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를 여행하는 현대인을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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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전제 사항
3. 첫 접촉
4. 학문별 안내
4.1. 개별 문서로 분리된 학문
4.4. 기타
5. 만약 차원 이동이 자유자재이거나, 국가 전체가 차원 이동한다면?
5.1. 물자 부족으로 인한 너프
5.2. 세계들 사이의 밸런스
5.3. 약탈꾼/사기꾼/한탕주의자
5.4. 판타지 세계관의 세대 갈등
6. 만약 판타지 세계관의 사람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7. 결론

1. 개요

현대인 천재론의 영역을 지나, '현대인이 판타지 세계[1]에 떨어졌을 때 무엇을 해볼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집단연구 문서다. 문서명은 소설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패러디.

아래 문단에서는 어디까지나 일반론적이고 가능성이 높은 측면에서 있을 법한 전개를 다룬다. 즉, 당신이 온갖 행운과 인맥을 통한 주인공 보정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라는 가정하에서 서술되어 있다.

2. 전제 사항

일단 기본적으로 지구와 같은 물리, 화학적 법칙이 성립하고 인문학적 상식이 통하는 상태에서 판타지물에서 자주 배경으로 삼아지는, 지구 인류의 고대에서 중세 수준 문명[2]이며, 현실 세계와 같은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혹은 최소한 비슷한 종이라도 다수 서식한다는 가정 하에서 시작한다.

마법이나 종족 등의 세세한 설정은 거의 모든 작품마다 각기 다르고 독특한 점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생략하고, 그들보다 미래 문명에서 온 현대인들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미래기술을 그 시대 상황에 맞게, 최대한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대체역사소설비잔티움의 첩자》를 읽어봐도, 아래의 기술들이 처음 발명됐을 때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다. 주인공 바실 아르길로스는 아래 기술 중 상당수와 관련이 있다. 망원경을 훔쳐와 군사 · 천문 발달에 기여하고, 종두법의 첫 피실험자에 화약 제조법도 알아오며, 인쇄술로 성상 파괴 운동을 막아냈고 브랜디 증류법으로 외교적 성공을 거둘 뻔 했다.

또한, 여기 나오는 기술 중 대다수는 말은 간단하지만 실제로 개발하려면 당신이 아무리 전문지식이 있더라도 나름대로 겪을 시행착오 · 사고 · 좌절을 명심할 것. 비협조적이거나 여건이 부족한 주변 환경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까 아래 서술할 모든 내용은 대화가 통한다, 그리고 관습에도 익숙하다, 그리고 이동한 시대의 전염병이나 전쟁 등 각종 위험요소에서 벗어나 안전하다라는 전제가 있을 때 성립한다. 현실은 가혹하다. 이런 질병은 당신에게도 위험할 수 있으나, 당신과 접촉한 판타지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더 위험할 가능성이 높다. 보통 판타지 세계는 중세 정도의 기술, 사회수준을 가진 것으로 상정되는데, 이 시대에는 비누조차 없어서 볏짚 태운 재 가지고 빨래하던 시절이다. 현대 사회의 단순한 감기나 독감이 그곳에선 천연두급 전염병일 수도 있다. 실제로 아즈텍 인구의 90%를 없앤 것은 겪은 적 없는 전염병이었다.

베블런과 같은 사회 ·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중요한 것은 관련 기술이 발견 · 발명되었느냐가 아니라 기술과 사용 패턴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아래 문단에 적혀있는 기술들은 각 문화권 · 종족 · 문명 등의 특징과 패턴에 따라 매우 다른 여파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음을 고려하자. 대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변화를 별로 내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아래 항목의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적용하면 혁명에 가까운 상황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며 전혀 예상치 못한 사회적 파급효과를 낼 수도 있다.

특히 당신이 도착한 세계의 기득권층은 더더욱 당신이 불러 일으킬 변화를 결코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아무리 먼치킨적 능력을 가졌더라도 각종 기연을 얻어 인간을 뛰어넘어 도착한 세계의 신적 존재와 대등하여 현실조작을 하거나 인류 사회와 대적해도 홀로 박살내고 질서를 재편할 정도의 능력을 갖춘 것이 아닌 한, 인간은 사회적 상호부조가 있어야 살기에, 급격한 변화의 과정에서 당신이 생존할 가능성은 극도로 낮아짐을 명심해야 한다.

간단한 예로 당신이 도착한 판타지 세계에 화폐시장의 도입을 주장했을 때 당신에게 미칠 일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아마 당신은 지역 영주나 절대군주의 손에 죽을 가능성이 높다. 화폐를 금기시한 사회는 역사상 수도 없이 많으며, 다른 사람도 아닌 군주였던 세종대왕조차도 물물교환을 없애려고 화폐를 새로 도입했다가 백성들의 반발을 못 이기고 두 손 들었다. 화폐도 조건이 맞아야 쓸 수 있는 거지 하향식으로 못 도입함을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 시장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왕이나 관리가 특권을 갖는 구체제의 철폐가 먼저다.

은행을 만든다면 돈을 갈퀴로 끌어모을 수도 있겠지만,[3] 그렇게 하려면 그에 합당한 담보가 없으면 곤란하다.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사람갑툭튀해서 자본 집중을 유도하고 기존 시장 질서를 재편하는 행위(즉 권력을 구성하는 행위)를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넘어갈 위정자는 없다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위 각주에서 예시로 등장한 프란츠 1세는 황제였기에 가능했던 거고.

분업을 도입한다면 길드 회원들이 거의 100% 끔살할 것이고, 발효주나 증류주를 발명해도 광신적인 종교인들이 린치할 확률이 높다. 치즈 · 버터 등 유제품의 경우는 역사상 실제로 문제를 일으켰던 좋은 예. 바이킹들이 유당 분해 효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우유를 선물했다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소화를 못해서 폭풍설사를 하자 바이킹들이 독극물을 준 것이라고 오해해서 공격한 사례가 있다. 옛날 사람들은 결코 어리석은 인물들이 아니었다. 기술과 사회의 제한에 묶여있었을 뿐.

마지막으로 저작권의 사적 소유 인정은 극히 최근(20세기 중반~)에 들어서 나온 것임을 염두에 둘 것. 만약 당신이 의 제조법을 발명한다면, 그것으로 부를 얻기 전에 먼저 지역의 유력자가 와서 좋은 말 몇 마디 해주고 제조법 내놓으라고 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아니, 그 전에 돈을 벌 확률 자체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사회에서 충격적인 발견이나 발명은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여겨지기 마련이고, 그걸로 돈을 벌려 한다면 주위 사람들의 미칠 듯한 눈총을 받게 될 것이다. 저작권법이 없는 사회에서 오래지 않아 표절작들이 수도 없이 등장할 것이고, 판타지 세계에서 당신은 이를 제어할 힘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통조림 발명가 '니콜라 아페르'(1750~1841)가 이런 꼴을 겪었는데, 그는 약 100년 가량 조국 프랑스에서 잊혀졌다.[4] 설사 특허가 있더라도 퍼커션 캡처럼 30년이나 보급이 늦춰진 경우처럼 구두쇠 같은 놈들이 특허권 말소될 때까지 채용을 안 하고 버티는 수도 있다.

요약하자면, 현대인이 판타지 세계를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인맥이다. 그리고 사회 환경에 대한 미칠 듯한 적응력, 그리고 모든 능력을 동원해서 권력을 갖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대부분의 판타지 세계가 현 지구의 중세 정도의 사회 수준이나 기술 수준을 상정하니 당연하다.

