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1. 음악 용어
1.1. 개요
1.2. 역사
1.3. 역할
1.3.1. 지휘자가 필요해?
1.4. 갖춰야 할 기본 스킬들
1.4.1. 기본 음악 이론과 악곡 분석, 관현악법
1.4.2. 지휘법 (바톤 테크닉)
1.4.3. 총보 독법 (스코어 리딩)
1.4.4. 암보
1.4.5. 그 외
1.5. 학파
1.6. 직책에 따른 분류
1.7. 실존 인물
1.8. 가공의 인물
2. 군사 용어
2.1. 대표적인 지휘자 보직

1. 음악 용어

영어: Conductor(절대 Maestro가 아니다!)

독일어: Dirigent

1.1. 개요

이타이 탈감의 TED 강연. 지휘자의 역할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했다.


여러 형태의 합주의 중추

음악가의 한 종류로, 단순히 연주의 시작이나, 템포, 리듬을 통일할 뿐만 아니라, 다이나믹, 아고긱[1], 프레이징을 비롯한 음악적 표현에 필요한 모든 해석을 연주자에게 지시하여, 작품을 재창조하는 연주가. 즉 관현악이나 합창과 같은 집단적 연주에 대해 몸동작을 통해 통일을 시켜 주는 사람을 말한다. 가장 권한이 막강한 만큼 가장 책임과 지식이 필요한 직업으로, 지휘의 대상에는 관현악, 합창, 합주, 오페라, 발레 등이 있다.

1.2. 역사

중세시대에 손으로 선율의 움직임을 지시하는 카이로노미나, 르네상스시기의 탁투스를 메트로놈적으로 나타내는 지휘법의 시대를 거쳐 17, 18세기에는 통주저음을 맡는 쳄발로 주자나 오르가니스트, 뒤이어 콘서트마스터가 지휘자의 역할을 겸임했다. 이때까지는 챔버 오케스트라에 맞춘 곡들이 대다수었기 때문에 이게 가능했다. 챔버 오케스트라 등에서 악장이 몸을 흔들면서 연주를 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런 경우다.

그런데, 이것이 베토벤 때부터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한다. 영웅 교향곡의 규모를 보면 얼추 이해가 될 것이다.[2] 연주하는 사람이 수십명을 넘어 100단위로 오면 다른걸 하면서 그들을 컨트롤하는게 가능이나 하겠는가. 이렇게 평성이 커지면서 앙상블을 맞추기 위해 지휘를 할 사람이 필요했고 이것이 지휘자의 시초였다. 초기의 지휘자는 전문직업이 아니라 작곡가나 연주자인 리더가 그 역할을 맡았다. [3]

초기의 지휘자는 지팡이 같은 나무 막대기로 바닥을 쿵쿵 치며 박자나 신호를 보냈지만 서정적인 음악의 경우 방해가 되고, 지휘자의 발등을 찍을 수 있어 위험했다. 실제로 장 바티스트 륄리는 이 상처로 인해 사망했다. 이러한 방법들은 좋지 않았지만 단순히 손만 흔들기엔 50~100명되는 인원이 보기 힘들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하였다.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사용하는 지휘자가 출현한 것은 19세기 초. 최초의 지휘자 중 한명인 멘델스존이 최초로 지휘봉을 사용한 지휘자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멘델스존이 사용한 지휘봉은 오늘날 사용하는 가는 지휘봉과는 달랐고 두꺼운 나무막대기에 가까운 것이었다.

시간이 흐를 수록 지휘의 테크닉과 역할이 세분화되고, 4~5시간에 이르는 지휘를 하기엔 작곡가의 체력과 운동신경이 받쳐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후 19세기 후반부터 한스 폰 뷜로의 등장으로 직업적인 지휘자가 출현하였으며, 작품의 해석을 중심으로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1.3. 역할

악단에서 곡을 재창조해내서 자신의 곡으로 그것을 연주하는 것

악보를 재해석 한다는 것은 당연히 자신이 그 곡을 통달해야 되고, 어느 협연-악단-오페라 등 어떤 형태로든지 간에, 지휘자의 첫 역할은 악보를 받은 그 순간부터 시작되는데, 받자마자 바로 곡의 형태 분석에 들어간다. 일단 크게 형식분석[4][5]부터 시작해 주제 분석, 화성 분석, 그리고 각 안에서의 세세한 패시지 까지 쭉 분석을 한다.[6] 이렇게 분석을 하면 긴 곡은 분석만 꼬박 일주일 이상이 걸리기도.... 분석 다했으면 이제 암보를 하면 된다. 얼마나 길든지 간에.....[7][8]

이제 악단을 만나서 리허설을 하면, 자신이 써놓은 창조의 패시지를 그대로 단원들에게 주입시킨다. 단원들은 그럼 충실히 따라와주면 끝. 이게 잘 될때까지 연습을, 공연날까지 쭉 하는거다. 물론 지휘자의 열정이나 건강 상태, 곡의 난이도등에 따라 연습이라는 헬게이트가 열릴수도 있다.

여기서 단원이 곡 해석의 다른 방향을 제시하는 순간 바로 갑분싸. 보수적인 지휘자들은 특히나 "닥치고 내말이나 따라라 단원 이 x만이 들아"를 시전하며 그 어떤 의사표현이든 원천봉쇄 해버린다. 이렇게 지휘자만의 곡이 탄생한다. 요즘 나오는 유한 지휘자들은 단원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지휘자가 행여나 독일학파 라면 그땐 진짜로 망했어요.[9] 정말로 악단에서 지휘자의 권력과 역할은 넘사벽이다.

