 최대한 유명한 연예인, 그 중에서도 인지도 높고 좋은 이미지를 구축한 사람을 섭외하려고 혈안이 된 것을 보면 광고의 조건형성이 어느 정도는 증명된 것으로 보인다. 때때로 이런 걸 묻는 문제가 개론 수업 중간고사에 나온다고 카더라... 그다지 빡세지만 않다면 말이지

소설 《시계태엽 오렌지》에 등장하는 "루드비코 요법" 이 바로 이 조건반사를 응용한 행동주의 치료의 일종이다.

미국 애니메이션 패밀리 가이에서 동물학대에 가까운 실험처럼 나오면서, 브라이언 그리핀이 개인적인 원한이라면서 파블로프가 사용하던 종으로 두개골이 뭉개질 때까지 내려친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 고전적 조건형성의 정확한 예시인데, 갑자기 빠르게 회전하는 폭풍이 몰려와 히오스 로고가 뜨면서 게임을 홍보하는 밈이 유행 했었다. 물론 웃자고 한 밈인데 이게 상당한 임팩트를 날렸는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과 무관한 글에도 빠르게 회전하는 움짤이 올라오면 히오스 로고가 뜨는 걸 기대한다거나, 심지어 정상적인 짤이 나오면 "EA 로고 아니면 히오스 나오는줄 알았네, 왜 히오스 로고 안 나오지?"라며 불만(?)을 토로하는 글을 자주 보인다. 현재, 2019년 HGC 폐지 및 개발팀 축소 논란 소식 이후로 해당 밈 들은 많이 사라진 상태.(...)

2차 창작물의 대표인 합성물이 인기가 많아지고 오히려 원본을 보면, 그거해봐 그거 처럼 원본보다 더 유명해져 버린 해프닝 때문에 원본이 너무 어색하다는 반응이 나타나거나 이게 원본인지 몰랐다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심영물, 히틀러의 유명한 명장면이 그 예시. 심지어 웃음 포인트가 거의 찾기 힘든 장면들로 가득 차 있는데, 패러디가 떠올라 자꾸 웃음이 나온다거나 패러디에 묻혔다는 반응이 있을 정도.(...)


  1. [1] 이하 문단의 출처는 Paul Chance의 교과서 "학습과 행동" 3장에 실려 있다. 4판과 5판의 원서에서는 공히 확인되나, 6판 이후의 국내 역서에서는 이것이 누락되어 있으므로 주의. (원서에서도 개정 시 제외된 내용인지는 확인바람.) 원서에서 저자는 Hothersall(1984)의 "History of Psychology" 문헌을 인용하여 이하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2. [2] 쉽게 말하자면, 교수나 교사가 점심 시간을 넘겨가며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상상해 보면 쉽다. 강의 내용에 집중하기는커녕 배고픔과 짜증만 솟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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