3. 첫 접촉

만약 당신이 떨어진 곳이 인종차별이 심한 곳이거나 잘 모르는 외지인은 일단 죽이고 보는 곳이라면, 무엇을 할 여유도 가질 수 없을 것이므로 이런 경우는 배제하고 서술한다. 다만 그럴 경우, 높은 확률로 근처에 강력한 조력자가 있어 죽음을 면하고 도움을 받게 되는 것이 흔한 설정.

사실 인간의 경우는 의외로 '멀리서 온 손님'에게는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관습을 가진 경우가 많다. 동족에게 의외로 관대하게 구는 것은 인간의 본능에 근거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애초에 인간의 보편 의식이 모르는 놈은 때려죽이고 보는 식이었다면 인류 사회가 이렇게 발전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물론 예외도 있으니 조심할 것.

우선 당신의 차림새가 아무리 낯설건 간에 남루하지 않다거나, 남루하다 해도 혈색이 좋다거나 체격이 건장해서 얕보이지 않을 정도라면, 첫 접촉 시에는 인류의 보편적 법칙에 따라 만난 상대에게 호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말이 안 통해도 처음에는 손짓 발짓으로 어떻게든 의사소통을 시도하자. 대체로 어느 사회에서건 호감을 사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선물을 주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초콜릿이나 사탕 같은 간식거리나 동전 한두 개, 혹은 단추 같은 것도 경우에 따라서는 진기한 물건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정말 예외인 몇몇 지역을 제외하곤 단 음식은 세계적으로 희귀했다. 식민지 경영 제국들이 괜히 설탕 제조를 위해 사탕수수플랜테이션한 것이 아니다.

또 실수를 저질러서 상대가 화내는 것을 막기 위해, 늘 신중하게 행동하며 함부로 돌아다니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문명의 황금기라던 고대 그리스에서도 여행길에는(=문명의 손길이 제대로 닿지 않는 곳에서는) 사소한 시비로 서로 죽고 죽이곤 했다. 오이디푸스 얘기는 단순히 지어낸 얘기가 아니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친해지기 전에는 자제하고, 특히 함부로 돕겠다고 나대다가 해당 사회의 금기라도 어기게 된다면 큰일난다. 결론을 내리자면 그냥 눈치껏 하자.

그렇게 “낯선 사람이지만 위험하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받아들여지면 일단 반 정도는 성공한 것이다. 상대 쪽에서도 의사소통을 바라고 그들 말을 가르쳐주려 할 것이므로, 목숨 걸고 언어를 배우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대항해시대의 모험가들도 전혀 처음 보는 부족들과도 어떻게든 하다보니 말을 알아듣게 되었다고 하니, 언어 문제에도 너무 절망하지는 말자. 다만 말이 안 통한다고 해서 지구에서의 바디랭귀지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이 또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지구 내에서조차 똑같은 동작임에도 불구하고 지역과 문화권에 따라 완전히 상반되는 의미를 가진 바디랭귀지가 있음을 기억하자.

기술을 전파할 수 있을 정도로 고등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려면 몇십 년 단위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니 인내심이 최우선. 그리고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라. 물론 글은 지배계층의 전유물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알아서 가르쳐주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당신이 떨어진 세계의 문자아랍 문자처럼 배우기 복잡한 것이 아니기만을 바라도록 하자. 한글이나 알파벳 수준이라면 당신은 정말로 행운을 타고난 것이다. 아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라. 원래 당신이 쓰던 언어를 알고 있는 이세계인들이 있을 리 없으므로, 당신은 이세계인들에게 절대로 해독 당할 리 없는 비밀 언어를 갖추게 된 셈이다. 그렇다고 대놓고 뭣 같은 표정에 행동까지 하면 욕하는 것이라 짐작하고 때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자.

또한 당신이 여성이라면, 인신매매 등에도 주의할 것. 사실 이세계 진입 자체가 진지하게 따지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여성이라면 남성보다 훨씬 심한 개막장 난이도가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현대에도 허다한데 중세는 납치혼이나 강간, 윤간, 성매매, 성노예같은 성범죄 우려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여성이니까 좋은 신붓감으로 먹힐 수 있다는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려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 오히려 똑똑한 여성을 마녀취급하고 화형하는 경우가 허다했음을 떠올려보라. 또한 결혼을 한다해도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여성은 제 뜻대로 이혼도 불가능하며, 거의 소유품 수준을 받을 것이다. 차라리 여성이라면 성별을 숨길 것을 추천한다.

아무것도 없이 알몸일 때 차원 이동된 경우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신이 이 판타지 세계로 떨어질 때 가지고 있던 현대의 소지품들은 분명 있을 것이다. 학생이라면 메고있던 가방, 교과서, 노트 등이 될 수도 있고, 직장인이라면 서류뭉치 같은 것들 말이다. 만약 흡연자라면 가지고 있던 라이터와 담배 등을 이용해 원주민들의 환심을 살 수도 있을 것이고 하다못해 지갑 속의 100원짜리 동전이라도 겨서 원주민들의 호기심을 끌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빈 노트 몇 권과 펜이 있으면 더욱 완벽하다. 가볍고 질긴 종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컬처쇼크에 가까우며, 잉크를 찍지 않아도 쓸 수 있는 펜은 마법이나 다름없다. 잘 이용하자.

달랑 옷만 걸치고 떨어진다고 해도, 중세 시대의 통상적인 의복과 비교해봤을 때 현대의 의류는 최고급 장인이 정성들여 만든 것과 옷감의 질, 성능, 땀질이 뒤떨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속옷 대용으로 걸치곤 하는 흰색 티셔츠는 면이 신축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경악을 불러일으키고도 남을 것이다. 현대인은 입다가 늘어나면 버리고 걸레 대용으로도 쓰는 민소매러닝만 해도 면사를 니트 가공하는, 당시 기준으로는 그야말로 미친 기술력이 필요했다. 이게 왜 미친 기술력이냐 하면 흔히 생각하는 털실 굵기의 실이 아닌, 말 그대로 바늘귀에 넣어야 하는 그 얇은 실을 스웨터 짜듯 짜야 하기 때문이다. 여차하면 선물해 환심을 사도록 하자.

특히 이미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인 IT제품(스마트폰, 태블릿 PC, 노트북 등)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굉장히 높다. 당연히 주변에 기지국이 없으니 신호는 안 잡히겠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도구가 된다. 원주민들에게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을 보여준다든지[5] 스마트폰 안의 음악을 트는 것으로 원주민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클래식을 틀면 특히 더 게다가 미리 저장해놨던 전자책이나 웹 페이지 등으로 지식을 보충하거나, (당장 나무위키에 본 문서와 관련 페이지들을 우선적으로 기억하고 따로 기록해 놔야 된다!) 중요한 정보(지금 당신이 보는 이 문서 내용 등)를 카메라로 기록해두는 등 여러 가지 활용법이 있다.

