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만

Saruman the White
백색의 사루만

1. 개요
2. 출신과 초기 활동
3. 반지의 제왕에서의 활동
4. 능력
5. 사루만의 의도
6.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7. 영화 호빗에서
8. 기타

1. 개요

소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마법사 혹은 현자이다. 가운데땅의 마법사들 중 가장 박학다식했다고 알려져 있으며, 능력도 뛰어났다. 사우론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백색 회의(the White Council)의 의장으로서 가운데땅에서 활약했다. 주로 아이센가드(Isengard)라는 요새에 거주해 있었으며, 반지 전쟁 당시에는 변절하여 반지 원정대 활동을 방해하지만 몰락하게 된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는 크리스토퍼 리 경이 배역을 맡았다.

2. 출신과 초기 활동

이스타리

사루만

간달프

라다가스트

로메스타모

모리네타르

사루만은 간달프라다가스트처럼 사우론을 견제하기 위해 서녘(the West)[1]으로부터 가운데땅으로 파견된 마이아 중 하나이다. 이렇게 파견된 마이아들을 이스타리(Istari)라고 부르는데, 그 중에서 유일하게 파견을 자청했다고 전해진다. 파견 이전에는 난쟁이들의 아버지이자 기술의 신 아울레를 섬겼다고 한다.[2] 사루만(Saruman)[3]이라는 이름은 파견 이후 인간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반면, 쿠루니르(Curunír)와 쿠루모(Curumo)는 각각 신다린퀘냐식 이름으로서 전자는 가운데땅의 요정들이, 후자는 서녘에서 불리던 이름이다. 세 이름은 모두 '기량이 뛰어난 자(the Man of Skill)'라는 뜻이다.

사루만은 3시대 중엽(TA1000)에 다른 네 마법사들과 함께 회색 항구에 도달한다.[4] 다섯 마법사들은 서로 다른 색의 의복을 입고 있었는데 사루만은 흰색이었고 그래서 백색의 사자(the White Messenger)라고 칭했는데, 후에 사루만이라는 이름에 붙어 백색의 사루만(Saruman the White)이 된다.[5] 당시 사루만은 마법사들 중 가장 높은 사람으로 여겨졌으며 검은 머리[6]에 아름다운 목소리와 고상한 의용(儀容)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동시에, 사루만이 질투가 있고 자존심이 강하다는 묘사가 함께 전해진다. 마법사들이 항구에 도착할 때 안내한 요정 영주 키르단(Cirdan)은 다섯 마법사 중 가장 마지막에 배에서 내린 수수한 차림의 회색 사자(the Grey Messenger)에게서 본질의 위대함과 깊은 지혜를 보고[7] 불의 반지 나랴(Narya)를 건네준다. 훗날 사루만이 이것을 알아채고 질투했다고 한다.

사루만은 마법사들 중에서도 박학다식하고 기술력이 뛰어났다. 마법사들의 주적 사우론 역시 아울레 휘하의 마이아로서 뛰어난 장인이었기 때문에 사루만은 악의 견제에 비상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면 때문에 제3시대 중말엽[8] 다시 시작된 사우론의 준동에 대항하고자 창립된 백색 회의에서 의장으로 선출된다. 그러나 정작 백색 회의를 제안했던 갈라드리엘은 백색 회의의 의장으로는 간달프가 더 적격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것 역시 사루만의 질투를 부추겼고 간달프 또한 원치않아 양보하였다. 가운데땅에 파견된 사루만은 초기에 청색의 마법사들과 함께 동쪽으로 향했다가 돌아와 곤도르에서 활동했다. 사루만은 곤도르에게 서쪽 수비의 강화를 이유로 자신이 지낼 요새, 즉 아이센가드(Isengard)를 달라고 요청한다. 곤도르는 사루만에게 아이센가드의 탑, 즉 오르상크(Orthanc) 열쇠를 건네주면서 서쪽의 방어를 일임하였다. 이를 통해 사루만은 오르상크 뿐만 아니라 오르상크에 안치되어 있는 팔란티르까지 얻게 되었으며 사루만은 이를 매우 소중하게 여겼고 비밀리에 사용했다.