프로 레벨로 갈 수록 지휘자의 말 수가 적어지고 아마추어로 갈 수록 지휘자의 말 수가 많아진다는 얘기도 있다. 프로 오케스트라에선 한참 연주하다가 "좀 더 따뜻한 소리면 좋겠군요." 한 마디에 오케스트라의 음색이 바뀌는 정도. 거기서 더 올라가면 말 없이 손짓과 눈빛 교환만으로도 바뀌는 레벨. 역으로 아마추어 레벨에서는 지휘봉을 잡고 있는 시간보다 입으로 떠드는 시간이 훨씬 길다는 것. 하지만 지휘자의 말수와 오케스트라의 수준은 전혀 관계없다. 멩겔베르크는 단원들에게 일장 연설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카라얀의 경우 자기가 원하는 소리가 나올때까지 단원 한명 한명을 볶으면서 리허설을 했으며, 토스카니니의 경우 음이 틀릴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손목시계를 던져가면서(...)[10] 리허설을 진행했다. 첼리비다케의 경우 대놓고 비꼬면서(...) 리허설을 진행. 즉, 리허설은 완전히 지휘자 스타일인셈. 어떤 지휘자는 대학생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학생들이 똑똑해서 한마디를 해도 프로 오케스트라보다 더 많이 바뀐다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수준도 천차만별이므로 모든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게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현실적으로 현대 프로 오케스트라는 리허설 시간이 짧은 편이라 지휘자의 스타일에 따라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도 시간적 제약 때문에 혹은 단원들의 자존심을 건드릴까봐 이야기를 안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는 상대적으로 연습시간이 많고 단원들이 학생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지휘자가 신변잡기적 이야기를 하면서 연습시간을 때우는 경우도 많다.

부수적인 기능으로 음악 애호가들이 음반이나 실연을 가지고 물어뜯고 놀 거리를 제공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아무튼 뭔가 대놓고 간지도 나고, 권력도 있고 하다보니 일각에서는 대통령, 장군 등과 함께 남자의 로망인 직업 세 가지 중 하나로 불리기도 한다나. 극단적인 남초 하지만 예술계의 직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현실은 시궁창. 국제 콩쿠르를 뚫지 못하면 지휘 기회를 얻기조차 쉽지 않고, 얻는다 해도 객원 지휘에 지나지 않아서 밥벌이가 쉽지 않다. 대개 교회 성가대나 합창단 등을 지휘하며 생계를 유지한다고. 혹은 진짜로 역대급이 되거나....

1.3.1. 지휘자가 필요해?

필요하다.

관심없는 사람들은 지휘자가 왜 필요한지 의아해 하기도 한다. 연주영상 등을 보면 연주자들은 하나같이 지휘자를 전혀 신경쓰지 않는것 같기도 하니까... 그러나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에게 매우 중요한 존재다. 하나의 곡을 해석하고 그 해석에 맞게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조절하는 일이 바로 지휘자의 역할. 똑같은 악보를 보더라도 지휘자마다 해석의 차이가 있으므로, 같은 곡을 같은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더라도 지휘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물은 판이하게 달라질 수 있다. 밑에 나오는 강마에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너희들은 내 악기야! 그러니까 시키는 대로 짖으란 말이야!"라고 한 건 위 서술의 극단이라고 볼 수 있다.

더욱 쉽게 설명하자면 스포츠의 감독과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경기장에 들어가 플레이를 하는 건 선수들이지만 그들을 지휘하고 작전을 세우는 것은 바로 감독. 국제 경기 등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때 누가 욕을 먹는지 생각해보면 지휘자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감이 올 것이다. 여기서는 지휘자가 관객이 박수 치는 것까지 지휘한다.

지휘자의 기본적인 역할은 박자를 주고, 그 박자를 연주하게 하는 것이다. 음악을 연주해본 사람이라면 메트로놈을 기억할 것이다. 메트로놈은 단순히 박자를 주는 것일 뿐이지만, 그 박자에 따라 연주하는 내용에 따라서 수많가지의 곡을 연주할 수 있다. 지휘자의 태생은 메트로놈이지만 현대의 이르러서는 해석을 주로하고 있다.

물론 프로 연주자들의 경우에는 지휘자가 없이도 연주가 어느 정도 가능하고 실제로 일부 챔버 오케스트라의 경우에는 지휘자 없이 연주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필하모닉 또는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도의 규모에서는 지휘자 없는 연주란 매우 어렵다. 수십명의 연주자들이 넓게 펼쳐모여 연주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주자들은 지금 자신들이 연주하고 있는 음악이 관객석에 어떻게 들리고 있을지 파악할 수 없기 때문. 연주자의 귀에는 자신과 자신 주변의 악기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11]

협주곡의 경우, 곡을 해석하는 데에 협연자의 해석이 더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데, 당연히 연습도 협연자의 해석에 맞추어 연습한다. 그러나 협연자와 아무리 열심히 연습하더라도 연주 당일 협연자의 컨디션에 따라 연주가 연습 때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 경우 오케스트라가 달라진 협연자의 연주에 맞추어 조화를 이루는 데에 지휘자가 큰 역할을 하게 된다.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노다메의 데뷔 무대는 비록 조금은 극단적인 상황이지만 좋은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도 정 지휘자의 역할에 의심이 간다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 입단하여 직접 연주회를 준비해 보라. 지휘자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당장 예를 들어보면 모차르트 후기 3대 교향곡 중 하나인 39번 교향곡을 칼뱅이랑 부어를 비교하며 들어보자. 부어쪽이 훨씬 빠르고 경쾌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곡마다 지휘자는 해석이 다르고, 각자의 개성이 넘치게 악단을 이끌어 가서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오죽하면 똑같은 악보는 있을 수 있어도 똑같은 음악은 없다고.

1.4. 갖춰야 할 기본 스킬들

음악의 알파부터 오메가까지 통달해야 된다.

혼자 연주하면 땡인 연주자들과 달리, 지휘자는 여러 연주자나 성악가들을 보듬어 음악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익혀야 하는 것들이 많다. 그 중에서는 음악 외적인 사교성이나 리더십, 행정 감각, 경우에 따라 보신술(...)이나 정치력(...)도 있지만, 음악 내적인 것으로만 따지면 기본적으로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

깔끔하게 정리하면 넘사벽인 이론-최소 악기 2개-사람들과의 관계/통솔력이 필요하다.