스마트폰 등은 부피도 작아 활동에 딱히 지장을 주지도 않고 많은 양의 정보들을 저장하고 원할 때 열어볼 수 있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배터리가 다 됐다고 버리지 말자.불이 급한 상황에서 여차하면 배터리를 파손, 폭파시켜 플레임 마스터가 될 수도 있다 보통 충전기로는 충전이 불가능하지만 요즘은 태양광 충전 기능을 가지고 있는 보조 배터리 등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걸 평소에 갖고 다니진 않겠지만

4. 학문별 안내

4.1. 개별 문서로 분리된 학문

4.2. 상업

  • 장사를 한다면 복식부기 장부를 도입하는 것이 좋다. 장부의 핵심은 정확함이다. 요새야 다 컴퓨터로 처리해서 잘못 쓸 가능성이 무척 적지만, 복식부기의 차변과 대변은 기본적으로 단순 실수건, 누군가의 조작이건 오류를 쉽게 찾을 수 있다는 신뢰성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산,비용,수익,자본,부채로 나눈 계정과목으로 인해 자산의 변동이나 손익계산이 쉬워진다. 복식부기는 지금봐도 어렵지만(...) 옛날 사람들 기준으로도 상당히 어려웠던 것인지라 각국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중세 초기 유대인들이 개발한 것이 세계적으로 퍼지고 점진적으로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어차피 이세계로 간다면 현대의 세법이나 회계 기준은 무의미하므로(...) 어려운 수준의 회계학은 필요 없고 학부생이 1학기 동안 배우는 회계원리 수준의 부기법으로도 충분하다. 거래의 8요소 조차 11~12세기에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회계원리 수준의 부기법도 중세적 세계에 도입한다면 혁신적인 시스템이 될 수 있다. 유대인처럼 상업에 이골이 난 종족이 없다면 아예 최초가 될 수도 있다.
  • 간댕이가 부었다면 군대나 용병대를 따라다니며 그들에게 보급물자를 파는 주보상인(酒保商人) 노릇을 하는 것도 좋다. 위험한 일이다보니 50배 정도의 폭리는 기본이었다. 물론 전쟁터를 따라다녀야 한다는 위험은 기본이요, 물건이 생산된 곳에서 군대가 있는 곳까지는 수송 거리도 어마어마해서 위험 부담이 아주 컸다. 게다가 너무 폭리를 붙였다가 병사들에게 흠씬 두드려 맞을 수도 있고, 따라다니는 군대에게 양심적인 가격으로 팔아 거래를 안정적으로 하게된다해도 반대로 해당 군대의 적에게 표적이 된다. 이득을 본다고 서로 싸우는 군대를 오고가며 둘 다에게 거래를 텄다간 박쥐 같은 놈 취급을 받아 죽을 수도 있다.
  • 선도 매매 거래도 상업이 발달하지 않은 문명에서는 좋은 아이디어가 된다. 아직 물건이 완성되지 않아 가격을 확정할 수 없는 물건을 미리 사고팔기로 계약하는 것이다. 계약금만 미리 지불하고, 실제 매매는 물건이 나면 거래를 한다. 예를 들어서 농업 사회라면 당연히 곡물이 제일 좋은 대상. 흉년이 날지 풍년이 날지 모르는 밀밭을 한 단위로 해서 선도 매매하면, 계약한 가격보다 비싼 값어치의 밀이 나면 상인이 이득을 보고, 계약한 가격보다 낮은 값어치의 밀이 나면 농부가 이득을 보는 것이다. 선도 매매는 상업이 발전한 곳이라면 어디든 있었어서 바빌로니아의 기록에도 확인되지만, 조선은 정작 개항 이후 일본 상인들이 시작했다. 상업 발전의 수준차에 따라 큰 차이가 있는 것.
  • 정부에서 화폐를 유난히 많이 발행하고 시중에 화폐가 미친 듯이 돌기 시작한다면 인플레이션 현상의 전초로 볼 수 있고, 이 때는 화폐 대신 비싼 물품(금, 은, 구리, 보석, 비단 그 외 여러가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다. 이를 이용한다면 원시적인 환치기선물을 시도해볼 수도 있다.
  • 화폐 제작 비용이 화폐 액면가를 넘어선다면 그 화폐를 확보하는 것이 좋다.
  • 당연히 혼자서는 장사를 절대 못한다. 현대 사회에야 치안도 발전하고 금융업도 발전하고 법치주의도 발전해서 개인사업이 가능하지만, 치안도 개판이고, 법치도 있는둥 마는둥하고, 돈을 빌리거나 모을 금융업도 발전하지 않은 전근대 사회에서는 혼자 장사했다가는 돈 떼먹히는거나 끔살 당하는 건 예삿일도 아니다. 물론 역으로 보면 돈을 떼먹고 튀기도 용이하지만 이런 짓은 상대를 잘 봐가면서 해야한다 위에서 언급한 주보 상인 역시 혼자 했다간 끔살 당할 가능성이 급격하게 올라간다. 하여간 동업자 길드를 찾아서 속하던지, 능력이 된다면 직접 사람을 모아서 만들어야한다. 길드는 중세 유럽 특유의 동업자 조합을 가르키는 말이지만, 상인 동업자 조합은 상업 발전이 미약한 나라에서도 공통적으로 있을 정도로 필수 불가결한 집단이었다. 조선에서도 주막이 전국 공통으로 사용이 가능한 영수증 발행이 됐던 점이나, 보부상이 전국 조직이 있었던 것 역시 그러한 동업자 조합의 힘이다.
  • 국가 조직은 대강이나마 확고한데, 법치나 조세 제도가 잘 갖춰지지 않거나 그럴 행정 능력이 부족한 문명은 세상에 차고 넘쳤었다. 이런 곳은 징세청부업자가 으레 나타났는데, 현실 세계는 고대에부터 일찍이 전세계 곳곳에 있었다. 관료제가 일찍 확립된 동아시아에서도 반 쯤 징세청부업자를 통해 재정을 확보한 경우가 존재했다. 떨어진 이세계에 징세청부업자가 이미 있을 수도 있고, 없으면 해당 세계의 위정자에게 선제안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물론 세리 항목에 보다시피 온 세상 사람들의 증오를 한몸에 받는 직종이라는 것은 감내하자. 당연하지만 징세청부업자들도 동업 조합을 만들어서 일했다.
  • 어음환어음도 중세에 상업이 발전하면서 발명되었다. 법치, 치안, 상업 발전과 상업 조직이 미약했던 시대에는 신용이 확보되지 않아 현금 거래가 제일 중시되었고 신용거래는 돈 떼먹힐지도 모르는 미친 짓이었다. 치안과 법치, 상업 조직이 어느 정도 조밀하게 발전하면 제한적인 범위에서 신용거래를 개시하면 상당히 편리한 거래가 가능해진다.
  • 중세에 나타나기에는 좀 이른 제도이지만 은행이 돌아가는 구조도 알아두면 좋다. 은행의 수익구조를 흔히 '돈 예금을 받고 낮은 이자를 붙여서 돌려주며, 예금된 돈을 남에게 높은 이자를 받고 빌려줘서 수익을 얻는다'라고 생각하는데[6], 사실 은행은 예금된 돈의 10% 내외만 은행 내에 보관하고 90%는 대출해서[7] 없는 돈을 만들어내서 돈을 번다. 은행이 예금자들에게 100두캇의 금화를 받아 보관하면, 그들의 보관 증서 혹은 통장에는 100두캇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은행이 실제 금화 중 10두캇만 남기고 90두캇을 빌려준다면 있는 현물 금화는 여전히 100두캇인데, 예금자들은 보관 증서를 이용해서 100두캇을 거래하고 다니고, 대출자들은 90두캇을 또 거래하고 다닌다. 없는 90두캇이 생겨난 것이다. 이렇게 '없는데 생긴 돈'을 다른 은행들에서도 똑같이 10%만 남기고 대출하는 것을 반복하면, 시장에 돌아다니는 돈은 현물 화폐에 비해서 10배 높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것은 경제학적으로 인플레이션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다만 금융업과 대부업이 성숙하기 전에 이런 짓을 했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예금자들이 '은행놈이 우리 돈으로 사기를 친다!'하고 격분해서 우르르 돈을 찾으러 몰려와서 쫄딱 망하는 수가 있다. 은행 제도가 자리 잡은 것은 저런 짓을 하던 금융업자들이 권력자들에게 로비를 해서 법적인 특권을 보장받은 것이 시초이므로, 권력자들을 잘 설득해보자.

