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확증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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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설명
3. 구분
4. 확대
5. 원인 및 문제점
6. 개선노력
7. 냉전 이후
8. 말말말
9. 관련 문서

1. 개요

Mutually Assured Destruction (MAD)

냉전 당시에 존 폰 노이만이 제안하여 만들어진 용어로, 핵전쟁이 발발해 전쟁이나 전투의 결과에 상관없이 양측 모두 파괴될 것이 확실한 상황에 다다르면 둘 다 죽게 되니깐 서로 죽이지 말자가 된다는 일종의 핵 억제 전략이다. 미·소 핵군비경쟁 초기에 등장했으며 이후 모든 핵전략의 기초가 되었다. 노이만 특유의 센스로 '미쳤다'는 뜻의 영어단어인 MAD와 같은 스펠링을 가지도록 약어를 지었다. 말 그대로 정말 미친 짓이다.

기본적인 개념은 한 발의 핵폭격이라도 맞으면, 상대에게 전력을 다해서 가용한 모든 핵무기를 퍼부어주는 것이다. 이렇게만 보면 그냥 정신나간 물귀신 전략이 아닌가 싶지만, 중요한 것은 이 전략을 상대가 알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애매하게 보복해줄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핵공격을 할 우려가 있는데, 상호확증파괴는 어떠한 경우에도 상대에게 확실한 손해를 안겨줌으로서 서로가 핵공격을 엄두도 못 내게 만들었다. 일단 상대가 이 전략을 구사한다는 걸 인지하면, 핵을 쓰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핵은 전략 옵션에서 아예 제외된다. 인류를 멸망시킬 뻔했던 전략이지만, 반대로 그 덕에 핵전쟁으로부터 인류를 지켜낸 전략이다.

정작 폰 노이만이 창안한 게임 이론에 따르면 상대에 대한 억지력은 확실하지만 상대가 허세라고 받아들일 가능성도 가장 높은 전략이다. 상대가 핵 미사일 한 발 맞았다고 정말 끝장을 보려 들겠냐는 뜻이다. 가령 소련이 극한 상황에 몰려 네바다 주의 핵실험장에 미사일 한 발을 쐈다고 하자. 핵실험장에 쐈으므로 인명피해는 최소화될 것인데 미국이 모스크바를 비롯한 소련 전역에 핵을 퍼부으려 들까? 차라리 시베리아 어딘가에 보복성으로 한두 발 쏘지 않겠냐는 의미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고 정말 서로 끝까지 가지 말란 법은 없다.[1] 무엇보다 핵을 그렇게 우습게 봐서도 안되고. 어디까지나 폰 노이만이 지류를 연 게임 이론에서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의미다.

2. 설명

소련이 쏜 미사일 한방이 (인명 및 재산피해가 최소화되는) 네바다 핵실험장을 겨냥한 것임을 미국측이 정확하게 파악한다면야 굳이 전면 핵보복으로 상호공멸하기보다는 어디 시베리아 한구석에 한두발 쏘아 보복의 적정선을 지키려고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하지만 날아오고 있는 핵이 정확히 어디를 겨냥한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이 핵미사일이 인구가 밀집된 주요 도시 중 하나를 목표로 삼고 있다고 오판할 가능성도 있다.[2]

달랑 한발이니 전면 핵전쟁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도시에 공격을 받는다면 그에 걸맞는 보복을 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미국이 소련의 주요 도시 중 하나에 보복 핵공격을 가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이럴 경우 소련은 자신들이 먼저 쏘긴 했지만 그래도 자기쪽은 사람 없는 핵실험장에 쐈는데 정작 보복은 주요 도시에 당했으니 소련 입장에서는 '과잉보복 당한 데 대한 재보복'을 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다시 미국을 향해 보복 핵공격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보복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섣부른 도발을 막기 위해 자신이 입은 피해보다 약간 큰 규모로 보복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상대의 피해보다 자신의 피해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만큼 이런 식으로 약간씩 얹은 추가보복이 보복의 상승작용을 일으켜[3] 결국 전면전으로 이어진다거나, 여러 차례에 걸친 우발적 핵전쟁위기나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군부 주전파의 스탠드플레이처럼 복잡한 지휘체계 내에서 일어난 오판, 실수나 사고, 일부 구성원의 돌발적인 행동 등으로 인해 상황이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진행되버릴 가능성도 있는 것.