1.4.1. 기본 음악 이론과 악곡 분석, 관현악법

물론 지휘자도 실제 연주만 안할 따름이지 음악가이므로, 기본 음악 이론은 당연히 익혀야 한다. 일단 기본 화성악 책만 집에 한 세네개가 싹다 풀려있어야 할 정도로...오히려 연주자들보다 더 많이, 폭넓게 익혀야 한다. 지휘자는 단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단원들도 충분히 교육받은 음악인들이라,[12] 이 부분은 더 세게 저 부분은 좀 더 느리게 등등 각자 선호하는 해석이 있다. 이런 단원들을 설득해 자신의 해석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기본적인 음악 이론을 모른다면 어떻게 될까? 피아노(p)가 뭔지, 4/4박자가 뭔지도 모르고 음악을 지휘한다는 것은 튼튼한 다리가 있다고 K리그에서 축구 선수로 활약할 수 있다는 것 만큼이나 심각한 착각이다.

일반적인 독주곡이나 실내악, 성악곡과 달리 관현악곡은 상당히 다양한 악기가 복잡하게 얽히고설키는 곡인 만큼, 그 음향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요한 악구와 그렇지 않은 악구, 어느 악기나 파트가 부각되거나 보조 역할을 할 지에 대한 판단, 음악이 흘러가는 전체적인 흐름 등을 장악할 수 있는 방법은 악곡 분석 밖에 없다. 물론 고전적인 소나타 형식이나 세도막 형식, 론도 형식에 대한 이해 뿐 아니라 악기 별로 주어지는 세세한 프레이즈, 연주법, 셈여림 등 수많은 변수에 대한 제어도 이 분석 과정 없이는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관현악 지휘자의 경우 관현악법도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분야다. 악기의 음역이나 기본적인 연주법, 음향의 특색, 다른 악기와 어우러지는 조화 등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면 제대로 된 지휘자가 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작곡을 전공하던 사람이 지휘로 방향을 바꿀 경우 이 방면에서는 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1.4.2. 지휘법 (바톤 테크닉)

적어도 초기 낭만 시대까지는 지휘자라는 직책이 전업직이 아니었고, 보통은 연주자나 작곡가가 부업 혹은 겸업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휘법에 대한 이론이 정립되기 힘들었다. 이런 현상은 지휘자라는 직업이 고정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에도 예외는 아니었고, 20세기 들어서도 지금 보면 저게 지휘자인지 발작 중인 환자인지 모를 괴상한 지휘법으로 악단을 이끄는 이들이 꽤 여럿 있었다. 푸르트벵글러라든가 푸르트벵글러라든가

하지만 곡의 구성이 복잡해지면서 챙길 것이 예전보다 더 많아지고 까다로워진 현대에 와서는, 명확한 지휘법을 갖추고 있어야 제대로 된 지휘자로 대접받을 수 있다. 대개 지휘봉을 쥔 오른손으로는 기본 박자를 지시하고, 왼손으로는 셈여림이나 악기의 도입 유도, 프레이즈의 시작과 끝 등을 표현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양손이 같이 노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리고 스트라빈스키봄의 제전 같이 미친듯한 변박크리가 작렬하는 곡의 경우 양손으로도 모자라는 경우까지 있는데, 이 때문에 시선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실제로 아르투르 니키슈 같은 지휘자는 대부분의 지시를 눈으로 줬다고 하며, 심지어 아예 손을 젓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소통이 가능했을 정도라고 한다. 프리츠 라이너의 경우에는 복잡한 박자의 곡을 지휘할 때 박자가 바뀔 때마다 신체 각 부위를 지정해 그 쪽을 강조하면 단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리허설을 진행하기도 했다.

물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처럼 그런거 없고 그냥 두 눈 꼭 감고 고상하게 팔을 움직여 지휘하는 이들도 있었다지만, 그거야 악단을 확실하게 장악할 수 있는 능력과 연륜이 쌓여야 하고 지금도 그러면 '님 카라얀 mk-II 워너비네효?' 라는 소리만 듣게 되니 주의.

지휘봉의 경우에는 합성 섬유, 나무, 금속 등 다양한 재료로 제조되며, 손에 쥐는 끝부분에는 쥐기 편하도록 코르크나 플라스틱, 나무 등으로 둥그렇게 만든 부분이 덧붙는 경우가 많다. 대개 소편성 곡을 지휘할 때는 길이가 짧은 것을, 대편성 곡을 지휘할 때는 긴 것을 사용한다. 규칙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휘봉은 왼손잡이든 오른손잡이든 상관 없이 오른손에 쥐는 것이 보통이다. 다만 작곡가로 유명한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 같이 왼손에 쥐고 지휘하는 왼손잡이 지휘자들도 종종 있다.

지휘봉의 경우 보통 한두 개만 지참하는 지휘자들이 많은데, 한 개 정도 여분으로 더 준비해 지휘자 맨 오른쪽에 착석하는 비올라나 첼로 주자의 보면대에 끼워두고 무대에 오르는 이들도 있다. 지휘 도중 얇은 지휘봉이 보면대 등에 잘못 맞아 부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1978년 9월에 클리블랜드 관현악단을 이끌고 내한했던 로린 마젤이 공연 중 지휘봉을 부러뜨리자, 비올라 차석 주자가 재빨리 여분의 지휘봉을 준비해 마젤에게 건네기도 했다.