4.3. 마법?

대부분의 판타지 소설이나 판타지 하면 사람들은 마법, 주문, 혹은 어떤 초자연적인 현상과 관련된 설정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판타지 세계에 떨어져 마법을 배우고 싶다면 위의 과정들을 차차 밟아가면서 어느 정도 판타지 세계에 적응한 뒤 생판 모르는 외국어 배우는 심정으로 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마법 같은 거 없는 세계관이라면 이 목차는 잊어도 좋다.

다만 마법이 존재한다는 건 현실세계에 익숙해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큰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나 《드래곤 에이지 시리즈》 같이 특정인만 마법을 타고나는 세계라면 그나마 낫지만 《엘더스크롤 시리즈》(주인공들은 대대로 죄수부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기초적인 마법과 마력을 지니고 있다.)처럼 남녀노소 미약하더라도 마법을 쓸 수 있는 세계라면 마법에 미숙한 현대인 따위는 노예나 웃음거리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전자제품을 못 쓰는 현대인처럼 말이다.

심한 경우 마법을 못 쓴다는 이유로 장애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장애의 정의에는 의학적인 정의와 사회적인 정의가 있는데, 이 중 후자에 주목해보자. 판타지 세계의 사회가 장애를 가진 이들을 '당연히 언제 어디서든 있을 수 있는 구성원'이라고 여겨 마법을 못 쓰는 당신을 포용할 수 있는 사회라면 살만 하겠지만, 그 반대일 경우에다가 판타지 세계가 인권의식 따위 찾아볼 수 없는 세계일 경우라는 이중고가 터지면 아마 사람다운 취급도 못 받고 이리저리 갖고 노는 장난감 취급 받다가 슬슬 질린다 싶을 때 죽임을 당하는 대우를 받을지도 모른다. 《블랙 클로버》는 이세계물은 아니지만 다들 마법을 쓰는데 주인공이 마법을 못 쓴다는 이유로 차별하며, 이는 강박적이라 생각될 정도다.

만약 양판소 설정마냥 수학 공식이 마법에 도움이 된다면 꽤 도움이 될 확률이 높다. 기본적인 수학 교육이 잘 되있으니 그 시대 수학자들만큼은 아니더라도 일반인들보다는 확실히 마법을 배우는 데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나 공기총, 하다 못해 BB탄 같은 거라도 있으면 마법이라고 속이고 살아남기에 용이하다. 원래부터 이란 건 매우 배우기 힘든 원거리 무기였고, 석궁도 상당히 얻기 힘들었으며 연사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총은 간단히 배울 수 있으며 연사가 안 되는 총이어도 타 무기들에 비해서 사거리가 긴 덕분에 마법이라고 속이고 사용하면 그나마 한결 편할 것이다. 안 먹히면 상대가 마법갑옷 입었다고 때우면 끝! 근데 그 세계가 마법 탐지 마법이 발달했거나 그런 눈속임 따위는 안 통하는 데라면 안 먹히겠지만, 애초에 자체가 매우 강력한 무기이므로 마법이 아니라는 걸 들키는 지의 여부가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잘만 활용하자.

만약 그쪽 세계 신의 가호로 마법을 배운다면 전격과 화염계 마법을 배울 것을 추천한다. 전격계 마법 자체의 위력보다는 전기 문명의 혜택을 보고 있는 현대인이 만들고 발상해낼 물건들이 꽤 많다. 물론 발상을 한다고 제작까지 할 수 있느냐는 별개다. 더하기를 하는 계산기 회로도 모르는데 어떻게 만들려고? 관련 전공자이고 기초적인 기계라면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 예시로 전자석이 있는데, 쇳덩이를 끌어당긴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용하며 이걸 통해서 기초적인 모스 부호 같은 전보 시스템까지 만들 수 있다. 다만 가져간 핸드폰을 충전하는 것은 해당 마법의 전압과 전류의 양을 측정하기가 까다로울 것이므로 피하는 게 좋다. 번개의 전압으로 핸드폰을 지지면 쾌속 충전될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화염계는 굳이 화로나 복잡한 기구 없이도 바로 1000℃ 넘게 금속을 가열할 수 있으며[8] 이는 무언가 제작할 때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리고 기회만 된다면 골렘학도 배우는 것이 좋다. 배운다면 굳이 '내' 팔다리가 날아갈 위험도 없으며 잘못해서 미쳐버릴 일도 없다.

하지만 마법은 당신이 현대 기술을 판타지 세계에 도입하는데 방해가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당신이 기껏 총을 만들었는데 그 세계의 마법이 더 효율적이거나 너무 강해서 쓸모가 없다거나, 증기기관을 만들어 생산력을 증대시키려 했더니 마법을 이용한 방식이 훨씬 더 효율이 좋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이렇게 마법이 먼치킨적인 힘을 가진 세계에 떨어졌다면 출세하기가 더 힘들어질 것이다.

4.4. 기타

  • 주민들의 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세상의 종말이 왔다는 종교인들이 많아지며 외국인들을 배척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적들이 왠지 너무 조용하면 나라가 망하거나 전쟁이 곧 일어날 것이라는 의미이므로 식료품과 생필품을 미친 듯이 사서 그 나라에서 도망가자.
  • 시대를 바꾼 특정 기술의 발명에 대해 알면 그 기술로 인해 시대가 바뀔 때를 대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약이 나오면 기사들과 친해지지 말고 사냥꾼들과 친해지자. 물론 사석포와 같은 공성병기 등으로 인해 화약의 도입은 군대가 빨랐지만, 개인화기인 총의 경우 재정 및 제식 등의 문제로 군대가 사냥꾼들보다 총의 도입이 늦었으며, 그에 따라 직업적으로 총을 오랜기간 다룬 사냥꾼을 경보병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 성직자들이 너무 부패에 빠지고 왠지 모르게 길을 가다 인쇄소와 루터가 보이면 종교계에서 발을 좀 빼는 편이 오히려 생존에 유리하다. 길 가다 마르틴 루터를 만난다면 행운일까, 불운일까?[9]
  • 만약 당신이 현실에서도 장신에 속하는 성인 남자라면 진지하게 무인, 기사 등이 되는 것을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 전근대의 평균적인 체격을 감안할 때, 당신의 체격은 현실에서보다 훨씬 더 강력한 선물일 것이다. 사실 평균적인 성인 남성만 해도 어지간한 전근대 시절의 사람들보다 키가 10~20cm는 더 크다. 물론 키 큰 현대인이라고 무조건 키 작은 전근대인을 전장에서 학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큰 체격은 분명히 당신에게 큰 힘일 테며, 당신이 죽을 힘을 다해서 그 시대의 전투기술들을 몸으로 익힌다면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무인으로 성공하는데 유리할 것이다. 무인으로 성공해도 언제 어디서 죽을지 모르는 목숨이라는 게 문제인데다가 척탄병처럼 체격조건으로 뽑는 위험한 병과에 강제로 끌려갈 수도 있지만.
  • 일단 들어온 판타지 세상이 딱히 발전이 없어 보인다면 무조건 먹을 것을 가리는 식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농민 입장에서 고기는 구경도 어려울 테고, 대개 몇몇 요리들(파스타, 약과 같은)은 귀족이나 양반 사대부 정도나 겨우 먹을 것이다. 향신료 같은 것 역시 구하기 어려울 테고 그냥 밥이나 빵 한 끼 제 때 먹을 만하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특히 농사가 중요한 동네에서 쇠고기를 먹는다면 정말 사치이다. 물론, 현실은 조금이라도 배고프면 아무거나 잘 먹겠지만....[10]