즉, '내가 한방이라도 쏘면 상대는 무조건 가지고 있는 모든 핵무기로 반격해 올 것이다' 라는 전제 자체는 허세일 가능성이 높고 내가 한방만 쏘면 상대도 한방만 되쏠 가능성이 높긴 한데, 상기한 바와 같은 불확실한 요소들 대문에 그 한방이 내 생각보다 훨씬 아픈데 맞는다거나, 랜덤으로 2~100발이 되돌아온다거나 하는 의외의 결말이 나올 가능성도 상당한데다, 여기 걸린 판돈이 제정신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 결국 이 상황에서 그나마 도박성을 줄이고 상황을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머무르게 하는 방법(=그나마 제일 큰 이득을 보거나 손실을 최소화 할 방법)은 최악의 상황(상대의 핵무기 총반격)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가정하고, 그냥 안 쏘는 것뿐이다. 아니면 아예 같이 죽기로 작정하고 한꺼번에 다 쏴버리던가.

냉전기 핵전쟁을 다룬 창작물에서 사고나 실수, 일부 과격파의 망동 등으로 의도치 않게 상대국을 선제 핵공격한 상태에서 상대의 전면 보복 및 이로 인한 인류멸망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자국의 대도시를 직접 핵공격하여 개전 의사가 없음을 상대에게 입증하는 장면이 종종 등장하는 것처럼...[4] 인류 생존이 아슬아슬한 핵균형 위에서 줄타기하던 시절에는 '불확실성'이란 그 자체로 끔찍한 공포였던 것이다.

사실 MAD가 게임 이론에서 파생된 전략이기도 하고.

지구 최후의 날 기계는 이 시스템에서 가정할 수 있는 인적 오류에 의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목적을 지닌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코발트 폭탄 시스템은 이제 망설이고 뭐고 없이 니들이 쏘면 반드시 세계가 멸망한다! 는 사실을 법칙화하여 핵무기 군비경쟁에 의한 예산 압박을 피하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3. 구분

단순히 양쪽 모두 핵을 가졌다고 해서 상호확증파괴의 조건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상호확증파괴의 핵심적인 조건은 양쪽 모두 2차타격능력(second strike capability), 즉 적에게 선제 핵공격을 당하고 살아남은 핵무기로 보복공격을 가하여 적 역시 초토화시킬 수 있는 능력[5]을 갖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많은 핵무기를 갖추거나, 아군의 발사기지를 감추거나, 핵을 맞아도 버틸 수 있게 강화하는 등의 수단이 있다. 결국 핵무기 경쟁으로 미소 양국이 만단위 전력을 갖추고, 정찰위성과 첩보전에 의해 핵기지 위치가 드러난 데다 협정에 의해 서로 미사일 숫자를 제한하자 미국은 위장 핵사일로를 만들다 못 해 미주대륙 전체에 지하 터널을 뚫어 핵미사일이 지하를 이동하여 살아남은 핵사일로에서 발사되는 시스템까지 개발하려 들었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그것까지는 못하고 핵사일로를 바윗덩어리로 덮어 강화하는 것과 스타워즈라 불린 미사일 방어 기술 및 전략원잠으로 대체되었고, 소련은 거기에 휘말려서 막대한 국력을 낭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정밀유도기술 역시 발전했는데, 폭발의 파괴력은 거리의 세제곱근으로 약화되므로 명중률을 2배 높이는 것은 파괴력을 8배 늘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군사학자 조지 프리드먼은 이를 '도끼를 얼마나 정확하게 내리찍는가'라며, 정밀유도병기와 대량살상무기가 동전의 양면이라고 평가했다.[6]

