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1. 일반적 의미
2. T. S. 엘리엇의 장시(長詩)
3. 김태영 감독의 영화

1. 일반적 의미

荒蕪地 / Wasteland

개발되지 않은 채 척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거친 땅을 뜻한다. 荒과 蕪, 둘 다 '거칠다, 어지럽다' 를 뜻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친 땅'인데, 단순히 미개발된 것만으로는 황무지라 불리지 않는다. 미디어 매체들에서는 황무지가 나오거나 주요 무대인 곳은 삭막하거나 암울한 분위기인 경우가 거의 대부분.

나무위키에서 '황무지'라는 명칭이 일부 들어간 문서는 다음과 같다.

2. T. S. 엘리엇의 장시(長詩)

Nam Sibyllam quidem Cumis ego ipse oculis meis vidi in ampulla pendere, et cum illi pueri dicerent: Σιβυλλα τι θελεις; respondebat illa: αποθανειν θελω.

For Ezra Pound
il miglior fabbro.


I. the Burial of the Dead

April is the cruellest month, breeding
Lilacs out of the dead land, mixing
Memory and desire, stirring
Dull roots with spring rain.

쿠마이(Cumae)[1]의 무녀(巫女, Sibyl)가 병 속에 있는 걸 보았다. 소년들이 말했다. "무녀여, 원하는 게 무엇인가?", 그녀가 대답하길, "죽는 걸 원한다."[2]

한층 훌륭한 예술가, 에즈라 파운드에게

1장. 죽은 자의 매장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어,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한국어 전문

The Waste Land

영국의 유명한 시인 T. S. 엘리엇이 지은 434줄의 시이며, 20세기의 시 중 가장 중요한 시 중 하나로 꼽힐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시의 제목인 황무지(荒蕪地)는 1차 세계대전(1914-1918) 직후 황폐해진 세계와 시인 본인의 사생활을 의미한다. 여기서 황폐해진 세계란 단순히 전쟁으로 인해 피범벅이 된 황무지라기보다는 정신적으로 불구자가 된 유럽 사회를 가리키는데, 엘리엇은 당시 서구 사회가 '예수의 부활 같은 그 어떠한 부활의 믿음도 더 이상 인간의 일상에 있어 그 중요함과 가치를 제공할 수 없게 되었고, 성(性, sex)이 자손 번식을 위한 목적이 아닌가 아닌 한갓 쾌락을 위한 수단으로 타락했고, 죽음을 통해 불사의 생명을 얻을 수도 없는 비극적 상태'라고 생각하며 이 시를 통해 황폐해진 유럽의 정신적 상황과 현대 문명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자 했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는 첫 행의 암시적(이고 또 어떤 면에서는 풍자적이기까지 한) 시구에 제시되듯이, 삶이 곧 죽음이 되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작가는 구원의 미래를 예견한다. 그러나 망자의 시체에서 어떤 꽃을 피울 것인가의 문제에 있어서는 과거의 전통을 지켜 보고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 속에 스며들어 있는 그 전통적 정신의 유산을 발견해 내려는 관찰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하필 4월이 왜 가장 잔인한 달일까? 4월은 진정한 재생을 가져오지 않고 공허한 추억으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4월은 재생을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재생을 요구하기까지 한다.

엘리엇은 고대의 성배 전설(聖杯傳說)[3]과 웨스턴 여사, 프레이저가 연구한 생명의 원리와 그 부활에 관한 원형 신화(原型神話)를 참조하였다. 엘리엇은 이 원형 신화에서 빌려온 상징을 20세기의 인류 문명의 황폐상과 같은 차원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인은 자신의 개인적고뇌를 보편적 의미로 확산하여 시를 비개인화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결국 이 시는 '성배 전설'이라는 원형 상징을 이용해 20세기 인류 문명의 황폐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접목으로 구원의 미래를 예견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외 '한 줌의 먼지 속 공포를 보여 주리라(I will show you fear in a handful of dust)' 같은 구절이 유명한데, 이것은 시의 전문에서 인용한 쿠마에 시빌(무녀)의 일화와 관계가 있다.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따르면 쿠마에의 시빌은 아폴론 신이 한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하자 손에 모래 한 움큼을 쥐고 거기에 있는 모래알 갯수만큼 오래 살고 싶다고 답했다고 한다. 위 인용문의 각주를 보면 알겠지만 결과는 망했어요(...)