또 지휘봉을 쓰지 않는 지휘자들도 20세기 후반 들어 자주 보이고 있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배출된 합창 지휘자들의 경우 이런 경향이 대세고, 관현악단과 협연하는 공연이 아닌 경우 거의 맨손 지휘만 하는 것이 보통이다. 비슷한 맥락인지, 합창단과 관현악단이 협연하는 미사레퀴엠 같은 종교음악의 경우에도 지휘봉을 쓰며 지휘하는 지휘자가 아예 맨손으로 무대에 서서 지휘하기도 한다. 카라얀이나 크리스티안 틸레만 같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관현악 지휘자의 경우에도 소편성인 곡이나 느린 대목에서 지휘봉을 쓰지 않고 맨손으로 지휘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아예 지휘봉을 전혀 쓰지 않고 맨손 지휘만 하는 이들도 있는데,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의 러시아 지휘자 바실리 사포노프의 경우 원래 지휘봉으로 지휘하다가 어느 날 깜빡하고 지휘봉을 놓고 온 바람에 맨손으로 지휘하던 것이 되레 자신의 개성처럼 각인되어 '맨손의 지휘자' 가 되기도 했다.

사포노프 이후로는 레오폴드 스토코프스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게오르크 틴트너, 피에르 불레즈 등이 맨손 지휘자로 이름을 남겼고, 키릴 콘드라신의 경우 활동 초기에는 지휘봉을 쓰다가 중기에 맨손으로, 다시 후기에는 지휘봉으로 지휘했다. 오토 클렘페러의 경우 1950년대까지는 지휘봉을 계속 사용했지만, 이후 화상고혈압 후유증 등으로 건강이 악화되자 활동 후기에는 지휘봉 없이 지휘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일본오자와 세이지도 1990년대 중반 이후로는 지휘봉을 쓰지 않고 맨손으로 지휘하고 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 같은 경우에는 그냥 지휘봉도, 또 맨손도 아닌 이쑤시개(...)를 엄지와 검지에 쥐고 지휘하는 굉장히 독특한 지휘법을 구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1.4.3. 총보 독법 (스코어 리딩)

지휘자가 악기 연주를 겸하지 않는 이상, 무대에서 연주자 역할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사무실에서는 꼭 가까이 해야 할 악기가 있는데, 바로 피아노다. 절대 다수의 음대나 음악원에서 지휘자에게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악기 연주법이 피아노 연주인데, 따로 피아노용으로 편곡된 악보가 아니라 관현악의 모든 파트가 기록된 총보(영어로는 풀 스코어)를 주고 즉석에서 피아노로 연주하도록 하는 것이 이 총보 독법이다.

당연히 수십 종류나 되는 악기를 별도의 편곡 작업 없이 즉석에서 두 손의 연주 만으로 축약해서 들려줘야 하는데, 게다가 콘트라베이스콘트라바순 같이 실제 연주 음보다 한 옥타브 높게 표기된, 반대로 피콜로 같이 한 옥타브 낮게 표기된 악기라든가 악보에 적힌 음과 다른 음이 나오는 클라리넷, 호른, 트럼펫 같은 이조악기, 보통 높은음자리표와 낮은음자리표만 사용되는 피아노 악보에서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 가온음자리표를 쓰는 비올라나 테너 트롬본 같은 악기도 그런 변수를 머릿속에서 제깍제깍 계산해서 피아노로 연주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A옮김 E옮김 같은 옮김 포지션도 음정법과 음자리표법을 이용해 볼 수 있어야 된다.[13]

여기에 오페라 지휘자 같은 경우에는 한 술 더떠서, 아리아 같은 부분의 총보를 주고 관현악 부분을 피아노로 연주하면서 성악부의 노래를 동시에 부르도록 하는 과제가 추가로 주어진다. 물론 위의 관현악곡 총보 독법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적어도 선율과 반주의 구분이 명확한 이탈리아 오페라 류는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겠지만, 바그너슈트라우스, 드뷔시 같이 관현악 파트가 복잡하고 정교하게 구성된 곡이면...욕부터 나온다.

칼 리히터다니엘 바렌보임,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미하일 플레트뇨프, 머레이 페라이어, 정명훈, 김대진 같은 이들 처럼 유명 피아니스트 혹은 건반악기 연주자가 지휘자를 겸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인데, 전업 피아니스트나 피아노 전공자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지휘자들은 기본적으로 일정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과 미국의 성가대 지휘자들 중에도 오르가니스트 출신이 많은 편인데, 대개 성가대 지휘자가 따로 있는 한국과 달리 이 지역 교회나 성당은 지휘자가 성가대의 합창을 리드하는 게 아니라 오르가니스트가 연주하는 반주에 성가대가 연주를 맞추는 식으로 예배를 보기 때문에 오르가니스트가 합창 지휘자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볼프강 자발리슈제임스 레바인, 안토니오 파파노, 데니스 러셀 데이비스 같이 뉴비 시절부터 오페라단이나 오페라극장의 연습 피아니스트로 시작해 오페라 무대에서 구르며 실력과 명성을 쌓은 지휘자들의 경우, 지휘 외에 가곡 반주나 실내악 공연의 피아니스트로도 나름대로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1.4.4. 암보

지휘자에게 총보는 필수요소지만 이걸 아예 머릿속으로 몽땅, 혹은 기본적인 흐름을 외워서 지휘하는 스킬이다. 단순히 악보 자체를 일일이 외우는 것은 한스 폰 뷜로,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빅토르 데 사바타 같은 캐사기급의 암기력 본좌들 정도만 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암보 능력은 우선 악곡 분석과 총보 독법 스킬을 통해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추려 도표화하거나 자신만의 특수 기호 등을 만들어 외우는 등의 야매기술로 습득할 수 있다.