5. 만약 차원 이동이 자유자재이거나, 국가 전체가 차원 이동한다면?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거나, 국가 전체가 다른 세계로 차원 이동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위에서 줄창 설명했던 것과는 상황이 달라진다. 그냥 평범한 현대인 한 명이 이세계에 툭 떨어진다고 가정해보자. 위에서 설명했지만 얼마 안 가 죽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된 것은 우수한 지능과 그를 바탕으로 도구를 발명하고 다수가 뭉쳐서 문명을 이룩하였기 때문이다. 사람 한 명 한 명은 맨몸으로는 웬만한 야생동물은 물론 한테도 밀릴 수 있을 정도로 약하다. 게다가 문명이 발달하면서 현대인은 크게 신체능력을 기를 필요가 없어지다보니까 단련이 되어있지가 않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신이 갑자기 무인도나 사막 같은 오지에 조난당하면 살아남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적어도 이런 상황에서는 지구에 있으니 외부에서 구조될 수 있다. 하지만 생판 다른 세계에 혼자 떨어지면 도움을 받을 수가 없다. 기를 쓰고 방법을 찾아 원래 세계로 돌아가든가, 그 세계에서 어떻게든 쭉 살든가, 아니면 그냥 죽든가 삼중택일해야 한다. 여기에 현실성을 부여한다면 당신은 높은 확률로 세 번째 선택을 강제로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가나 세계 단위로 접촉한다면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이룬 문명과 기술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만들어낸 무기들, 식량을 포함한 각종 자원들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는 것. 자원과 비용이 따라준다면야 문제 없다. 게다가 군인이나 외교관 같은 이세계와 어떻게든 관련되는 인물이 아닌, 평범한 일반인들은 이쪽에 피해가 오지 않는 이상 평소대로 일하고 집에서 밥 먹고 잘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국가 전이물은 두 세계가 충돌해서 전쟁을 하게 되는 양상과 과정이 주된 내용이 된다. 이런 경우가 바로 《게이트 - 자위대. 그의 땅에서, 이처럼 싸우며》나 《별이 펄럭일 때》 같은 이세계 간의 세계 대전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럴 때 당신이 할 일은 간단하다. 당신은 그냥 국가만 믿어라. 그럼 국가가 알아서 한다.

물론 양쪽 간에 평화롭게 교류를 하는 식으로 묘사하는 판타지물도 많다. 가토 쇼우지의 《캅 크래프트》가 이 경우. 이쪽도 마냥 평화로운 건 아니라서 각종 이세계에 관련된 범죄가 일어나고, 이세계의 난민들이 몰래 지구로 들어오고, 에로잡지 같은 게 밀수품으로 고가에 거래된다. 하지만 위에서 든 예시처럼 대놓고 전쟁하는 건 아니다. 나름 평화롭게 지낼 수 있고 해가 될 게 없다면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한 문명과 다른 문명이 충돌했을 때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전쟁이 일어나게 된다. 지금도 세계 어디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는데 하물며 전혀 다른 세계 간에 아무런 충돌도 없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리 없다. 그렇기에 '왜 다들 사이좋게 지내지 않을까?'는 생각에 사로잡혀 격동의 시기에 한탄하며 무력한 자신을 채찍질하지 말아야 좋다.

5.1. 물자 부족으로 인한 너프

나라마다 다르다. 식량, 천연자원이 풍부하고, 군사력조차 세계 수위권에 드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같은 국가들이라면 그냥 혼자서 무쌍을 찍어버릴 수 있다. 채산성 때문에 채굴을 포기한 자원이 있긴 하지만, 이세계 특수, 전쟁 특수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현대 국가의 대부분이 식량, 전략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한 자급자족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자원은 석유, 천연가스이다. 화석연료는 현대 모든 산업의 근간이며, 식량 생산(비료)[11] 및 의학에 있어 절대적으로 관여하므로 화석연료가 없다면 인구를 유지하는 것조차 가능하지 않다. 영토가 넓고 토지가 비옥한 중국조차 북송 시기에 간신히 1억 인구를 돌파했으니 더 말할 나위가 없는 셈. 문제는 의미있는 생산량을 가진 산유국 자체가 얼마 없다. 석탄 부여잡고 석탄액화연료 만들어가며 아둥바둥해야 한다. 이것도 꽤 높은 수준의 과학기술, 시설설비능력이 필요하다.

여기서 선진국과 개도국의 차이가 나타나게 되는데, 선진국의 상당수는 비축유가 많고,[12] 군사력도 강하다. 거기에 더해 원자력 발전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많아 화석연료 부문을 제외하면 에너지 소요가 일어날 일은 적다. 따라서 대충 판단이 될 때까지 가드를 올리고 버틸 수 있으며, 석탄이 풍부한 나라라면 그 사이 석탄액화연료를 만들면 된다. 그러나 개도국은 그것 자체가 어렵다.

물론 단순 소총병으로 구성된 일개 사단이라도 이세계, 특히 현실 세계의 중세 기준이라면 충분한 오버파워이다. 특히 일 년 안에 핵무기를 찍어낼 수 있는 상위 20~30위권 내의 선진국이라면 이세계 기준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그것은 탄약과 폭약, 자원이 있을 때뿐이며, 탄약이 바닥나면 백병전에서 현대 보병이 중세 보병을 이기는 것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초반의 혼란상을 어떻게 해결하고, 이세계에서 자원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가 관건이라 할 수 있다. 현대 국가의 체급 및 자원 수요량, 강력한 군사력 때문에 자원 매장 의심 지역이라면 일단 빼앗고 보는 제국주의적 발상이 대세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넘어간 이세계의 수준도 고려해야 한다. 현대에서 사용되는 천연자원이 없는 세계라면, 대체 자원을 찾을 때까지 지옥도를 봐야 한다. 그렇지 않더라도 마법의 성능이나 보급률이 사기급이라면 현대 군대가 말려 잡아먹힐 수도 있다. 물론 현대 기술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발전해있기 때문에 마법만 가지고 밀리는 건 좀 무리지만.

5.2. 세계들 사이의 밸런스

마법 요소가 없는 중세 국가를 가정할 경우 당연히 현대 국가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군사력도 군사력이지만 그 시점에서 해석되지 않은 현상을 미신이나 종교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바람에 중세 국가들은 대체로 국가 조직이 종교미신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 따라서 수도에 핵탄두 한방 날려주고 신의 징벌이라고 말한다면 결국 굴복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러한 요소를 차용한 작품 같은 경우는 마법, 즉 설정으로 판타지 국가와 현대 국가의 밸런스를 맞추게 된다.

다만 이러한 매체들은 대개 현대-판타지 간에 밸런스가 개판인 경우가 많다. 단순히 국력으로만 따지면 중세 수준의 인구 규모를 지닌 국가는 무슨 수를 써도 현대 국가의 국력을 따라올 수 없는 만큼 몬스터이종족, 마법 같이 판타지 국가 쪽을 좀 더 버프하여 밸런스를 조정하기 위한 설정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 정도에 따라 밸런스가 들쭉날쭉하게 바뀌기 때문이다.