따라서 미국에 비해 소련의 2차타격능력이 완성되지 않았던 냉전 초반이나, 미래에 일정수준 이상의 정밀도를 보장하는 미사일방어시스템이 완성되어 적의 2차타격을 봉쇄할 수 있을 경우 상호확증파괴는 성립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한쪽의 일방적 패배가 확실하여 상호확증파괴와 대조되는 상황을 일방확증파괴(UAD, Unilaterally Assured Destruction)라고 한다.

양극체제 아래서 상호확증파괴가 가해져 균형이 이루어질 때를 전통적인 국제정치학의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비교하여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이라 칭하기도 한다.

상호확증파괴전략은 상대편도 나도 똑같이 서로를 무서워할 때 가능하고... 그 정도로 보복능력이 없는 나라에서는 대신 "내가 죽어도 네가 죽지는 않지만 최소한 돌이킬 수 없는 병신으로 만들어 주마!" 라고 위협전략에 몰두한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냉전 중의 프랑스였다. 프랑스의 핵전력은 소련에 비해 매우 약하므로 만약 소련과 전쟁이 나면 멸망하는 것은 확실하니, 대신 소련의 대도시 한두군데 정도는 확실하게 저승길 동무로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또한 그 계획을 대외적으로 공개했다. 이를 비례억지전략이라고 한다. 해당 문서에 이 비례억지전략에 대한 프랑스의 구상이 자세히 나와 있다. 또 영국 같은 경우는 아예 '그 어떤 상황에서도 모스크바 하나는 확실하게 지도에서 지워버릴 수 있는 핵전력은 꼭 유지한다'라는 소위 모스크바 기준(moscow criteria)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이런 제한적 위협은 MAD의 열화판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깔려 있는 실제 논리는 MAD와는 전혀 다르다. 이런 소규모 핵전력의 가치는 모스크바 같은 대도시 한둘을 날려버리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중인 소련이 그런 피해를 일방적으로만 받고 전쟁을 끝낼 수는 없다는 사실에서 발견할 수 있다. 즉 미국은 온전하게 남아있는데 소련만 모스크바나 레닌그라드 같은 곳이 날아간 채로 있는다면, 보복공격으로 프랑스와 영국을 날려버렸다 한들 전쟁 이후의 세계에서 소련은 미국에게 훨씬 불리하게 된다.[7] 그러므로 이런 경우 소련은 어쩔 수 없이 미국에게 죽빵을 날리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대서양 건너편에 있는 미국이 유럽에서 일어난 전쟁에서 동맹국들을 포기하면서 동맹국을 위한 대 소련 핵보복에 소극적으로 나서는 것[8]을 방지할 수 있다.도미노

즉 이런 전략은 MAD와는 달리, 겨누는 것은 적국이지만 영향을 주고자 하는 것은 우리편인 셈이다. 물론 이런 경우라도 MAD를 구성하는 기본적인 조건은 똑같이 작동하고 있다.

4. 확대

과거 냉전 시절. 미국소련은 둘 다 핵의 어마어마한 위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앞으로 전쟁이 나면 핵전쟁이 분명히 난다고 생각하고 여러 종류의 핵무기를 개발하게 된다.[9]

원래는 핵의 투발 수단이 폭격기 밖에 없었고,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 모두 핵폭격기 개발에 열중했는데, 탄도 미사일 기술의 발달로 초대형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해 발사하면 폭격기와 달리 도중에 요격이 불가능한 완벽한 공격이 가능하게 되었다. 때문에 소련스푸트니크미국에 준 충격이 엄청났고, ICBM과 같은 장거리 전략 미사일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러나 미사일 기지는 필연적으로 대형이며 고정식이 될 수밖에 없어서, 인공위성과 항공기 정찰이 가능해지자 이번에는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가득 싣고 저 멀리 북극 바다 속이나 태평양 깊숙히 숨겨놓는 방법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것이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인 SLBM이며, SLBM은 상호확증파괴로 인한 균형이 붕괴되지 않고 실제로 유지될 수 있게 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지상의 핵기지는 다 때려잡는다고 해도, 바닷속에 숨어 있는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핵미사일을 잡아내는 것은 대단히 난감해서, 냉전 붕괴 후의 영국이나 프랑스와 같이 지상배치 ICBM은 모조리 치워버리고 SLBM 중심으로 핵전력을 재편한[10] 국가도 존재한다.