암보에 능숙해지면 단순명쾌한 고전 시대의 곡들 뿐 아니라 복잡한 구성과 음향을 가진 후기 낭만~현대곡까지 악보 없이 지휘할 수 있다. 물론 지휘자에 따라서는 암보라는 것이 기억력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 능력이 떨어질 경우 악단에 대한 통제력을 놓칠 수 있다고 여겨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토스카니니의 경우 1954년 4월에 열린 바그너 음악회에서 오페라 《탄호이저》 중에 나오는 바카날 지휘 도중 일시적 기억 장애로 외운 악보를 잊어버리고 멍때리고 있다가 연주가 잠시 엉망이 된 사고를 냈고, 그 날로 더 이상 공개 무대에 서지 않고 은퇴해 버렸다. 이 때문인지 후배인 조지 숄티 같은 경우 모든 곡을 지휘할 때 반드시 총보를 지참하고 무대에 섰다. 토스카니니보다 좀 어리기는 했지만 1960년대까지 활동했던 원로급 지휘자 한스 크나퍼츠부슈도 마찬가지로 모든 연주곡의 총보를 보며 지휘했는데, 어느 기자가 왜 그러는 지 이유를 묻자 "난 악보를 읽을 줄 아니까."라고 답했다고 한다. 비슷한 연배의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도 암보 지휘를 하기는 했지만, 공연의 모든 곡을 암보로 지휘하는 것은 그저 암기력 과시용 허세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콩쿠르를 통해서든 음대나 음악원을 통해서든, 현재 양성되는 지휘자들은 기본적으로 암보하는 법을 익힐 수밖에 없다. 반드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암보 자체가 '악보 없이도 나는 곡을 다 이해할 수 있다' 는 일종의 후까시과시 행위로 여겨지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휘자 밑에서 연주하는 단원들의 입장에서도 '아, 저 지휘자는 악보를 외울 정도로 곡에 통달해 있구나' 는 식으로 일종의 신뢰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심리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대개의 지휘자들은 관현악만이 연주하는 서곡이나 교향곡, 교향시 같은 작품에서는 암보로 지휘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관현악단이 독주자나 독창자와 협연한다는 개념의 협주곡이나 아리아, 합창단(과 독창자)이 수반되는 합창곡이나 오페라 같은 경우에는 대부분 총보를 보면서 지휘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모든 파트가 다 기록된 총보가 아닌 축약형 총보를 사용해 악보 넘길 횟수를 줄이는 지휘자도 있다. 그리고 본 공연이 아닌 리허설 때는 모든 곡을 연습할 때 총보를 지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4.5. 그 외

마법 연습하기 딱 좋다

악기 연주 스킬이나 작/편곡 스킬도 필수는 아니지만, 있으면 좋다. 가끔 깜짝쇼 식으로 지휘자가 악기를 연주하면서 악단을 이끌면 지휘대에서 보여준 것과 다른 의미의 쇼맨십을 발휘할 수도 있고, 또 여러 악기에 대한 연주법을 익히면 그 악기들에 대한 실질적인 이해도를 증진시켜 해당 악기의 연주자들을 더 효과적으로 갈구면서 리허설을 진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휘자는 수많은 악기들의 어우러진 음 사이에서 어느 부분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알아야하므로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여러 종류의 악기에 숙련도가 높아야 한다.

실제로 지휘자라는 직업이 제대로 정립되기 이전이었던 19세기 중반의 독일에는 관현악단에서 연주하는 거의 모든 악기의 연주법을 익혀야 하는 슈타트파이퍼(Stadtpfeiffer)라는 5년제 수업 과정이 있었고, 대부분의 지휘자는 이 과정을 이수해야 했다. 지금도 이 정도는 아니지만 관현악단에서 연주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 지휘자로 전직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는데, 연주자로서 관현악 활동을 했다는 경험이 뒷받침되어 지휘 경력에도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취주악단 지휘자들의 경우 대부분 관악기나 타악기 연주자였다가 전직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특히 군악대 지휘자의 경우 악단원부터 시작해서 지휘와 작곡/편곡을 배우고 부임하는 것이 거의 기본이 되어 있다. 군악대 뿐 아니라 학교 동아리 같은 아마추어 취주악단의 경우에도 일반 공연 외에 야외에서 행진하며 공연하는 마칭밴드 역할도 하기 때문에, 단원으로서 참가해보지 않았다면 지휘자로서 마칭 공연을 제대로 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건반악기를 제외한 악기 연주자였다가 지휘자가 되거나 연주자 겸 지휘자로 투잡을 뛴 유명인들로는 아르투르 니키슈, 샤를 뮌슈, 라파엘 쿠벨릭, 빌리 보스코프스키, 클라우스 텐슈테트, 네빌 매리너, 로린 마젤, 구스타보 두다멜, 앨런 길버트(이상 바이올린), 프란츠 콘비츠니, 바츨라프 노이만, 만프레드 호네크(이상 비올라),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존 바비롤리,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장한나(이상 첼로), 세르게이 쿠세비츠키, 주빈 메타(이상 콘트라베이스), 파트릭 갈루아(플루트), 루돌프 켐페, 바츨라프 스메타첵, 하인츠 홀리거(오보에), 콜린 데이비스, 오스모 반스카(이상 클라리넷), 제러드 슈워츠(트럼펫), 실뱅 캉브를랭, 크리스티안 린트베리(트롬본), 사이먼 래틀(타악기) 등이 있다.

성악가 역시 지휘자로 전직하거나 투잡을 뛰는 경우도 있는데, 대개 전공을 살려 합창 지휘자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개중에는 관현악 지휘자로 가는 경우도 있다. 페터 슈라이어는 합창 지휘자로,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호세 쿠라, 나탈리 스튀츠망은 관현악 지휘자로, 플라시도 도밍고는 오페라/관현악 지휘자로 활동했거나 활동하고 있다.