극단적으로 가면 마법 때문에 총기가 BB탄총보다 못한 무기로 전락하는 세계관도 있는가 하면, 반대로 총기로 무쌍을 찍으며 대학살극을 벌이는 세계관도 있다. 화염 마법사가 화염방사기 수준의 화염만 만들 수 있는 세계관인가, 아니면 전술핵급 화염 마법을 날려대며 다닐 수 있는 세계관인가에 따라 밸런스가 천차만별로 바뀌게 된다. 과학 vs 마법 문서에서 언급하는 바와 같이, 마법이라는 것 자체가 현실에 없는 것이기에 작가의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작가가 쓰기 나름이기 때문에 일부 작품에서는 이세계 역시 현대 국가와 비슷한 수준의 문명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현대 국가에서 과학으로 땜빵하는 걸 전부 마법으로 땜빵하는 식이다. 뭐든지 앞에다 '마법' 한 단어만 붙여놓고 나면 대충 완성. 아예 이세계에서도 총기도 있고 전차도 있고 하는 식으로 과학 문명을 가정하는 케이스도 있다. 그냥 마법이라 해. 죄다 마법이구만.

물론 상술했듯이 마법이나 이능력이 없는 세계거나, 그러한 마법이 있어도 구사할 수 있는 인력이 적거나 위력이 기껏해야 보병화기 수준에 그친다면 전체적인 인적 자원 면에서 떨어지는 판타지 쪽의 패배는 확실하다.

땅덩어리 크기와 그로 인한 인구수가 넘사벽으로 차이나서 병력의 교환비가 1:1000, 10000 이상으로 나도 불리하지 않다고 여기는 수준이거나 현대국가라도 병력수나 인구수, 기술력이 뒤에서 몇 번째 순위인 국가가 나름 규모있는 제국을 상대하거나 하는 경우라면 얘기는 조금 달라지긴 하는데, 사실 현실 역사에서 중국 인구 1억 이상을 달성한 시기가 북송 시절이라는 것을 보면 판타지 세계관의 인구가 그렇게 많지는 않아야 개연성이 있다.

정신계 마법을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현대 국가에도 수뇌부가 있는 만큼 이들을 마법으로 세뇌해버리는 식으로 승리하는 것이다.

어지간히 파격적인 설정이 아닌 한, 판타지에 신적 존재가 있다면 현대인들이 이기기는 매우 어려워보인다. 보통 국지적 재해를 일으킬 수는 있어야 신 취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어지간한 태풍이 가진 에너지량은 수소폭탄 수백 개에 달한다. 현실 종교의 예를 들자면 포세이돈 같은 경우, 해일을 일으켜서 직접적으로 인류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지만,[13] 해류를 바꾸어 급격한 기후변화를 전세계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강력한 포세이돈조차 창조신은 아니기 때문에 지구 상의 종교와 신화가 다루는 신 중에서는 그렇게 권능이 높거나, 강한 편은 아니다.

5.3. 약탈꾼/사기꾼/한탕주의자

판타지 세계와 우리가 사는 세상과 만난다면 분명 판타지/우리 쪽에서 서로의 문명 이기를 욕심내는 자들이 나올 것이다. 그래서 당신이나 주변인이라든지, 아니면 판타지 세계관 사람들에게 사기를 쳐서 거하게 한탕을 치려는 무뢰배들이 있다. 그러면 그들을 조심해라. 특히 마법이 통하는 세상이라면 더더욱 조심할 것. 분명 마법으로 협박해서 삥 뜯으려는 작자들이 나타난다. 이 설정을 차용한 작품의 예시로는 《아웃브레이크 컴퍼니 ~모에하는 침략자~》 등이 있다.

그런데, 현실의 근세에서 벌어진 제국주의 침략 사례에서도 보면 알 수 있듯, 이것은 판타지 세계로 넘어간 현대인, 현대 국가들이 더 거하게 벌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입장에서 흔하고 값싼 물건들이 판타지 국가에서는 매우 귀하게 보일 수 있으므로,[14] 그것을 포장해서 귀한 이권과 바꿔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자원이라면 근세에 용도가 밝혀진 우라늄을 포함한 방사성 원소이다. 현대에 우라늄 함량이 높아 귀하게 여겨지는 피치블렌드의 경우, 과거에는 은광 막장에서 나오는 재수없는 쓰레기 광물 취급 받았다. 따라서 유리 같이 현대인에게는 값싸고 의미가 적지만, 판타지 세계 사람들에게는 귀한 물건을 여럿 안겨준 뒤, '폐광산 하나 주시죠? 어차피 은도 안 나오잖아요?' 식으로 사기를 칠 수 있다.

5.4. 판타지 세계관의 세대 갈등

판타지 세계관과 현대가 조우하면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문제점.

세대차 문서를 보면 10년 전의 기술력도 심각한 세대차를 보이고, 심지어 고대 이집트 유적에서도 '요즘 애들 버릇없다'는 낙서가 발견될 정도로 세대차는 인류의 오랜 숙제였지만 판타지 세계관의 세상은 최소 중세, 높게 쳐봐야 근대 중기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의 문물이 들어온다면 정말 현재의 세대 갈등 같은 건 장난으로 느껴질 수준의 세대 갈등이 일어날 게 뻔하다.

극단적인 예시를 들자면, 〈롤랑의 노래〉를 읽고 마상창시합을 하고 중세식 공성전을 했던 부모 세대가, 이세계에서 들여온 스마트폰, 컴퓨터의 중세 판타지 게임을 보면서 "저런 식으로 공성전을 한다고? 미친 소리!"라고 말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세대 갈등이 안 일어나는 게 이상할 지경이다. 더 현실적으로 생각한다면 판타지 세계에 떨어진 현대인이 일으킬 수 있는 변화는 현대인 천재론을 도입해도 근대를 여는 게 한계인데, 산업 혁명 문서와 구한말의 문학들을 읽어 봐도 알 수 있듯이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와중에 생겨난 세대 갈등도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늘 그렇듯 이런 식의 갈등은 적당히 봉합되기 마련이다. 세대 갈등의 끝판왕 사례 중 하나로 뉴기니 섬을 들 수 있다. 뉴기니 섬의 내륙지방에 살던 원주민들은 골짜기 하나 넘어가면 언어의 어군이 달라질 정도로 험한 지형과 형편없는 인구 부양능력 탓에 신석기 시대 수준에서 문명의 발달이 멈춰있었다. 이들은 항공기가 상용화된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외부 문명세계와 접촉하게 되었는데, 그 시기를 살던 세대는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세대 간 격차를 경험하게 된다. 부모는 식물 줄기를 엮은 옷차림에 돌도끼 차고 다니며 신석기 시대를 살고 있는데 문명세계로 나가서 근대교육을 받은 자식은 양복을 빼입고 항공기를 조종하는 20세기의 인간이 되었다. 자그마치 10만 년의 세대 격차가 생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기니 사회가 세대 갈등 때문에 파국을 맞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반대로 우리가 명절에 고향집 가듯이 20세기 인간이 된 자식세대들이 고향에 가서 신석기 스타일 전통행사에 참석하고, 지푸라기 옷 입고 다니는 부모님께 서양 일상복을 선물로 드리는 훈훈한 융합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건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세대 갈등이 일어난 곳이 뉴기니 섬에 국한되어 있기 때문에 한 세계 전체가 극심한 세대 갈등을 겪는 상황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6. 만약 판타지 세계관의 사람이 지구에 떨어진다면?

판타지 세계관의 사람 역시 이쪽으로 차원이동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역시 위에서 줄창 설명했던 것과는 상황이 정반대로 달라진다. 중세 시대의 사람이 현대에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간단하다.[15]

이렇게 된다면 판타지 세계관의 사람이 당황해서 뭔 짓을 할지도 모르니 일단은 안심시키는 것이 좋다. 상대가 진정했다면, 그 이상 가까이 하는 것보다는 격리시킨 뒤 그냥 전화로 111이나 112에 신고하거나 가까운 경찰서로 가서 신고하면 된다. 격리하는 이유는 우리에 무해하나 상대에겐 치명적인, 혹은 상대에겐 무해하나 우리에겐 치명적인 병원체에 의해 감염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신고할 땐 피부색도, 머리색도, 차림새도 이상한 사람이 못 알아듣는 말을 하며 날뛴다고 하면 일단 올 거다. 그 후 같이 동행해서 보고 들은 것 그대로 진술하면 잘 해결해 줄 것이다. 담당 공무원이 일을 대충하게 되면 아마 이세계인에겐 불행한 처우가 내려질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 신원이 불확실한 무국적자인데 괜히 보호해주면 나중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수틀리면 생물재해로 인해 장르가 아포칼립스나 메디컬로 바뀐다...

