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아나 팔라치

Oriana Fallaci

1929.6.29 ~ 2006.9.14

1. 개요
2. 그녀의 말들

1. 개요

이탈리아 출신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인 희대의 독설가 기자. 2차 세계대전 이후 벌어졌던 베트남전의 종군 특파원으로 활약했고, 그 뒤로는 본격적으로 세계 유수 권력자들과의 인터뷰로서 유명세를 얻었다.

그녀는 기존의 예의바르고, 수사적인 어구로 가득했던 인터뷰 방식에서 벗어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자비한 질문 공세를 퍼붓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결과 팔라치와 인터뷰를 했던 이들은 그들이 쓰고 있던 정치적, 사회적 가면 아래의 맨 얼굴이 거침없이 까발려졌으며, 그들의 치부를 공격당하는 쓰라린 고통을 맛보았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들 중에는 언변이나, 술수로는 어디가서 안 밀릴 사람이 태반이었다는 것.

특히 헨리 키신저와의 인터뷰는 미국 사회에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팔라치가 키신저에게 "당신이 미국 대통령보다 큰 인기를 끄는 이유가 뭔가요?" 라는 질문을 던져 낚은 일화는 매우 유명. 그는 그 질문에 당당하게 "내가 항상 혼자 행동한다는 겁니다. 미국인은 말 타고 혼자 맨 앞에서 마차행렬을 이끄는 카우보이를 좋아합니다." 라는 답변을 했다가, 대통령 무시하냐. 네가 그 모든 걸 다했냐. 등 엄청난 욕을 먹었다. 실제로 정치적 파트너였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그의 전화 해명을 받고도 골이 나, 독대까지 거부해버렸다. 물론 정치 외교의 거물 중의 거물이었던 키신저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해낸 성과를 생각해서 한 말이었겠지만, 탁월한 현실주의자로 인정할지언정 그를 영웅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에게 그 말은 지나치게 오만한 말이었을 뿐이었다.

아무튼 그도 걸물은 걸물이었는지라, 구렁이 담 넘어가듯이 받아친 대목도 많았지만, 팔라치는 그걸 이렇게까지 남들을 파악하려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방어적인 사람은 본 적이 없다는 말로 대차게 까버렸다.(...) 결국, 그 이전까지 정치 외교의 슈퍼스타였지만 은막에 가려진 인물이었던 헨리 키신저가 스스로를 마치 영웅처럼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져 버리면서 그의 이미지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게다가 본인 스스로 실패한 과거로 생각하던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도 "베트남 전쟁은 실패한 전쟁이었다"고 말해버림으로서 삽질로 인정했다. 물론 베트남 전쟁을 키신저 혼자 힘으로 좌지우지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깊게 관여한 전쟁의 실책에 대해서는 피하고 싶은 게 당연지사였는데, 팔라치는 그의 실책을 기어코 인정하게 만든 것이다. 결국 키신저는 인터뷰로 한창 진탕을 겪었다가, 팔라치를 상대로 내가 한 말을 호도했다. 조작했다며 싸움을 걸었지만 팔라치는 녹음 테이프를 들이미는 것으로 맞대응했고 결국 그는 데꿀멍해버렸다. 팔라치는 키신저를 고자 같은 사람이라고 비웃었다. 그 후, 헨리 키신저는 본인 스스로 "오리아나 팔라치와 인터뷰한 것은 내 인생 최악의 멍청한 실수였다"고 말할 지경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그외에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와의 에피소드도 익히 알려져있다. 대화 도중에 차도르를 찢어버렸던 일화나, 당신은 독재자가 아니냐고 대놓고 물었던 것, 반대 세력 500명을 처형한 것을 비롯하여, 그의 냉혹함과 잔인함에 관련된 온갖 것들을 모조리 캐물었던 것도 유명한 일화. 그것도 그 서슬 퍼렇던 이란의 중심부 한가운데서 대놓고 했던 질문들이라 더욱 놀랍다. 흥미롭게도 호메이니는 몇몇 답변에 거부하거나 중간에 나가버릴지언정 결국에는 다시 돌아와서 끝까지 인터뷰를 마쳤다. 정말로 총을 맞거나, 최소한 인터뷰를 거부당하고 쫓겨나지 않아도 이상할 상황에서 그 모든 것을 각오하고 온갖 질문을 던졌던 팔라치나, 극딜에 분노하면서도 결국에는 하나하나 대답을 해준 호메이니나 대단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중평이다. 특히 그가 정치가이기 이전에 사상적으로 철저히 무장한 권위적인 종교 지도자였음을 생각하면 더욱 놀라운 일이었다.

덩샤오핑과의 인터뷰도 유명한데 팔라치의 공격적 질문에 분노한 덩샤오핑이 뺨을 갈기겠다고 화를 내자 팔라치는 때릴 테면 때려도 좋고, 다음 날 기사로 나갈 것이라며 조금도 지지 않고 맞섰다.

팔라치의 이러한 태도는 무시무시한 권력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폴란드의 사회운동가이자 전 대통령인 레흐 바웬사에게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탈린과 꼭 닮았다(...)고 말할 정도였다.[1] 이런 거물들과 인터뷰를 하다 보니 고작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에 권투 헤비웨이트 챔피언인 무함마드 알리 정도는 아예 만만한 상대로(...) 자신과 인터뷰하던 알리가 자꾸 트림을 하며 무례하게 굴자 격노한 팔라치는 그가 세 번째 트림을 하는 순간 그의 얼굴에 마이크를 집어던지며 이런 무식한 놈이 챔피언이라니! 하고 면전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이렇듯 팔라치와의 인터뷰는 제아무리 무소불위의 철권 통치를 휘두르는 지도자라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고, 일단 인터뷰를 하게 된 이상 치부가 드러나는 것은 피할 길이 없었다. 그런데도 팔라치의 인터뷰가 많았던 것은, 그녀와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전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떨칠 만큼 중량감있는 인사임을 증명하는 셈이었기 때문. 결국 독재자들의 입장에서는 약점을 내주고 스포트라이트를 취한 셈이다.