비록 사우론의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출범한 백색 회의의 의장이었지만, 사루만은 절대반지는 대해[9]에 수장되어 찾을 수 없고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때부터 이미 사루만은 절대반지를 갖겠다는 야욕이 있었으며, 의도적으로 사우론의 견제를 억제하고 있었다. 이는 사우론의 확장된 세력을 잘 파악하면 절대반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사우론이 먼저 반지를 갖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에 백색 회의의 주장대로 돌 굴두르를 공격하여 사우론을 서쪽에서 축출한다. 그러나 사루만은 팔란티르를 비밀리에 사용하면서 결국 사우론과 마주쳐야 했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사우론과 서부 세력 간의 이중 첩자가 된다.

한편, 사루만은 간달프를 시기했기 때문에 간달프의 행동을 감시할 첩자들을 붙였다. 이 때문에 사루만은 에리아도르에 호빗 마을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브리(Bree)와 남파딩(Southfarthing)에 첩자와 하수인들을 심었다. 동시에 그는 적과 내통하여 로한(Rohan)을 괴롭혔다.

3. 반지의 제왕에서의 활동

소설 반지의 제왕의 시간적 무대가 되는 반지 전쟁(the War of the Ring) 시기에 이르러 사루만은 로한의 왕 세오덴을 조종하여 로한을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또한 그는 '순진한' 라다가스트를 이용하여 간달프가 제발로 찾아와 절대반지에 대해 조언을 구하러 오게 만든다. 그가 정말로 찾아와 절대반지의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논의하고자 하자 본색을 드러내고, 의견에 동의하지 않았던 간달프를 억류한다. 변절한 뒤로는 스스로를 다색의 사루만(Saruman of Many Colours), 반지 제작자 사루만(Saruman the ring maker)이라 칭하며 옷도 겉으로 보기엔 흰색이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색들이 뒤섞인 옷을 입게 된다. 이는 자신의 순수성과 위대함을 잃어버렸음을 드러낸다.

사루만의 본래 계획은 사우론보다 절대반지를 먼저 얻는 것이었다. 그는 간달프를 회유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에 간달프가 협력을 거부한 채 탈출하여 온 서부 세력에 사루만의 변절을 알린 것은 타격이 되었다. 동시에 사루만은 절대반지를 찾는 데 협력을 요구한 마술사왕에게도 거짓말을 하다 들통이 나서[10] 이중 첩자로서의 변절이 양측에 모두 알려지게 되었다. 사루만은 절대반지를 찾는 데 공을 쏟았지만 결국 에뮌 무일(Emyn Muil)에서 반지를 뺏는 데 실패하게 된다.

사루만은 계획을 바꿔, 우루크-하이를 내세워 본격적인 전쟁 태세를 갖춘다. 로한이 그의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자, 사루만은 로한을 선제 공격한다. 그러나 헬름협곡에 보낸 대군이 나팔산성 전투에서 거짓말처럼 전멸당하고, 팡고른 숲을 벌목한 것에 대해 분노한 엔트들이 로한과의 전투 때문에 사실상 비어 있었던 아이센가드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결과적으로, 사루만은 사실상 완전히 패배한다. 엔트에 의해 탑 위에 갇혀있던 사루만은, 곧 세오덴 왕과 함께 자신을 찾아온 간달프와 마주하게 된다. 모든 것을 잃은 사루만은 마지막 남은 힘인 언변의 힘으로 세오덴을 설득하려 하나[11], 이조차 실패한다. 분노한 사루만은 로한 왕가와 왕족들을 상대로 온갖 욕설과 폭언을 퍼붓는다. 간달프는 사루만에게 속죄할 기회를 주지만 사루만은 모종의 이유로 이를 거부한다. 이에, 간달프는 지팡이를 부러트리고 신성회의로부터 사루만을 박탈한다.[12] 사루만의 종복인 그리마가 홧김에 간달프한테 팔란티르를 던져버려서, 팔란티르를 주워든 간달프는 탑 위에서 들려오는 사루만의 처절한 비명을 듣고는 비아냥을 담아서 사루만을 동정한다.

이후 아이센가드를 탈출[13]하고 그리마와 노숙자 신세로 방랑한다.[14] 간달프, 호빗, 갈라드리엘, 켈레보른이 아이센가드에서 로한 영지로 돌아갈 때 이 추레한 신세의 사루만을 마주친다. 간달프는 도와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사루만은 이를 단칼에 거절한다. 이 와중에도 메리아독이 아이센가드에서 전리품으로 가져갔던 담배쌈지를 뜯는 뻔뻔함을 보인다.