악곡 분석이나 관현악법 같은 분야도 작곡/편곡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몇몇 지휘자들의 경우 부업으로 작곡 활동을 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심지어 작곡과 지휘를 같은 비중으로 놓고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경우 흔히 상당히 큰 비용 부담 문제 때문에 연주하기 쉽지 않은 자작 관현악곡을 한결 쉽게 무대에 올릴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물론 단원과 행정 직원들을 잘 구슬러야 겠지만

작곡까지는 아니더라도 편곡도 할 수 있으면 꽤 쏠쏠한 스킬인데, 대중적인 음악회에서 가요라든가 뮤지컬 넘버를 관현악 반주 혹은 관현악 메들리로 편곡해 올리거나 앙코르를 직접 편곡한 곡으로 선곡해 소개할 수 있다. 윗 동네에서는 뽀글이가 아예 지휘자를 피아노 연주도 되고 작편곡 실력도 되는 인물로 뽑는 것이 좋다고 친히 '교시' 를 내려주는 바람에, 웬만한 지휘자들이 1인 3역을 할 수 있는 엘리트로 뽑힌다고 한다(...). 그래봤자 해외 공연할 기회가 거의 없으니 모두 국내용일 뿐이라는 게 함정

1.5. 학파

어느 학문이나 연구하면 할수록 갈라지는 만큼, 당연히 지휘자 마다 다르게 연주하는 만큼, 배우는 큰 틀또 다 다른 학파들이 있다. 그중 대표적으로 3개의 학파를 꼽자면:

  • 독일 학파는 가장 유명한 학파이자 가장 보수적인 학파이다. 이 학파에 가장 대표적인 주자론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되시겠다. 또한 빌헬름 푸르트벵글러도 이쪽라인의 본좌중 본좌다. 주로 독일-오스트리아 같은 쪽에서 커리큘럼을 수강하면 이같은 특징이 나타나는데, 얼마나 보수적이던지 지휘 도형을 개조하는 기계가 있을 정도다.[14] 연주 색깔도 굉장히 고전주의이고 작곡자의 악보에 있는 기본적인 패시지만을 아주 충실히 따른다. 보통 남성적이고 살짝은 딱딱해서, 감정이 안 실려있다고 까이기도 한다.
  • 러시아 학파는 독일 학파에 버금갈 정도로 큰 학파다. 대부분의 러시아 지휘자들이 이곳 학파에 속하며, 또한 러시아에서 커리큘럼을 고려하면 역시 여기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옛날부터 러시아는 민족적인 색깔이 강했고, 이는 지휘에서도 묻어나오는데 이쑤시게 지휘봉은 그들의 시그니처. 굉장히 웅장하고 강렬하게 지휘한다.
  • 이태리 학파도 역시 큰 학파중 하나로, 대표적인 지휘자는 클라우디오 아바도. 옛날부터 오페라가 발달했고 예술의 종합지인 만큼, 굉장히 여리고 여성적이며 아름다운 선율을 가지고 있다. 또한 도형이 대게 독특한 유형을 쓰는데, 지휘를 할때 원을 그리는 것도 나름 특징이라면 특징.

물론 지휘자 마다 스타일이 다 다르다.

1.6. 직책에 따른 분류

유럽이나 미국 같이 클래식 음악 역사가 수백 년 가까이 되는 곳에서는 지휘자도 여러 직책으로 분류되는데, 특히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오페라극장이나 발레단 같은 경우 지휘자 등급이 상당히 세분화되어 있다.

  • 코레페티토어 (Korrepetitor/Korrepetitorin): 성악가나 합창단, 발레단 연습 때 관현악 대신 피아노로 반주하는 연습 피아니스트. 엄밀히 따지면 지휘자는 아니지만, 갓 음대나 음악원을 졸업한 뉴비 지휘자 지망생들이 오페라/발레 지휘자로서 경력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가는 포지션이므로 입문 단계에 속한다. 이 기간 동안 성악진의 앙상블을 미리 다듬고 가수들의 딕션과 호흡, 프레이징 등을 상임 직책 지휘자들의 의향에 맞게 세세하게 체크하는 역할도 한다. 발레 코레페티토어의 경우 초벌 안무에 적합한 템포를 택해 반주하며 무용수들의 춤을 미리 연습시킨다. 이 때문에 피아노 반주자의 역할 뿐 아니라 공연하는 레퍼토리의 언어, 안무, 음악적 분석에도 숙달되어 있어야 한다.
  • 카펠마이스터 (Kapellmeister/Kapellmeisterin): 악장 혹은 악단장이라는 뜻인데, 코레페티토어에서 올라오거나 코레페티토어를 겸하며 본격적으로 지휘봉을 잡게 되는 단계다. 대개 영어권의 부지휘자(assistant conductor)에 해당하며, 주로 성악진/합창단의 앙상블/합창이나 관현악단의 합주 연습을 담당하고 본 공연 무대에는 거의 올라오지 않는다. 다만 선임자들이 병환 등의 응급 상황으로 출연하지 못하게 될 경우, 혹은 가벼운 오페레타 상연이나 발레 갈라쇼, 성악가들의 리사이틀, 합창단 공연 등 부수적인 공연 등에서 무대에 오르는 경우도 간혹 있다. 한국에서는 단어 자체가 간지가 나기 때문인 지(...) 이 직책을 상임 지휘자처럼 오독해서 경력위조 문제까지 불거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다만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관현악단의 경우 상임 지휘자를 카펠마이스터라고 부르는데, 이는 해당 악단이 라이프치히 오페라극장의 오페라 상연 때 전속 관현악단으로 활동하며 오페라극장 지휘자 등급 체계를 같이 쓰던 시절의 잔재이므로 게반트하우스 카펠마이스터라고 하면 일반적 카펠마이스터보다 훨씬 높은 음악총감독 등급으로 분류된다.
  • 제1카펠마이스터 (Erster Kapellmeister/Erste Kapellmeisterin): 규모가 큰 대도시 오페라극장들의 경우 카펠마이스터도 등급 없는 일반 카펠마이스터부터 1~2 같은 숫자가 붙는 카펠마이스터 지휘자들까지 여러 명이 소속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런 곳에서는 숫자 붙는 카펠마이스터가 일반적 카펠마이스터보다는 더 등급이 높고, 직위에 붙는 숫자가 작을 수록 등급도 올라간다. 대개 영어권의 전임/전속 지휘자(resident conductor)에 해당한다. 성악진이나 무용수, 기악(관현악)의 개별 연습이 끝나면 둘을 어느 정도 합치되도록 다듬는 역할을 주로 하고, 가끔 본격적인 프로덕션의 오페라/발레 공연도 지휘한다. 다만 이 직책도 상임 지휘자라는 직책에는 좀 모자란 위치다.
  • 음악총감독 (Generalmusikdirektor/Generalmusikdirektorin): 약칭 GMD. 여기까지는 올라와야 영어권의 상임 지휘자(chief conductor) 또는 수석 지휘자(principal conductor) 급으로 대접받는다. 오페라/발레 공연의 모든 음악적 과정을 총괄하고 책임지는 직책으로, 코레페티토어의 반주로 성악가들이나 발레단, 합창단을 연습시킬 때부터 무대 장치와 의상까지 다 갖추고 실제 공연처럼 연습하는 드레스 리허설(총연습), 본 공연 무대까지 세세히 관여한다. 다만 짬이 높을 수록(...) 드레스 리허설 이전의 과정은 자신의 밑에 있는 카펠마이스터나 제1카펠마이스터에게 일임하고 드레스 리허설부터 지휘봉을 잡고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코레페티토어~제1카펠마이스터가 현장에서 구르고 있는 동안 음악총감독은 놀고만 있는 건 아니고(...), 주로 연출가나 안무가, 단장, 극장장 등과 공연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놓고 협의하며 디테일을 맞춘다거나 다른 단체에서 객원으로 지휘하거나 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 왕정/제정 시대에는 왕실이나 황실에서 하사하는 궁정 악장(Hofkapellmeister) 같은 더 높은 직책도 있었지만, 군주제가 붕괴된 후에는 사라졌다. 나치 독일 시대에는 요제프 괴벨스의 선전성 휘하 제국 음악국(Reichsmusikkammer)에서 심의해 슈타츠카펠마이스터(Staatskapellmeister. 직역하면 국가 지휘자)라는 최상위 칭호가 주어지기도 했다. 오이겐 요훔,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이 이 칭호를 받았고, 이들은 전후에도 독일 지휘계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연주회 전문 관현악단이나 합창단, 취주악단을 담당하는 지휘자도 비슷한 등급으로 분류할 수 있다.