물론 팔라치의 이런 무자비하고 거친 인터뷰 방식이 인정만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뉴욕 타임즈에서는 그녀가 자신과의 인터뷰를 거부하는 것을 비겁한 행동으로 간주하고, 이를 무기삼고 있다고 평했던 것은 그녀의 지나친 투사 기질이 어떤 종류의 것인지 보여주는 면이기도 했다. 또한 이슬람권 전체와 멕시코에 대해 편견섞인 태도로만 일관했던 탓[2]에, 그녀의 이런 편견 또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렇듯 그녀의 삶과 방식에 호불호가 극단적으로 갈렸지만 결과적으로 '진실'을 파고드는 그러한 태도와 결과는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고 그녀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그리스의 독재자 요르요스 파파도풀로스에 맞서 싸운 독립투사였던 연인 알렉산드로스 파나굴리스와의 비극적 사랑도 유명하다. 후에 파나굴리스가 1979년 의문사하자, 그녀는 그리스의 암살설을 주장하여 외교마찰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의 죽음 이후, 기자 생활을 잠깐 접고 소설가로서 맹렬히 집필하여 여러 편의 소설을 쓰기도 했다.

삶의 후반부에 접어든 이후에도, 9.11 테러 이후에 이슬람 세계에 대한 맹렬한 비난과, 미국에 대한 옹호로 화제가 되는 등 노년기에 접어든 후에도 이슈메이커로서 명성을 떨쳤다. 그러다 본인이 앓고 있던 병이 악화되자, 고향 피렌체로 떠났으며, 거기서 삶을 마감했다.

2. 그녀의 말들

"나는 수천 가지 분노를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다. 그 수천 가지 분노는 수천 개의 질문이 되어 내가 상대에게 공격을 퍼붓기 전에 먼저 나를 공격했다."

나는 이스라엘이 존재하고, 자신들을 보호하고, 자신들이 또 다시 말살되지 않도록 할 권리를 옹호한다.

(I defend Israel's right to exist, to defend themselves, to not let themselves be exterminated a second time.)

사랑이란 고난을 겪고 그를 위해 죽음을 준비가 된 사람에게 목줄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선택한 방법으로 죽도록 해주는 것이다.

(Love isn’t putting chain on someone who wants to struggle and is ready to die for it, love is letting him die in the way he’s chosen.)

"사람이 사람을 대량으로 죽일 수 있는 자는 권력자 말고는 없다. 그들은 세상을 추악하게 만들면서도 자기를 영웅이라고 착각하고 끝없이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살다 보면 침묵을 지키는 것이 잘못이 될 때가 있다.

(There are moments in Life when keeping silent becomes a fault)

배운 젊은이들 대신 우리에게는 대학 학위를 가진 당나귀들이 있다. 미래의 지도자들 대신 우리에게는 비싼 청바지를 입은 연체동물들과 스키 마스크를 쓴 가짜 혁명가들이 있다. 혹시 아는가? 이게 무슬림(모슬렘) 지도자들이 그렇게 승승장구하는 또 다른 이유일지도 모른다.

Instead of learned young people we have donkeys with University degrees. Instead of future leaders we have mollusks with expensive blue jeans and phony revolutionaries with ski masks. And do you know what? Maybe this is another reason why our Moslem invaders have such an easy game.

"그들(권력자들)은 대체로 교양도, 지식도, 철학도, 세계관도, 인내심도, 가정교육도, 감성도, 지성도, 윤리관도 일반인보다 더 낫지 않았다. 그들의 공통점은 단지 거대한 탐욕과, 이를 실현시키기 위한 밑도 끝도 없는 잔인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만약 신이 있어 인터뷰를 할 수 있다면 다음 질문도 준비하겠다. 죽어 없어질 생명을 만든 것을 보면 당신이 가짜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어쨌든 우리에게 무엇 때문에 죽음을 안겨 주었는가. 한번 태어난 인간이 왜 죽어야 하는가. 그러니 이 질문부터 시작하자. 왜 그렇게 했는가."

"이딴 차도르 써야됩니까?"


  1. [1] 물론 정치적 행보와는 별개로, 외모에만 한정된 말이라고 덧붙이긴 했다.
  2. [2] 하지만 그렇다고 팔라치가 기독교나 유대교에 대해서 꼭 좋아했던 것도 아니며 십자군 전쟁이라든지 마녀사냥, 시오니즘을 비난했다. 그리고 이슬람 말고도 기독교유대교같은 다른 유일신 종교는 미친 놈 만들기 좋다는 비난도 마다하지 않았다. 팔라치가 긍정적으로 평가한 건 바로 불교(승병 항목 참고). 달라이 라마를 매우 호평하고 틱낫한이라든지 여러 승려도 좋게 봤다. 그녀는 가톨릭 신자였지만 '가톨릭을 믿던 자들이 역사에서 벌인 무수한 죄악은 도저히 넘어갈 수 없다. 왜 우리 가톨릭도 악랄한 살인에서 온갖 죄악을 저지르고 그걸 정당화했냐?'고 따져들었으니 말 다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어느 쪽에 편견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죄다 까대는 모두까기 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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