5. 원인 및 문제점

"We knew the world would not be the same. Few people laughed, few people cried, most people were silent. I remembered the line from the Hindu scripture, the Bhagavad-Gita. Vishnu is trying to persuade the Prince that he should do his duty and to impress him takes on his multi-armed form and says, "Now I am become Death, the destroyer of worlds."[11] I suppose we all thought that, one way or another."

"우리는 세상이 예전과 다르게 나아갈 것이라는 걸 깨달았다. 몇몇은 웃었고, 몇몇은 울었지만, 대다수는 침묵에 잠겼다. 난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기타의 한 구절을 떠올렸다. 비슈누는 왕자가 그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설득하며, 그에게 감명을 주기 위해 여러 팔이 달린 형태를 취하고는 말했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도다."[원문][13] 아마 우리 모두 어떤 식으로든 그것과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wiki style="text-align:right"

트리니티 핵실험이 끝난 뒤 오펜하이머가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를 인용하며 남긴 말. 녹화 영상}}}

이렇게 상호확증파괴에 동원되는 핵무기가 날로 다양해지고 위력이 강화되는 이유는 단순히 핵 자체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특히 전략 핵무기급의 위력이 문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전략 핵무기는 상대편 국가의 전쟁수행능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만든 것으로, 쉽게 말해서 상대편 군대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민간인과 산업시설과 도시 등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원래는 이런 목적으로 사용될 경우 전략핵투발수단은 주요 도시 수십~수백여개를 제압할 정도의 전력만 갖추면 MAD에 의해 상대에 대한 확실한 핵 억지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논자에 따라서는 이정도의 핵전력만 갖추는 것이 방대한 재래식 전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값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대에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이런 전략을 주장하였다.

그러나 핵미사일의 정확도가 향상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즉, 본래 강화콘크리트 구조물 지하에 설치된 핵 미사일로는 핵미사일의 직격 및 지근거리 착탄에 의하지 않으면 파괴하기 어려우므로, 전략 핵미사일의 정확도가 낮을 경우 핵미사일로 상대 핵미사일을 파괴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미사일 정확도가 향상되면서, 기습공격으로 초기에 상대의 핵전력을 대부분 파괴할 경우 상대편은 잔여 핵전력으로 제한적인 피해밖에 끼칠 수 없는 반면 아군은 여전히 남아있는 핵전력으로 상대의 도시 등 인구·산업 밀집지대를 타격할 위협을 가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MAD의 결론과는 달리 핵전쟁에 승리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미·소 양국은 단순히 상대 국가를 확증파괴할 정도의 핵전력만 보유하는 것을 넘어서, 상대의 핵전력을 초기에 기습제압할 수 있을 정도의 핵전력, 혹은 상대의 기습공격을 허용하고도 상대를 확증파괴하기에 충분한 핵전력이 잔존할 정도의 핵전력을 추구하기 시작했다.[14] 이러한 전략목표는 당연히 상대의 핵전력에 의해 결정되는 가변적이고 (궁극적으로는) 재귀적인 목표이므로, 이때부터 미·소 양국은 극단적인 핵전력 경쟁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SALT(전략무기제한협정)가 이루어질 무렵에는, 양국은 수백 킬로톤~수 메가톤에 이르는 핵탄두를 서로에게 각각 1~2만발 가량씩 투발할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전략핵투발수단만 센 것.