  • 부지휘자 (assistant conductor): 대개 음대나 음악원에서 지휘 과정을 갓 수료/졸업한 이들이 처음 맡는 직책으로, 주로 공연 전에 리허설 전용 공간에서 초벌 합주 연습을 담당한다. 카펠마이스터와 마찬가지로 본 공연 무대에는 뜸하게 오르는 편이고, 지휘 이론을 배운 지망생이 실전 경험을 쌓는 과정이라 상임 지휘자에게 배우기도 하는 등 직업과 교육이 혼재된 단계에 속한다. 가외벌이 혹은 더 다양한 경험을 위해 아마추어 관현악단들의 공연을 자주 지휘하기도 한다. 20세기 중반까지는 주로 특정 지휘자가 직접 마음에 드는 신인 지휘자를 발탁해 상임 지휘자 직책이 있는 악단의 공연이든 객원 출연 공연이든 일일이 데리고 다니며 연습을 맡기는, 군대로 따지면 따까리전속부관처럼 굴리다가 이후 악단에서 상임 지휘자와 단장의 동의 하에 공식적으로 임명하는 악단 소속 직책으로 바뀌었다. 물론 연공서열 쩌는 한국에서는 부지휘자가 선배 상임 지휘자 뒤치다꺼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 전임/전속 지휘자 (resident conductor/conductor-in-residence): 부지휘자보다는 윗 단계로, 이 단계부터는 물론 합주 연습도 맡지만 공연 무대에도 더 자주 오를 수 있게 된다. 정기연주회 같은 본격적인 공연 보다는 성악가나 독주자의 협연 무대, 가벼운 곡들로 꾸미는 대중 음악회, 현대음악 공연 같은 자잘하거나 특수한 성격의 공연에서 지휘하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 직책은 뉴비 지휘자 전용은 아니고, 악단의 상임 지휘자가 뜻하지 않게 조기 퇴임한 뒤 상임 부재라는 공백 상황을 메꾸기 위해 급히 영입하는 땜빵식 직책이기도 하다. 2017년 현재 서울시립교향악단정명훈의 퇴임 후 신임 상임 지휘자를 물색하는 동안 독일 출신의 중견 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를 전임 지휘자 직책으로 초빙하고 있다.
  • 수석 객원 지휘자 (principal guest conductor): 공연 횟수가 많은 악단들의 경우 악단에 정식 직책이 없는 외부 지휘자도 객원 지휘자로 초빙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객원 지휘자 중 악단과 자주 공연하게 되는, 혹은 자주 공연하기를 바라는 이에게 주는 직책이다. 상임도 비상임도 아닌 어정쩡한 직책인데, 위의 전임/전속 지휘자 항목에 쓴 것처럼 상임 지휘자 부재 시 악단 측에서 공백을 메꾸기 위한 대책이 될 수도 있다. 상술한 서울시향이 슈텐츠와 함께 영입한 스위스 출신의 지휘자 티에리 피셔도 이 직함을 가지고 있다. 또 나이가 많이 들어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이름난 노장 지휘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반대로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고 막 뜨기 시작한 재능있는 신진 지휘자들의 이미지를 활용하기 위해 이 직함을 주고 초빙하는 경우도 많다.
  • 상임/수석 지휘자 (chief conductor/principal conductor): 이 쯤 되면 지휘자가 한 음악 단체의 예술적 대표자로서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직책에 오르게 된다. 부지휘자~수석 객원 지휘자가 공연 연습이나 특수한 경우에만 무대에 오르는 데 반해, 이 직책은 악단의 대표 공연인 정기연주회를 주로 지휘하게 되고 악단 행정진과 함께 단원들의 고용과 해촉, 협연자와 연주 곡목 선정, 객원 지휘자 선정과 초빙, 연주 스케줄 조정 같은 행정 업무에도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 음악 감독/예술 감독 (music director/artistic director): 지휘자가 한 단체에서 가질 수 있는 최상위 직책. 권한과 위치는 상임/수석 지휘자와 비슷해 보이지만, 몇몇 악단에서는 이 직위를 공식적인 수장으로 인정하고 상임/수석 지휘자를 그보다 한 단계 낮은 부수적 직책으로 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여기까지 올라온 지휘자들의 경우 대부분 '음악 감독 겸 상임 지휘자' 혹은 '예술 감독 겸 수석 지휘자'같이 양대 직책을 동시에 포괄하는 공식 직함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지휘자들과 차별화된 폭풍간지를 보여줄 수 있다. 감독이라는 직함 대로 악단의 거의 모든 예술/행정 분야에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인물임을 어필할 수 있다. 다만 행정 분야의 운영에 대해서는 지휘자 외에 단장이나 대표이사 같은 예술 행정 분야의 또 다른 수장과 협의하며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외에 상임 부재 시 임시로 투입되는 음악/예술 고문(musical/artistic advisor), 악단 발전에 큰 공헌을 세우고 퇴임한 지휘자에게 수여되는 명예 음악/예술 감독(honorary music/artistic director), 명예 지휘자(honorary conductor/conductor emeritus), 계관 지휘자(laureate conductor) 같은 직함이 있다.