종국에는 샤이어에서 순진한 호빗들을 구워삶아 샤르키(Sharkey)라고 불리는 폭력배 두목이 된다. 샤이어와는 이전부터 연초(담배) 암거래로 맺어진 사이였다.[15] 마약왕 사루만 일행들이 깊은골을 경유하는 틈을 타서 한발 앞서 샤이어로 간다. 자신 휘하에 남아 있던 남부인들[16]을 통해 샤이어를 지배하며 난장판을 만든다. 이유는 다른 거 없고 프로도 일행에 대한 복수... 하지만 바이워터 전투로 그마저도 실패하고, 자신에게 자비심을 보이는 프로도를 그가 방심한 틈에 칼로 찔러서 죽이려고 하나 프로도가 입고 있던 미스릴 갑옷에 막혀 실패한다. 그래도 끝까지 자신에게 자비를 보여주는 프로도에게 감탄한 그는 내가 졌으니 영원히 샤이어를 떠나며 다시는 너희들을 못살게 굴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그리마를 불러서 마을을 떠나려고 한다. 하지만 프로도는 머뭇거리는 그리마한테 그 영감을 따라가봤자 또 부려먹힐텐데, 당신은 우리에게 직접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원한다면 샤이어에 머물다가 편할 때에 떠나가도 좋다고 한다. 이에 그리마가 망설이자 사루만은 코웃음을 치며, 여드름쟁이 로소를 죽인 게 누군지 알아도 저놈들이 널 반겨주겠냐고 한다. 그리마가 다 당신이 시킨 대로 한 게 아니냐고 하자, 당연히 넌 샤르키가 시키는 대로 하니까 얼른 따라오라며 몸을 돌리는데, 결국 악에 받친 그리마한테 등에 칼을 맞아서 비명도 못지르고 죽어버린다. 불멸자이자 신적 존재인 마이아임을 생각하면 참으로 하찮고 비참한 최후라고 할 수 있다. 명색이 마이아라서 그런지 시체는 남지 않고 영혼은 연기로 화해 서쪽 발리노르에 돌아가고자 했으나, 거절당해 연기로 흩어져 사라져버린다. 단 이것도 사망한 것은 아니며, 절대반지가 파괴된 사우론이 '사악하나 무력한 영'으로 살아갈 거라고 언급되니 사루만 역시 비슷한 처지가 됐으리라고 추측된다.

4. 능력

모든 마법적인 것들에 대단한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온갖 왕족과 왕국에서 전해져 오는 지식들과 권력과 힘에 대한 지식을 탐닉했다. 그러나 사루만의 많은 힘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은 사람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는 언변의 힘이었다. '목소리 그 자체가 마법'이라고 한다. 마음이나 의지가 약한 일반인을 상대로는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마치 아름다운 음악이나 선율이 들리듯이 상대를 자신의 목소리로 유혹하고 묶어버려서 자신의 의도에 따를 수밖에 없게 만든다고 한다. 속되게 말해 매우 강력한 마인드 컨트롤이다.

소설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묘사되는 것은 그가 마지막에 세오덴에게 말을 걸었을 때이다. 간달프 주위에 있던 많은 로한 기사들은 사루만의 목소리에 사로잡혀버렸다. 세오덴이 사루만의 평화 협정 요청을 거절하고 비난할때 기사들이 세오덴의 목소리가 사루만에 대비해 마치 까마귀의 목소리처럼 들려서 깜짝 놀랐다는 묘사가 나온다. 아라고른이 평하길, 사루만과 일대일로 대면해서 멀쩡할 사람은 간달프, 엘론드, 갈라드리엘이 전부라는 듯하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셋 다 요정의 힘의 반지 소유자다.

그만큼 원래 그의 말에는 엄청난 권능이 있었으나 악행이 드러난 후에는 힘이 떨어져서, 이 능력을 발휘해 간달프와 세오덴을 조종해보려고 하지만 세오덴한테는 "당신 마법은 약효가 떨어진 모양이군. 다른 곳으로 가보시오."라는 말을 들었고, 이에 순식간에 사람이 싹 달라져서 패드립을 첨가한 매도를 퍼붓고는 혼신의 힘을 다래서 간달프한테 말을 걸어보지만[17] 간달프는 한바탕 웃고는 "이제 보니 당신은 왕 앞에서 어릿광대나 했어야 할 사람이었소."라고 하면서 굴욕샷만 찍어주었다. 간달프는 그 이유를 "한 사람이 폭군과 자비로운 조언자의 역할을 동시에 '연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신의 때가 무르익으면서 그 어느 역할 하나도 집중해서 제대로 할수가 없다고.