한편 MAD의 또다른 문제점은 대응의 유연성이 결여되어있다는 점이었다. 즉, MAD에 따른 전략핵전력은 자국을 도발하는 적국을 멸망시키려는 위협을 하기 위해 존재하므로, 실제 군사적 위협이 가해질 경우 상대국에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만약 적의 군사적 위협이 국운을 건 전면전이 아니라 국지적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제한전일 경우, 확증파괴전략에 의해 대응하기는 매우 까다로운데, 특히 상대국이 마찬가지의 핵전력을 갖추고 있어 MAD를 성립시킬 수 있을 때 더욱 그러하다. 그러므로 만약 서로 MAD에 의해 핵균형을 이룬 상태에서 재래식 전쟁이 발생하면, 정작 핵무기들은 상대편의 핵무기와 대치한 채로 전쟁 억지력에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전쟁은 멸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며 전쟁 이후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기 두 가지 이유로 전략 핵전력의 MAD 위협에 의한 힘의 균형은 실제로는 극도로 불안한 상태였으며, 양국은 MAD라는 가정을 떠나 차츰 유연반응전략(상대의 공격 수위에 따라 아군의 보복공격 수위를 결정함) 등을 고려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심지어 유연반응전략 하에서도 여전히 보복의 에스컬레이션(상대에게 받은 것에 조금씩 더 얹어서 보복하기)을 통해 언제든지 MAD로 결말이 날 가능성은 충분했다.

6. 개선노력

그래서 맥나마라[15]는 처음 아이젠하워의 "모든 핵무기를 모든 공산주의 국가에 동시에 퍼붓는다."는 생각에 반대했으나,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유연한 대응 그딴 거 없고 그냥 같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얻어 아이젠하워 독트린으로 회귀했다.(출처 : 냉전의 역사)

그러나, 일단 상호확증파괴가 실제로 동작하면 승자없이 모두 망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우발적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대국간에 핫라인을 개설하고, 핵전쟁이 벌어지더라도 인류 문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핵무기 자체도 여러번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상호확증파괴 전략은 로널드 레이건 때 "적국의 핵무기를 다 방어하면 나만 핵으로 때릴 수 있다"는 SDI로 상호확증파괴를 벗어나려 했지만 프로젝트 현실화를 위해서는 그 천조국조차 만들기 불가능한 초병기들이 필요했다. 결국 SDI는 냉전이 종식될 때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일부만이 살아남아 MD로 이어지게 된다.

상호확증파괴와 냉전 상황은 국제정치학에서 안보개념에 대한 문제의식을 이끌어냈고, 구성주의 패러다임에서 논하는 상호안보의 틀에 의해서 직접적으로 비판받게 된다. 상호안보 개념에 의하면 홉스적인 각자도생으로 안보문제에 접근하면 필연적으로 군비경쟁의 안보딜레마를 가져오며, 진정한 안보는 관계를 통해서만 보장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상기한 핵감축 노력 등과 맥이 닿아 있다.

7. 냉전 이후

전략 핵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ABM(Anti-Ballistic Missile)은 모든 핵전략의 기초이자 궁극인 MAD를 회피할 수단을 제공하므로 미국과 소련 양국은 ABM조약을 체결하여 이러한 수단의 배치를 제한하도록 했다. MD는 이 조약에 정면으로 반하는 무기 체계이기 때문에 러시아의 큰 반대에 부딪히고 있으며 중국 역시 러시아에 동조하는 상황이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에 비해 국가적 역량과 외교적 영향력이 안습하게 쭈그러들었고, 미국에 대응하는 정치·외교적 레버리지의 상당부분을 소련에게 물려받은 핵전력에 의존하고 있어 핵전력의 무력화를 절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MD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여 핵무기 감축 협상을 거부하고 MD를 뚫을 수 있는 ICBM을 배치하여 상호확증파괴가 가능한 핵전력은 필사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8. 말말말

"눈에는 눈을 고집한다면 모든 세상의 눈이 멀게 될 것입니다."