1.7. 실존 인물

1.8. 가공의 인물

2. 군사 용어

지휘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단위의 부대에 제한적인 지휘권을 가진 간부. 사단장,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은 지휘관이지만 소대장이나 분대장은 지휘자다. 지휘관은 따로 전문적인 지휘관 육성 과정을 거치고[18] 책임 부대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지지만 지휘자는 그정도로 전문화된 지휘권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즉 실제 지휘관의 지휘권 일부를 양도받아 하위 제대에게 행사하는 것. 당연히 진짜 지휘관과 비교시 능력이나 대우, 책임 등 모든 면에서 큰 차이가 난다. 영어로 지휘관은 Commander지만 지휘자는 그냥 Leader다.

2.1. 대표적인 지휘자 보직


  1. [1] Agogik:악보에 없는 패시지를 지휘자가 직접 만들어서 편곡-연주하는 것
  2. [2] 베토벤의 업적 중 하나인 '작곡자가 작곡에만 전념할 수 있게'한 것도 여기에 영향을 줬을 것이다. 작곡자가 계속 지휘봉을 잡아야 했다면 브루크너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3. [3] 당시의 음악가는 작곡, 지휘, 연주를 모두 겸임했고, 그 외의 사람들은 연주를 부업으로 삼았다.
  4. [4] 소나타 형식/론도 형식 등등. 세세하게 들어가면 Two part extended song form 같은 거도 배우는데 그런건 지금 신경쓰지 말자.
  5. [5] 대부분의 지휘자는 하나의 부분을 크게 레터로 나눈다. 레터를 나누는 기준은 형식에서의 변화/주제에서의 변화 등등 많이 있으며 레터 A/B 이런식으로 쭉 간다.근데 알파벳으로 레터를 나누면 나중에 Z까지 써도 모자른 곡들이 있다.
  6. [6] 따라서 같은 곡이라 해도 사람마다 다 다르게 분석하니 지휘자 마다 악보가 다 다르다. 심지어 써놓은 기호조차 다달라서 뭐가뭔지....몇몇 신참내기들은 연륜있는 지휘자에게 가서 극진한 대접 해주며 악보좀 보여달라고 한다고....
  7. [7] 이렇게 지휘자는 처음 악단과 손을 맞출 때 이미 모든 준비가 완벽하게 끝난게 프로다. 그렇지 못하다면 최소한의 암보라도 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첫만남부터 단원들이랑 싸울 것이 뻔하니까.
  8. [8] 실제로 외국의 커리큘럼 과정을 거치면 OT 후에 곡 하나 던저주고 "야 다음시간 이 곡 수업할꺼야." 이 한 마디에 곧바로 학생들은 몇날 며칠 이곡에만 매달린다. 그리고 다음 수업에서 조금 허점 보이면 바로....
  9. [9] 후술하겠지만 독일-오스트리아 계열은 굉장히 엄격한 보수주의 학파로 유명하다.
  10. [10] 실제로 토스카니니의 팬이 손목시계를 선물했을 때 하나는 실제 연주를 위한 고급시계와 리허설을 위한 싸구려 시계 둘을 선물했다는 일화가 있다.
  11. [11] 오케스트라급도 아닌 일반 대중가요에서 조차 가수들이 모니터링용 이어폰을 사용하는 것만 봐도 왜 그런지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12. [12] 어느 정도 알려진 오케스트라에서는 박사과정까지 마친 단원도 있을 수 있다.
  13. [13] 조 옮김 악기는 무수히 많으며 종류도 다 달라서 악기마다 외워야 한다.
  14. [14] 포인트랑 도형의 길이를 cm 단위로 칼같이 맞춰야 한다.
  15. [15] 반역의 이야기 한정, 음악회와 군대의 지휘를 둘다 맡는다...
  16. [16] 휘하 음악대를 지휘하여 음파로 공격을 하며, 극교복 중 연주복-다카포 버전을 비롯한 대부분은 지휘하며 음파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7. [17] 서로 고양이악단을 지휘하려고 싸운다. 제리가 톰의 지휘자 자리를 뺏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18. [18] 평시 기준. 전시나 유사시에는 현지임관으로 지휘관에 임명될 수 있다.

최종 확인 버전:

cc by-nc-sa 2.0 kr

Contents from Namu Wiki

Contact - 미러 (Namu)는 나무 위키의 표가 깨지는게 안타까워 만들어진 사이트입니다. (stat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