5. 사루만의 의도

사루만은 타락했고 실제로 사우론과 동맹을 맺은데다 특히 영화판에서는 그가 완전히 사우론에게 항복해 그의 쫄따구가 되버려서 하인처럼 그의 명령에 다 복종하는 꼭두각시처럼 보여지지만 사실 그는 일방적으로 사우론에게 굴복한 것이 아니다. 사루만의 오만함이야 천성적이었다는 암시가 곳곳에 등장하나, 궁극적으로 사루만은 인간과 요정을 계도하라는 명령을 받은 아이누로서 절대적인 철인(philosopher)이 되어 가운데땅의 민중들이 이상적인 세계를 가꾸는 데 기여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사루만이 간달프를 회유하면서 본심을 드러낼 때 잘 묘사되어 있다.

'"And listen, Gandalf, (...) A new Power is rising. (...) There is no hope left in Elves or dying Númenor. This then is one choice before you, before us. (...) As the Power grows, its proved friends will also grow; and the Wise, such as you and I, may with patience come at last to direct its courses, to control it. We can bide our time, we can keep our thoughts in our hearts, deploring maybe evils done by the way, but approving the high and ultimate purpose: Knowledge, Rule, Order; all the things that we have so far striven in vain to accomplish, hindered rather than helped by our weak or idle friends. There need not be, there would not be, any real change in our designs, only in our means."

"들어보시오, 간달프. (...) 새로운 세력이 떠오르고 있소. 요정이나 쇠락해가는 누메노르에게 희망은 없소. 당신에겐,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하나요. (...) 이 세력[18]이 성장하면 검증된 아군들도 늘어날 것이오. 당신과 나와 같은 현자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려 마침내 이 힘이 갈 방향을 제시하고 통제할 수 있을 것이오. 우리는 마음 속에 우리의 생각을 간직한 채 때를 기다릴 수 있소. 과정 속에서 일어날 지 모를 악행은 개탄스럽겠지만, 고상하고 궁극적인 목표인 지식과 규율, 질서를 얻어낼 것이오. 도움은 못 줄 망정 방해나 일삼아온 약하고 어리석은 친구들 때문에 우리가 번번이 놓친 것들 말이오. 우리의 계획에 사실상 변한 것은 없고, 변할 필요도 없소. 그저 수단만을 바꾸면 되오."

-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 '엘론드 회의' 中

사루만은 가운데땅의 계도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마이아의 제한적 힘 그 이상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일어날 반동을 억누르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필요로 하는 큰 힘(Power)은 절대반지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생각했다. 사루만은 이때 발생하는 비도덕적 행위는 결과만 좋으면 용서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위의 말을 뱉은 사루만에게 간달프는 '적(Enemy)이 우리를 회유할 때나 쓰는 말이군'이라면서 단박에 거절한다. 간달프의 반대되는 생각은 '거대한 힘이 악을 막는 것이 아니라 민중의 소소함과 욕심 없는 삶이 악을 막는다'는 표현으로 대표된다.[19] 톨킨은 궁극적으로 사루만의 이 생각이 '타락한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이것이 반지의 영향력이라고 말했으나, 재미있는 점은 사루만은 소설 내에서 직접 절대반지를 만져본 인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루만의 이 '타락'이 과연 사우론의 감언이설에 의한 것인지, 사루만 스스로의 것인지, 혹은 절대반지의 간접적 영향력인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다.[20]

이러한 이유 때문에 사루만은 사우론과 표면상으로는 동맹이지만 사실은 '경쟁' 구도에 있었다. 휘하의 우루크-하이들이 모리아와 모르도르 측 오크들에게 반지를 넘기지 않고 호빗들을 아이센가드로 끌고 오라 명령했다는 점에서 명료하게 드러난다. 아라고른"그 사이에 곤도르가 끼어 있지 않았다면 아이센가드와 모르도르가 서로 치고 받으며 싸웠을 것"이라고 했고, 그 말을 들은 김리는 "그 사이에 우리 친구들만 안 끼어 있었으면 참 재미있게 구경했을 텐데 말이죠."라며 퍽 아쉬워했다.[21] 결과적으로 사루만이 이중 첩자 노릇을 하는 것이 모두 들통나자 사루만은 사우론의 복수를 두려워했다.