마하트마 간디

"상호 파괴에 대한 공포가 주요 군사 강국들의 과격한 행동을 억제하고 서로를 존중하도록 강요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9. 관련 문서


  1. [1] 게다가 앞선 예시로 보더라도 보복성 핵에 또 빡쳐서 추가로 보복을 날리고 또 보복을 날리고... 이런 식으로 확증될 가능성도 있다.
  2. [2] 당장 위의 예시로 나왔던 네바다 핵실험장도 네바다주 최대 도시인 라스베이거스에서 100여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장소이다. 소련이 미리 귀띰을 해 줬어도 미국 입장에서는 긴장을 안할 수 가 없고 심지어 그런 것도 없다면 이게 라스베이거스에 날린 미사일인지 핵실험장에 날린 미사일인지 소련에 더 가까운 LA같은 서해안의 대도시에 날린 미사일인지 알 길이 없으니 핵보복을 이미 시작해도 소련은 할말이 없는 상황이 된다.
  3. [3] '에스컬레이션 현상'이라고 부른다.
  4. [4]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서는 핵폭격기를 무를 수 없게 되자, 미국 대통령이 모스코바에 있는 주 소련 미국대사에게 전화를 걸어, "소련에게 우리가 전쟁의도가 없었음을 어필하기 위해 대피하지 말고 모스코바에서 죽어달라"고 부탁한다.
  5. [5] 70년대 중국 대상으로 200여 발이면 충분했다고 한다. 한반도는 북에 5발, 남에 3발로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다고...
  6. [6] 이 사람은 정밀유도무기와 극초고속 무인 운반체 취향이라 핵무기를 정확하게 쏘려고 개발한 기술이 핵무기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든다는 아이러니를 말한 것에 가까웠다.
  7. [7] 1960년대 영화 핵전략사령부가 정확히 이 소재를 다루고 있다. 미국이 실수로 모스크바를 핵으로 날려버리자 미국 대통령이 소련을 달래기 위해 직접 뉴욕을 핵폭격할 것을 명령하는 결말이다.
  8. [8]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에 소련이 핵 쏜 것을 보복핵공격하면 동맹국 때문에 괜히 핵 맞을 위험을 자청하는 격이다.
  9. [9] 그 중 하나가 오로지 핵투발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A-5이다.
  10. [10] 영국은 SLBM을 제외한 모든 지상 / 공중 발사 플랫폼을 치워버렸으며, 프랑스는 ICBM은 모두 퇴역시켰지만 영국과 달리 라팔 / 미라주 2000 / 쉬페르 에탕다르에서 운용하는 ASMP 공대지 크루즈 핵미사일 84발을 아직 보유하고 있다.
  11. [11] "am become"은 현재완료시제의 고어적 표현이다(have + pp에서 have 대신 be가 들어감)
  12. [원문] 12.1 अमी हि त्वां सुरसंघा विशन्ति केचिद्भीताः प्राञ्जलयो गृणन्ति । स्वस्तीत्युक्त्वा महर्षिसिद्धसंघाः स्तुवन्ति त्वां स्तुतिभिः पुष्कलाभिः
  13. [13] 시드 마이어의 문명시리즈에서 핵분열을 연구하면 나오는 대사이기도 하다.
  14. [14] 그 중 하나가 소련이 미국에 충분히 보복을 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아쿨라급이다.
  15. [15] 로버트 S.맥나마라(Robert Strange McNamara). 케네디 대통령 시절의 국방장관을 지낸 인물이다. 그외에 포드 자동차 회사 사장이나 세계은행 총재를 역임하기도 해서, 행정학이나 경제학 등에도 이름이 자주 거론되는 인물.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 군부를 제어하면서 소련과의 우발적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미친짓이었던 노스우즈 작전에도 반대했고, 베트남 전쟁을 반대해서 존슨 행정부와 사이가 나빠진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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