작가인 엘리엇은 본래 이 시의 제목을 '그는 서로 다른 목소리로 세상을 정탐한다(He Do the Police in Different Voices)'로 지으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에즈라 파운드에게 빠꾸먹고 다시 고른 제목이 이것.

이 시는 크게 다섯 개의 장으로 나뉘어진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처음 등장하는 '죽은 자의 매장'.

  • 죽은 자의 매장(The Burial of the Dead)
  • 체스 게임(A Game of Chess)
  • 불의 설교(The Fire Sermon)
  • 익사 (Death by Water)
  • 천둥이 한 말 (What the Thunder Said)

시인 본인의 낭송

링크

배우 알렉 기네스의 낭송

링크

황금의 제국최민재가 지시를 내린 용역들이 재개발 상가 철거를 시작하기 전에 언급된다. 해당 장면

3. 김태영 감독의 영화

김태영 감독이 1988년 찍은 영화로 5.18 민주화운동에 투입된 계엄군의 죄의식과 슬픔을 다루고 있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황무지>는 1980년 광주에 투입된 한 청년이 탈영을 해서 전남 화순 근방의 미군 기지촌에 숨어드는 것으로 시작한다. 암울한 상황은 신대철의 음악과 붉은 황무지를 방황하는 정체모를 인물들의 방황을 잡은 롱 쇼트 화면으로 상징된다. 기지촌의 한 카페에 취직을 한 그 청년은 미군들의 잔인한 놀이와 성적 희롱에 진저리를 친다. 또 그 곳에는 광인이 된 아저씨, 아가씨 등이 부유하고 있다. 그 청년은 때때로 애인에게 시를 써서 보낸다. 그 시는 신동엽의 [껍데기는 가라] 등이었다. 그를 좋아하던 양공주 한 명은 어느 날 미군들에게 끌려가 강간을 당하고, 탈출하려다 그들을 죽이고 만다. 그녀는 잡혀가지만 한국 경찰은 그녀의 편을 결코 들어주지 않는다. 이 일을 계기로 그는 결심을 한다. 자신이 무고하게 죽인 어린 소녀의 마지막 모습을 이젠 더 이상 떠올리고 싶지 않았고, 세상에 더 이상 희망을 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께 전화를 한 후 그는 광주 영령들이 묻혀있는 묘역에 가서 분신 자살을 하고 만다. #


  1. [1] 티레니아해 해안가에 있는 마그나 그라이키아의 옛 도시이다. 기원전 8세기에 에우보이아에서 온 거주민들에 의해 세워진 쿠마이는 이탈리아 반도에 세워진 최초의 그리스 식민지 및 쿠마에 무녀가 있던 곳이다. '쿠메', '쿠마이', '쿠마에' 등으로 전사된다.
  2. [2] 로마 제국의 문장가 페트로니우스의 《사티리콘》에서, 로마의 유명했던 무녀였던 쿠마이의 시빌(Sibyl, 이후 그녀의 이름은 무녀를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변함)은 소원을 말해보라는 아폴론 신에게 영원한 삶을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아폴론은 그 말을 들어주었지만, 그에 해당하는 영원한 젊음을 주지 않아 시빌은 늙어서 병 안에 들어갈 정도로 쪼그라들어도 죽음을 맞지 못하는 지옥같은 삶을 살게 된다. 위의 글은 《사티리콘》에서 엘리엇이 인용한 제사(題詞, epigraph - 나무위키의 최상단 인용문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묘비명(epitaph)과는 다른 것이니 주의)이다. 이 문장은 그리스어와 라틴어로 적혀 있는데, 엘리엇은 독해의 난이도를 높이고자 이 시에 독일어, 프랑스어, 라틴어, 그리스어 등의 언어를 의도적으로 섞었다.
  3. [3] 아서왕의 성배 전설과는 약간 다르다. 늙고 병든 왕이 통치하는 나라에 재앙이 일어난다. 왕은 재앙을 물리칠 지혜롭고 힘센 젊은이를 찾고 있다. 성배 전설은 성배(聖杯)를 얻은 자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전설이다. 마침내 성배를 가지고 한 젊은이가 나타나 재앙(전염병 혹은 외부의 침입)을 물리치고 왕의 공주와 결혼하여 새나라를 만든다. 엘리엇은 현대 사회의 재앙을 '황무지'에 비유한 다음,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듯 새로운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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