결과적으로 그는 사우론에게 항복하여 그를 섬기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협력하는 척 하면서 자신이 그보다 먼저 절대반지를 탈취함으로 더욱 큰 힘을 얻어서 사우론까지 자신이 직접 멸망시킨 뒤 중간계를 정복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이다.

사루만은 왜 타락하였나

그의 몰락과 죽음에 대하여

6.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실사영화 배우는 크리스토퍼 리 경이 맡았다. 크리스토퍼 리는 톨키니스트로써 원래는 간달프 역을 맡고 싶어했으며 영화 스태프들 중에서 유일하게 원작자인 톨킨과 면식이 있었다. 였던 그는 그 당시 톨킨한테, 만약 먼 훗날 반지의 제왕이 영화화된다면 자기가 간달프 역을 맡으면 어떻겠냐고 물었고, 결국 톨킨한테 "흠, 자네라면 정말 잘 어울리겠어."란 평을 들었다. 이 말을 들은 크리스토퍼 리는 죽을 때까지 자신이 원작자에게 간달프 역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배우로 인정받은 사실을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영화 제작 땐 메이크업 부서로 달려가서 자신이 알고 있는 각종 캐릭터와 크리처에 대한 디자인을 전부 알려줬다고 한다. 그러나 이언 매켈런 경이 더 어울린다고 판단되자 주저하지 않고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배역을 양보했다.

한국판 성우는 유강진(반지 원정대 KBS판), 김기현(두 개의 탑 SBS판)인데 유강진은 두 개의 탑에서 간달프를 맡았고, 김기현은 크리스토퍼 리와 겹치는 배역이 많고 외모까지 닮은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왕의 귀환은 무삭제판이 아닌 극장판을 방영했기 때문에 나오지 않는다.

영화 내에서도 사루만의 행보는 일반 개봉판과 확장판의 결말이 완전히 다른데, 영화상에서 바이워터 전투가 전부 생략되었기 때문에 사루만의 마지막 행보는 생략되었다. 영화관에서 상영된 극장판 기준으로, 사루만의 행보는 아이센가드가 몰락하고 탑에 갇힌 것으로 더 이상 언급이 없지만 왕의 귀환 확장판에서는 사루만의 최후를 다루는데, 아이센가드에서 사루만을 회유하러 온 간달프에게 맞서 실랑이를 벌이다 그리마의 칼에 목숨을 잃고 그리마는 그직후 레골라스의 활에 맞아 죽는다.[22] 이는 바이워터 전투가 없는 영화상의 각색과 원작상의 최후를 결합한 결과이다. 이 때 최후가 제법 처참한데, 악에 받힌 그리마에게 등에 칼을 맞고 아래로 떨어져 물레방아에 몸이 관통당하며, 결국 물레방아가 돌아가 물 속에 처박히게 된다.[23] 세 번(칼, 물레방아, 물) 죽는 이 연출은 마법사를 죽이려면 세 번 죽여야 한다는 중세 전승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은근히 기계 문명을 암시하는 사루만이 되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물레방아에 꽂혀 죽었다는 상징성을 띄고 있기도 하다.

사루만이 그리마에게 칼을 맞을 때 내는 숨 소리는 크리스토퍼 리가 2차 대전 때 자신이 많이 듣던 소리를 흉내낸 것이라고 한다. #참고 크리스토퍼 리는 SAS 및 특수작전실행부(SOE) 출신이다.[24] 2차대전 중에는 북아프리카 전역을 치렀고, 전역 후에도 나치 검거에 나섰다. 피터 잭슨이 크리스토퍼 리에게 해당 장면에서 '비명을 지른다'고 지시하자, 피터 잭슨에게 "사람이 칼에 등을 찔렸을 때 내는 소리를 들어본 적 있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그는 피터 잭슨에게 세계 대전의 이면을 들려주면서 "나는 들어본 적 있다. 그리고 뭘 해야 하는지(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도 알고 있지."라며, "사람은 칼에 등을 찔리면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실제로는 공기가 폐에서 빠져나와 큰 소리 없이 '신음'한다."라고 설명해주었다. 피터 잭슨은 본인이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정확히 아는 크리스토퍼 리에게 더 이상 지시하지 않았고 크리스토퍼 리는 말한대로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고 한다.