많은 창작물에서는 이렇게 하는 대신, 자기가 그 사람을 떠맡게 된다. 그냥 처음부터 숨기거나, 경찰에게 넘기려고 했다가 넘기는 대신 어찌어찌 자기가 맡거나, 혹은 아예 정부가 자기한테 떠넘기거나 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혹시라도 이렇게 되면 일단 그 사람이 누군지, 어떻게 왔는지 알아내고, 그 후에 차차 우리가 쓰는 문물 같은 걸 가르쳐주면 된다. 현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단 신분을 만드는 것이다. 적절한 신분 없이는, 특히 모든 국민에게 13자리 일련번호에 지문날인까지 시키는 대한민국에서는 불분명한 신원으로는 사회활동이 거의 불가능하다시피 하다. 해당 인물이 어려보인다면 한국의 국적법상 대한민국에서 출생한 것으로 간주되어 한국인의 신분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지만, 성인이라면 꽤나 복잡해진다. 하지만 이건 해당 부처 공무원의 문제니 상관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국인과 결혼하는 방법이므로, 아마 이세계인과 첫 만남을 하고 가장 큰 점점을 가졌을 당신의 (법적인) 배우자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경우는 꽤나 난감할 수도 있는데 이쪽은 대량으로 도시 전체, 또는 국가 전체가 우리 쪽으로 왔다는 건데 이럴 때도 당신이 할 일은 간단하다. 당신은 그냥 국가나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만 믿어라. 그럼 그들이 알아서 한다. 물론 당신이 공무원이라거나 한다면 월화수목금금금 확정이다. 뭐 어차피 실제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지만.

그리고 만약 판타지 세계관에서 건너온 사람이 우리 세계에서 우주적 존재에 버금가는 권능을 발현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 인공지능 문서에서 초지능 AI가 등장하면 인류의 운명은 초지능 AI의 손에 달리게 된다는 말처럼 우리 세계의 운명은 그 사람의 손에 달리게 될 수도 있다. 물론 이건 이세계물에서 흔히 나오는 현대인 한 명이 이세계에 가서 치트 능력으로 지식을 퍼트려 세계를 바꾸는 것과 별 차이가 없는 가정이지만.

7. 결론

그나마 여기에 기재한 방법들은 현실적인 여건이나 기반 기술들을 무시한 굉장히 단편화한 서술이고, 조금만 더 현실적으로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 더 많다. 애초에 차원이동 자체가 불가능한데 이제 와서? 과거에 있던 수많은 천재들이 현실적인 벽에 가로막혀 단 한 줄 이름조차 못 남겼음을 상기하자. 그들과 같은 수준의 문명에 떨어진다면 문명의 이기에 대부분의 판단을 기대던 당신은 이들과의 머리싸움에서 밀릴 가능성이 높다. 민주주의 및 태양 중심의 지동설이 대두한 뒤 인정받기 위해 행성들의 궤도를 계산해 수학적 모델을 발전시키고 사람들을 설득하기까지 약 200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 그 과정이 그리 간단했으리라고 보는가?

게다가, 현대 대한민국의 평균적인 중산층 가정이 누리는 각종 생활수준을 따져보면 중세 귀족보다도 나은 점이 많다. 아니, 중세 유럽까지 갈 것도 없이 당장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채만식 작 《태평천하》를 봐도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윤직원 영감은 2010년대로 치면 수십억, 수백억쯤 되는 돈을 우습게 주무르는, 당대 서울 장안에서 내로라하는 갑부임에도 불구하고 자가용 자동차도 없을 뿐더러 휴대 전화는커녕 일반 집전화도 없고,[16] 심지어 신문 구독조차 하지 않는다(그가 지독한 수전노임을 감안해야겠지만). 역시 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심훈 作 《상록수》를 보면 강기천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내용이 있는데, 30년대 당시 자전거는 지금으로 치면 고급 승용차에 맞먹는 사치품이었다. 지금은 누구나 갖고 다니는 휴대 전화조차 80년대까지만 해도 재벌이나 장, 차관급 고위 공직자의 전유물이다시피 했고 일반 서민에게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단적으로 생각해서 1000년 전의 노동자가 지금 미국의 노동자를 보면 아마 "어느 나라 왕이세요?" 하고 물을 것이다.

쓸데없는 소란에 휘말리는 것보다, 주인공 보정을 받지 못한 능력이나 지식도 별 볼 일 없는 일반인으로서 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일단 귀족이 되었다는 것은 그 시대에 가서 권력과 재력을 어느 정도 고루 갖추었을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 현대 시대의 삶과 비교하면 스마트폰도 없고 자전거, 자동차 등 현대 문물의 편리함이 없다는 것은 불편하겠으나 그것은 자기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모든 인간이 다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인 불편함[17]은 없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름대로 그 시대에서 살기에는 우월감도 가지고 다수 서민들보다 생활에도 편리함을 느끼면서 잘 살 수 있다. 이전 문서에서는 단순 우월감과 치질 빼고는 얻을 것이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단순히 21세기 발달한 현대 사회와의 단순 일대일 비교에서만 나온 얘기인 것이고, 본 문서대로 판타지 세계에 떨어진 상황을 가정하여 어차피 21세기 현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 안에서 그나마 최선의 시나리오긴 하다.

결론적으로 이세계물을 현실적으로 따져볼 수록 우리가 중 · 고등학교 시절에 배웠던, 지금은 쓸데없다 여기고 다 잊어버린 공부 내용들이 실은 선인들의 노력을 거쳐 탄생한 인류 역사상의 지식을 농축한 정수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것들을 거쳐 탄생한 현대 인류사회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볼 만도 하다.

사실 당연히 판타지라면 모험과 전투인데 평범하게 현대 생활을 하는 일반인이 할 만한 일이 아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가지 지식들이 뭉쳐 문명을 만들어낸 결과, 인류의 삶이 편안해진 동시에 인간 개개인의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근대인과 현대인의 평균적인 신체 능력 차이가 제법 크다. 평범한 일반인, 아니 운동신경이나 신체적 스펙이 월등히 좋은 사람이라도 갑자기 검 들고 신체적으로 인간보다 월등한 맹수를 뭉텅뭉텅 썰 리가 있나? 물론 판타지 세계가 우리 행성보다 중력이 낮거나,[18]슈퍼맨처럼 황색 태양이 진정한 지구인의 힘을 억제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건 논외.

전투 부분을 빼더라도 여행을 하려면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한다. 말이 안 통한다면 동료를 만들 수도 없고 물건을 살 수도 없으며, 무엇보다 마을에도 못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모험이고 나발이고 떨어진 다음에 몇 년은 언어와 문자를 익히는데 주력하자. 언어의 차이는 현실에서도 꽤나 발목을 잡는 요소인데 하물며 서로 다른 세계 간에야 언어와 문자가 똑같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다수의 판타지물에서는 세계관에서 언어가 자동으로 번역되거나, 자기도 모르게 그 세계의 언어로 말할 수 있게 되는 식의 묘사가 잘 나온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연히 공부는 필수다.

