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펜팔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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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2. 사실은?

1. 개요

90년대 말에 PC통신 유머게시판에서 처음 유포되었던 이야기이다. 아래는 원문.

저는 가나에 있는 친구와 펜팔을 합니다.

가나에 있는 친구는 저에게 선물을 보내야 겠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물건을 보내서는 필요 없을수도 있다고 생각했나봅니다.

그래서 돈을 한장(!!)보내왔습니다.

그길로 외환은행에 갔습니다.

은행에서는 그 한장(!!)이 열장이 있어야 10원이 된다고 하는군요...

황당했습니다. ㅡㅡ;;;

어쨋든 선물을 받은 저는 무언가로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3,000원을 보냈습니다.

얼마후........

그 친구에게서.. 답장이 왔습니다.

정말 황당했습니다.. 뭐라고 오신지 아십니까??

.

.

.

.

.

"고마워. 그 돈으로 피아노 샀어 ㅜ.ㅜ "

이런 가나!!

아프리카가 워낙 물가가 싸기 때문에 한국에서 보낸 돈 몇 천원으로 피아노를 살 수 있었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과정에서 나라 이름과 돈 액수가 바뀔 때도 있다.

(이미지 출처)

와전된 것중 하나이며 아예 한술 더 떠서 그랜드 피아노가 되어 있다.

2. 사실은?

사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당장 한국에서 피아노를 살 때 이름없는 마데전자의 디지털 피아노라고 해도 기본적으로 몇십만원 깨지고 디지털이 아닌 어쿠스틱 피아노라면 국내 회사인 영창뮤직이나 삼익악기의 업라이트 피아노라고 해도 최소 백만원 이상은 깨진다. 게다가 스타인웨이앤드선스 등 세계적인 피아노 회사의 그랜드 피아노를 사게될 경우 얼마나 돈이 많이 깨지는지는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이 이야기가 왜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하니, 피아노는 교역재(tradables)라서 아주 못 사는 나라나 잘 사는 나라나 가격 차이가 그렇게 극단적일 수 없다. 오늘날 제조업 생산은 완전히 세계화 되어 사실상 아프리카에서 사는 피아노나 한국에서 사는 피아노나 몇몇 개발도상국(대표적으로 중국, 동남아 등)에서 생산되어서 바다 건너 오는 것이다. 물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선진국일 수록 더 비싸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은 오히려 반대이다. 인프라가 잘 깔린 선진국일수록 유통과정이 더 빠르고 간편하기 때문에 유통비용은 더 적어지게 된다. 아프리카의 인건비는 중국이나 동남아보다 훨씬 낮으니까 거기에서 생산하면 쌀 것 같지만 문제는 공장을 돌리는 데 필요한 건 사람뿐만 아니라 전기, 수도, 가스나 도로, 항만, 공항 등의 인프라가 필수적이며 제도까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즉 인건비가 저렴하다고 당장 거기 가서 물건을 싸게 뽑아낼 수 없다는 얘기. 애초에 아프리카에 가면 그야말로 선진국 기업 입장에선 푼돈으로 부려먹을 수 있는 인력이 넘쳐나는데 대부분의 공장이 그나마 나라 꼴은 어느 정도 갖춘 개도국에 몰리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거기다가 가난한 나라는 기본적으로 서민들이 구입해 사용할 수 있는 물품은 식품이나 아주 기본적인 생필품뿐이고, 그 외의 물품은 상류층의 전유물이기 때문에 가격 뻥튀기도 매우 심해진다. 수요자도 극히 적어 소비자 한명한명에게 많은 돈을 뽑아내야 하는데다가, 자신의 교육이나 여가생활에 후하게 돈을 쓸 수 있는 상류층을 상대하는데 굳이 이런 물건을 싸게 판매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좀만 돈을 모으면 서민들도 피아노를 구입할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서 집에 피아노를 들여놓고 배우거나 연주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소수 상류계층 사람들밖에 없으므로 이런 사람들한테는 좀 비싸게 팔아도 다 팔린다.

만약 정말로 몇 천원으로 아프리카에서 피아노를 살 수 있다면 해외 배송료+현지 군벌한테 주는 뇌물을 더하게 되더라도 한국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싸기 때문에 해외직구를 노릴 사람이 없을리가 없다. 당장 eBay에서 검색해서 '아프리카에 있다는 초저가 피아노'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답이 나온다.

그리고 사족을 덧붙이면, 아프리카에 대한민국 원을 보내면 매우 높은 확률로 휴지조각이 된다. 국내은행의 해외영업지점을 제외하면 해외에서 원화를 환전할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다. 옛날보다는 사정이 많이 나아져서, 요즘은 한국인 관광객이나 교포가 많은 대도시에선 비교적 수월하게 원화 환전이 가능하지만, 한국인이 별로 없는 곳의 소규모 환전소, 특히 비아시아권의 개발도상국에서 원화는 그냥 종이쪼가리에 불과하다. 현재도 이런 상황인데 90년대 말 아프리카 가나에서 원화를 환전할 수 있는 곳이 존재했을리가 없다. 한국 대사관에 가서 직원한테 바꿨을수도

이 이야기가 돌았던 시절에는 해외직구라는 것이 활성화되기 한참 전인데다 아프리카에 대한 편견도 컸기 때문에 이런 낚시에 비교적 낚이기 쉬웠다. 처음 이 도시전설을 유포했던 사람이 낚시를 했거나, 아니면 정말로 이런 편지를 받았다면 아프리카 펜팔이 낚시성 개그를 한 것이다. 식비랑 관련된 이야기가 와전되었거나, 아프리카의 민속악기를 피아노라고 적었거나 할 가능성이 있다지만, 펜팔 항목에도 있다시피 아프리카 펜팔에 사기당한 피해사례가 많기 때문에 아프리카 펜팔의 낚시일 가능성이 더 높다.

만약 사실이라면 싸구려 마데 장난감 피아노를 샀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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