여담으로 사루만의 오르상크 탑에서의 최후를 지지한 사람은 다름아닌 사루만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리라고 한다. 굉장히 공들인 장면인데, 극장 개봉 시에 잘려나가서 많이 섭섭해 했고, 덕분에 영화 스태프들이 나중에 크리스토퍼 리를 달래느라 엄청 고생했다고 한다. 이로 인해 개봉 당시 반지의 제왕 원작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사루만이 안 죽고 그냥 골방 노인으로 지내다 끝나는 걸로 오해하기도 하였다.

사루만의 가장 좋은 능력은 목소리라고 하는데, 사루만을 연기한 크리스토퍼 리는 원래부터 상당히 훌륭한 발성을 가지고 있었데다 들어보면 알다시피 그의 목소리 톤 자체는 정말 가장강력한 최종보스에 어울릴법한 엄청난 카리스마가 넘치고 간지 포스가 철철 뿜어져나온다. 본래 성악가 지망생이었는데[25] 경제적 사정 때문에 꿈을 이루지는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보컬 트레이닝을 받고 다방면의 연기 경험을 쌓으며 터득한 능력인지라, 영화에서도 사람을 압도하는 발성이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원작과 영화를 모두 본 팬들 사이에선 '저런 목소리니 사람을 조종할 수 있지'라는 말도 나왔었다.

이에 대한 절묘한 패러디물로는 구석에 몰리자 트롤송을 합성한 노래로 현혹시키려고 용쓰다 죽은 사루만도 있다. 뭐라 말로 형언할 수 없는 기괴한 싱크로율이 돋보이는 영상.

한 가지 또 원작과 다른 영화에서의 표현은 사루만의 옷 색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원작에서 묘사된 바에 의하면 비눗방울같은 다색이다. 대신 영화에서는 수염이 점점 거뭇거뭇해지고 옷이 조금씩 닳아가며 회색 비스무리하게 변해간다. 간달프와 권능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소소한 장치. 원작을 그대로 묘사하면 자칫 유치할 수도 있고 제대로 표현이 안될 수도 있다고 판단해서 나온 결과로 보인다.

영화에서 사루만의 지팡이는 그의 연고지인 오르상크 첨탑과 의도적으로 닮아 있다. 사루만이 우루크-하이 군대를 오르상크 첨탑 위에서 바라보는 씬은 <의지의 승리>를 암시한다. 우연일지 배우의 이미지 때문일지, 스타워즈에서 같은 크리스토퍼 리가 연기한 두쿠 백작과 테크가 비슷하다. 양쪽 다 3부작 시리즈의 중간보스로, 본래는 고귀하고 위대한 인물이었지만 강한 힘에 굴복해 타락, 제2편에서 양산된 대군을 통솔하며 잘 나가다가, 제3편 초반에 끔살로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등...

7. 영화 호빗에서

영화 호빗: 뜻밖의 여정에서도 당연히 등장한다. 역할은 재수없는 꼰대에 고지식 그 자체. 간달프가 라다가스트에 대해 언급하자 라다가스트를 미친 놈 취급하고 라다가스트가 가져온 앙그마르의 마술사왕의 칼을 보여주면서 강령술사(사우론)에 대해 언급하자 웬 인간이 강령술사를 흉내낸다고 딱 잘라서 반박한다. 그리고 사루만이 처음으로 등장할 때 아이센가드의 테마곡이 작고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흐른다. 앞으로의 타락을 암시하는 복선.

이 장면을 촬영할 때 크리스토퍼 리는 뉴질랜드에 오지 않았기에 대역을 써서 이 장면을 촬영하고, 런던으로 가서 크리스토퍼 리를 다시 따로 찍어서 합성해야 했다. 촬영장으로 나오는데 지팡이를 써서 절뚝거리며 나오는 모습을 보니 역시 많이 노쇠한 듯하다. 이때 주위의 다른 스탭들이나 감독과 하는 대화가 의외로 재미있다. 동시에 촬영해야 하는데 대화하느라 정신이 없는 크리스토퍼 리를 상당히 불편하게 바라보는 촬영감독의 표정이, 시계도 바라보고 크리스토퍼 리도 바라보고 걱정이 늘어진 표정이다.