정말 아주 드물게 자신이 목숨을 건 실전을 여러 번 겪은 군인이나 용병 출신이고, 서바이벌 기술과 체술 등에 엄청난 조예가 있으며, 인문학적인 소질도 있어서 문자와 언어를 쉽게 익혔더라도 웬만하면 그냥 위험한 일은 안 해야 좋다. 아무리 집에 돌아가는 길을 찾고 싶더라도 직접 무기들며 모험하기보단, 시간이 오래 걸려도 높은 자리에 오른 뒤 아랫사람이 찾게 시켜야 효율/안전 면에서 좋을 것이다.

다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인간이 몬스터보다 세가 클 때고, 이종족이나 몬스터 등이 완전히 인간을 압박하는 암흑시대라면 이야기가 또 다르다. 예컨데 《베르세르크》 같은 다크 판타지라면 생존 자체가 최우선 목표일 것이다. 그런 극단적인 세상에 떨어졌거나, MEMORIZE환생좌 같은 상태창이 지배하는 세상에 떨어졌다면 위의 문단은 그다지 쓸모가 없다.[19] 사실 따지고 보면 판타지 비슷한 거다

종합하면 이계에서 대단한 인물이 되려면 이계로 넘어가기 전부터 신에 버금가는 능력자인 상태에서 온전히 이계로 넘어가거나 이계로 넘어간 뒤에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얻게 되는 극한의 주인공 보정이 필요하다. 헌데 전자의 경우는 현실에서 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가진 인간이 존재할 수가 없으니 처음부터 불가능하고, 후자의 경우는 가능성이 너무나도 막연하며 자칫 잘못되면 죽음보다 끔찍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그런고로 만약 현실에서 눈앞에 이계로 통하는 포탈이 열려도 자기 삶이 꿈도 희망도 없는 그런 막장이 아닌 이상 그냥 무시하고 원래 세계에서 사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다.


  1. [1] 읽다 보면 판타지가 아니라 그냥 현대인이 중세 시대 어느 국가에 떨어졌을 때의 상황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판타지물이 중세 시대 수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이다.
  2. [2] 그러나 가끔 르네상스(문예부흥)기나, 아주 드물게 증기기관이 실용화된 산업혁명기까지 다루는 스팀펑크 판타지 세계관도 있다. 산업시대 판타지로는 게임 〈페이블 3〉가 있다. 오프닝부터 공장의 매연이 자욱한 왕정 수도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한다. 게임 〈그라나도 에스파다〉, 〈검은사막〉도 작중 묘사되는 문명 수준은 르네상스에 가깝다. 판금 갑옷의 보급이나 화승총의 등장 등이 그 예시.
  3. [3]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1세가 은행을 만들어 모은 돈에서 나온 이자만으로 황실의 사람들이 별도 예산 없이도 살 수 있었다. 한때는 왕실 예산 200년치를 모았다고.
  4. [4] 출처: 《워 사이언티스트》, 토머스 J. 크롬웰, p147-157)
  5. [5] 다만 이건 굉장히 위험한 행동이다. 특히나 사진, 동영상에 찍힌 자신의 영혼이 기계 안에 갇히게 된다고 오해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사진기를 처음 본 원시 부족들, 조선 사람들도 놀라서 사진기를 뺏으려고 싸움을 하기도 했었으니. 거기다 이러한 행동으로 스마트폰의 배터리는 금방 줄어든다.
  6. [6] 이 예금 이자와 대출 이자의 차이를, 예금과 대출의 차이라는 뜻에서 예대 마진이라고 부른다.
  7. [7] 이렇게 언제든지 예금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을 지급준비제도라고 한다.
  8. [8] 흔히 양판소의 검이나 갑옷이 녹는다는 묘사가 있는 걸 보면 1200℃는 넘는다. 다만 이쪽은 드래곤이나 난사하는 것을 볼 때 쉽지는 않을 것이다.
  9. [9] 어느 시기의 루터인가에 따라 다르다. 초기엔 루터도 아직까지는 가톨릭 교회의 개혁을 원했고 정면으로 등을 돌리려 하지는 않았다. 종교개혁, 95개조 반박문 문서 참조.
  10. [10] 육식을 금한 일본이야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도 실제로는 많이 먹었지만 농사 때문에 쇠고기 먹기를 많이 꺼렸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그나마 소고기를 즐길 수 있는 것도 많은 소들이 고기소라서이다. 전근대 사회에서 일소가 주종인 사실을 볼 때, 쇠고기를 먹기는 훨씬 어려울 테고 설령 먹더라도 질길 것이다.
  11. [11] 프리츠 하버의 업적으로 유명한 공중 질소 고정법, 암모니아 제작에 천연가스와 유기용제가 필요하다.
  12. [12] 2016년 기준 대한민국의 비축유는 민간+정부 합쳐 2억 5백만 배럴에 달한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산업통상자원부 출처. 1배럴이 약 158.987리터이므로 2016년 기준 대한민국은 약 32,592,335,000 리터(325억 9233만 5천 리터)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비축유 규모가 세계 4위인 한국조차 비축일수 300일도 채 못 된다.
  13. [13] 이 수준이 되려면 수십 억 톤의 물을 자유자재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14. [14] 제강 능력이 떨어져 다마스쿠스 강이 대단하다고 찬양하고, 저품질 철광석도 어떻게 써 보겠다며 접쇠나 쓰던 시절이다. 현대 제강 기술로 만든 싸구려 마체테만 해도 매우 귀한 물건이 된다.
  15. [15] 이런 류의 작품이 알바 뛰는 마왕님!하고 테르마이 로마이, 엘프 신부와 함께하는 이세계 영주생활이다.
  16. [16] 70년대만 해도 전화 보급률이 낮아서 통장, 반장, 이장 집이나 동네 가게에 전화 1대 놓고 동네 사람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일이 흔했다.
  17. [17] 즉 나는 없는데 다른 사람은 가지고 있는 것, 원래 가난이나 빈곤함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관념이 절대적인 관념보다 더 큰 법이다. 막말로 예를 들어 스마트폰이 없다고 가정할 때 남들 다 갖고 있는데 자기만 없는 거하고 나도 없고 남들도 없는 거, 어떤 게 더 불편한지는 유치원생도 알 수 있는 문제다. 아예 모두가 다 스마트폰이 없는 사회라면 편지나 전서구 등 다른 연락수단으로 대체할 수라도 있지만, 나만 없고 남들은 있으면 자기만 빼고 남들은 서로 연락하면서 자기만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도태된 막장으로만 남을 뿐이다.
  18. [18] 노비타의 우주개척사, 에드거 라이스 버로스
  19. [19] 사실 원론적으로 파고들자면, 차원 이동한 세계에서 최소한이나마 생존이 가능하리라는 생각부터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이고 편의적인 발상이다. 차원 이동한 곳이 용암 위일 수도 있고, 바다 위일 수도 있고, 사막일 수도 있고, 오이먀콘 뺨치는 마이너스 기온의 빙원일 수도 있고, 여행금지국가 안일 수도 있고, 진공의 우주 공간이거나, 블랙홀 근처이거나, 아주 먼 외계 행성이거나, 고온 고압의 맨틀층이거나, 아직도 입증되지 않지만 물리 법칙이 완전히 다른 평행우주 공간이거나, 저그, 타이라니드, 제노모프, 프레데터, 코버넌트, 플러드처럼 공격적인 종족이 살고 있을지, 크툴루 신화의 생명체들이 지상 위를 활보하는 세상인지 누가 알겠는가. 그렇게 된다면 가장 편안한 방법으로 죽기를 바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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