호빗: 다섯 군대 전투에서는 아홉 나즈굴에게 간달프갈라드리엘이 포위되자 백색회의 멤버로서 엘론드와 함께 위풍당당하게 등장, 이후 단 둘이서 아홉 나즈굴을 상대로 우주관광을 태워버린다. 화려한 봉술로 한 번에 둘 이상의 나즈굴을 두들겨 패대기치는, 실로 간지폭풍의 액션씬에 많은 관객들이 저 양반이 내가 알던 반지의 제왕의 그 할아범이 맞냐며 환호성을 질렀다.[26][27] 사우론과 마법 배틀을 보여줄 거란 예상과 다른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 위치는 네냐의 권능을 사용한 갈라드리엘로 넘어갔다. 다만 나즈굴을 철저하게 관광태움으로써 괜히 사우론과 패권다툼을 하던 존재가 아님을 제대로 각인시켜 주었다.[28][29] 사우론이 물러간 뒤 백색회의의 일원들이 훗날을 염려하자 '사우론은 내게 맡겨두시오'라고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반지의 제왕 시점에서 사루만이 타락해 버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의미심장한 부분.

그후 결국 크리스토퍼 리는 2015년 6월 7일 사망했고, 영화 호빗: 다섯 군대 전투는 그의 유작이 되었다.

8. 기타

사우론과 이름이 비슷해서 사우론맨(...)같은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현실에도 히틀러, 히믈러의 사례가 있다.

일본에서는 사루가 원숭이의 일본어 단어라 원숭이맨이라는 별명이 만들어진다.


  1. [1] 발라마이아, 요정이 사는 '불사의 땅'(Undying Land), 발리노르(Valinor)를 말한다. 발리노르는 가운데땅을 기준으로 서쪽 멀리 있(었)다.
  2. [2] 사우론 역시 그랬다. 훗날 사루만이 타락하고 몰락하는 것을 생각하면 기묘한 일치이다.
  3. [3] 고대 영어(Anglo-Saxon)에서 능숙하다는 뜻의 s(e)aru- 로부터 영감을 얻은 이름이라고 추정된다.
  4. [4] 다섯 이스타리 중 사루만이 혼자 가장 먼저 회색항구에 도착하였다고 한다.
  5. [5] 물론 이 이름은 훗날 창립되는 백색 의회의 의장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6. [6] 훗날 반지 전쟁 시기에는 머리가 희어져서 흰 머리에 흰 수염이다.
  7. [7] 키르단은 가운데땅의 모든 생명체 중 가장 뛰어난 통찰력을 지녔다
  8. [8] TA2463 혹은 그 부근.
  9. [9] 안두인 강
  10. [10] 마술사왕이 절대반지를 쫓아 브리로 찾아갔다가 사루만의 첩자를 붙잡았고, 그 첩자는 결국 모든 것을 실토했다.
  11. [11] 이 때 그의 마력이 강력해서 사루만의 가장 큰 피해자들인 로한 기사들조차 사루만에게 설득당한다. 그러나 제3자이자 억센 난쟁이인 김리는 아주 역겨워하면서 아이센가드에서 하는 말은 반대로 해석해야 된다고 말한다 그러자 순식간에 가면이 벗겨지면서 넌 구석에 찌그러져 있으라고 하는 건 덤..
  12. [12] 간달프가 "사루만, 네 지팡이는 부러졌다."라고 말하자 지팡이가 복종하듯 뚝 부러진다. 이후 신성회의 의장직은 간달프에게 넘어간다.
  13. [13] 그 말빨로 지속적으로 나무수염을 설득해서 기어이 아이센가드에서 풀어주게 만들었다. 무서운 점은 나무수염이 본인이 생명을 가두는 것을 싫어서 스스로 풀어줬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14. [14] 이 때 흰 옷이 더러워진 것인지 원래 회색이었는 지 분간조차 가지 않았다고 한다.
  15. [15] 아라고른은 남파딩산 최고급 담배를 사루만이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궁금해했다.
  16. [16] 브리에서 악연으로 잠깐 엮였던 빌이라는 불한당을 포함한 브리의 깡패들과 테드 샌디맨같은 배신자 호빗도 여기 끼었다.
  17. [17] 이때는 세오덴마저 사루만의 술수에 넘어가서 간달프가 자신들을 등질 것이라고 믿었다.
  18. [18] 새롭게 부상하는 세력, 즉 사우론의 세력을 의미한다.
  19. [19] 영화 호빗에서 간달프가 갈라드리엘에게 이 말을 한다. 소설 반지의 제왕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소소한 삶의 소중함'으로서, 사루만은 소설의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도입되는 정반대 사상의 대표이다.
  20. [20] 잘 들여다보면 절대반지에 의한 인물들의 타락은 모두 '나름의 이유'가 존재한다. 심지어 골룸도 '생일선물(...)'이라는 합리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점에서 사루만은 자유롭지 못하다. 이러한 절대반지에 대한 욕망과 그 합리화는 반지의 제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쟁점이나 영화에서 이걸 성공적으로 담아낸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사루만이 사우론의 종복이 되는 정도의 설정으로 그쳐야 했다.
  21. [21] 근데 굳이 곤도르가 아니더라도 로한이 있고, 만약 아이센가드와 모르도르끼리 치고박다 하나가 이기면 감당할 수 없는 악의 축으로 부상했을 테니...
  22. [22] 보통 일반 상영판은 확장판에서 그냥 몇몇 장면이 짤려서 간추려진 정도지만 이 장면에선 아예 간달프의 대사까지 완전히 틀리다. 그 씬에 촬영자체를 두개 버젼으로 아예 따로 찍은듯 하다. 확장판에선 간달프가 탑꼭대기에 있는 사루만과 대면한뒤 그에 지팡이를 파괴하지만 상영판에선 사루만이 위에 갖혀있다는 나무수염의 말에 김리가 당장 조져버리자 라고 하자 간달프는 '그럴 필요는 없다. 그는 이제 아무런 힘이 없다.'며 엔트들에게 그의 감시를 부탁하는 걸로 나온다. 상영판을 따른다면 사루만은 언젠가 재기할 수도 또는 가련한 노인으로 남을 수도 있는 여운을 남기고 확장판을 따른다면 사루만은 독설을 퍼붓고 결국 최후를 맞이한다는 내용이다.
  23. [23] 원작에서는 그리마가 사루만의 목을 긋는다.
  24. [24]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에게 저항하는 레지스탕스/빨치산들을 지원하는 부서. 크리스토퍼 리는 본래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 싶어서 공군에 지원했지만, 상부에선 리의 뛰어난 어학 실력을 놔두기 아깝다며 정보 장교 보직을 맡겼다.
  25. [25] 노년에는 성악도 하고 파워 메탈 앨범을 낸 적도 있다.
  26. [26] 정말 지팡이를 화려하게 돌리거나 휘두르면서 나즈굴들을 자진모리 장단으로 두들겨팬다. 이 때 지팡이질 한 방에 돌기둥이 작살나는 걸 보면 이 할아버지도 간달프 못지않은 힘법사인 듯(...) 자세히 보면 간달프처럼 지팡이로 충격파나 실드마법도 구사한다. 특히 실드는 간달프처럼 미리 자세를 잡거나 힘을 모으는 액션없이 자동으로 발동하는 걸 보면, 이 시점의 사루만은 간달프보다 확실히 강한 것 같다.
  27. [27] 거기다 백색회의 수장이기도 했으며 그 이스타리 중에서 가장 강한 백색 마법사이기도 했으니 충분히 강할만도 하다. 거기다 다른 때도 아니고 나즈굴과 같은 사우론의 수하들과 싸우는 것이니 제약을 받을 필요 없이 마음껏 싸울 수 있었을 것이다.
  28. [28] 그리고 주문을 외우거나 하는 모습은 안 나왔지만, 갈라드리엘이 힘을 과하게 쓴 반동으로 쓰러질 때 사루만도 같이 비틀거렸다. 첨언하자면 같이 있던 엘론드는 아무런 반동이나 힘을 소모하는 모습 없이 멀쩡. 즉, 눈에 보이지는 않았어도 사루만 또한 그 장면에서 나름대로 사우론에게 맞서고 있었다 볼 수도 있다.
  29. [29] 사우론이 등장하자 사루만이 그의 위세에 눌리긴 했어도 손을 뻗어 무언가 주문을 외우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었다. 아마도 사우론이 내뿜는 엄청난 위압을 막는 주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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