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장파장의 오류

1. 개요
2. 설명
3. 일부 피장파장의 오류가 참으로 느껴지는 이유
4. 예시

1. 개요

Tu quoque[1]

Appeal to hypocrisy

논리적 오류/비형식적 오류 중에서도 인신공격의 오류에 들어가는 오류로, 어떤 명제의 행위와 같거나 더 심한 행위를 상대가 한 것을 반대근거로서 내세워 잘못된 명제라고 일축하는 때에 일어난다. 역공격[2]의 오류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고, 직관적으로는 후자가 더 알기 쉽다. 피장파장 문서로 가면 여기로 와서 설명하건대, '피장파장'은 원래 오류와는 상관없이 단순히 서로 낫고 못함이 없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예: "네 처지나 그 사람 처지나 피장파장이다."). 비슷한 뜻으로 '오십보백보', '도긴개긴' 등이 있다.

2. 설명

보통 위와 같은 오류를 저지르는데, 대다수는 이게 논리적으로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거나 부정하는 편이다. 단언컨대 제 아무리 범죄자라 할지라도 어떤 주제 하나만을 놓고 옳은 말을 했다면 논리적으로 옹호받을 수 있다. 유교 영향을 많이 받은 대한민국에서 특히 심하게 저지르고 심지어 논리적 오류인지도 모른다. 사실상 특정 화제인물의 인성 논란 앞에서 일부가 논리적 중립을 지키지 못하고 가장 많이 저지르는 오류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남의 잘못을 지적할 근거는 없다.

피장파장임이 확실해도 오류다. 발화자 본인만이 진술의 참/거짓을 알 수 있는 때와 같은 특수한 상황[5]을 제외하면, 논증의 타당함만이 문제되지 발화자의 지위나 자격은 논증 과정과 무관하다.[6] 논리학적인 맥락에서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랄 수 있다.[7] 가령 살인자가 살인은 나쁘다고 발언해도 그 격률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는 피장파장의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피장파장으로 대응하면 상대방의 주장을 도의적인 측면에서 잠시 봉쇄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논쟁 자체의 내용에는 영향을 줄 수 없다.

한 예시

독일 장교와 마주 앉아 여행을 하고 있는 유대인이 있었다.

유대인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문 뒤 성냥불을 붙이려고 하였다.

그때 독일 장교가 벌떡 일어나 유대인이 입에 문 담배를 낚아채 문 밖으로 내던졌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기차 안에서는 금연이란 것도 모르오?"

"하지만 아직 불도 붙이지 않았습니다만."

"예비 행위도 금지되어 있소."

유대인은 독일 장교의 기세에 눌려 입을 다물었다.

그런 후 얼마나 지났을까, 독일 장교가 가방에서 신문을 꺼내 펼쳐 들자

이번엔 유대인이 그 신문을 낚아채 창 밖으로 버렸다.

"아니 당신, 미쳤소이까? 감히 내 신문을 뺏어서 버리다니!"

"기차 안에서 볼 일을 보는 것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난 그저 신문을 펼쳤을 뿐이란 말이오!"

"예비 행위도 아니 됩니다, 장교님."

탈무드

탈무드는 현재진행형으로 기록되는 것이 특징이기 때문에, 근현대의 글도 적혀있다. 특히 2차 세계 대전 당시에 독일 관련 이야기도 종종 나오는 편인데, 이 일화는 그 하나.

엄밀히 따지면, 위 예화에서는 유태인이 피장파장의 오류에다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저질렀다고 볼 수도 있으나 사실은 일종의 귀류법적 퍼포먼스에 가깝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어디까지나 단순한 윤리적 가정에 근거를 둔 논리학적 오류의 한 부분일 뿐이다. 복잡한 정치적, 윤리적 관점까지 개입되는 때에는 절대적인 원칙으로서 자리잡지는 못한다.

3. 일부 피장파장의 오류가 참으로 느껴지는 이유

그러나 어떤 윤리/도덕 논리에는 피장파장의 오류가 타당하다 간주되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먼저 예문을 보자.

등촌리 마을회관에 회의가 열렸다. 한 안건은 사과 서리에 대한 처벌 조정이다. 개똥이는 이렇게 논증했다.

1. 서리에 대한 처벌은 보통 사과 한 알 당 곤장 20대이다.

2. 곤장 20대면 한 달 동안 남자 구실을 못 하기도 한다.

3. 이는 과한 처벌이다.

4. 따라서 서리에 대한 처벌은 짧은 노역 정도로 감해야 옳다.

등촌리 촌민들은 개똥이의 의견에 동감하며 찬성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이에 사과 과수원을 운영하는 댕구가 응수하였다.

"개똥이 놈 어렸을 때 서리해서 엄청 뚜드려 맞더니만 이제 와서 그러는 겨?"

분위기는 반전되었다. 개똥이는 반론하려 했지만 사람들의 비웃음과 야유로 포기하였다.

역공격의 오류가 주인 예문이다. 개똥이의 논증 과정에 부당한 부분은 없었다 간주하자. 사과 한 알 당 곤장 20대가 과한 처벌임은 납득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댕구의 피장파장의 오류를 이용한 응수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또한 등촌리 촌민의 반응이 타당하다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어째서 이런 일이 생길까?

그 이유는 벌칙에 대한 공리는 어떤 경우에도 확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위 예처럼 서리에 대한 처벌로 곤장 20대인지, 노역인지, 아니면 벌금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사회 구성원들의 지식과 경험에 의해서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처벌수위가 정해질 뿐이다. 공리, 즉 기준이 불명확하므로 외부적인 요인에 따라 논증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니체의 일견 막장스러워 보이는 철학도 도덕 공리의 취약함을 파고든 것이다.

보통 상대방을 논제 합의에 가장 부적합한 사람이라 낙인을 찍으려, 피장파장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댕구가 피장파장의 오류로 개똥이에 대한 흠집내기에 성공했다면, 댕구와 청자는 개똥이가 논쟁에서 승리하여 어떤 이익을 얻으리라 여기게 된다. 현실에서는 여러 방식으로 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러한 의심은 합리적이다. 즉, 등촌리 촌민들은 댕구의 논리가 부당한지 타당한지를 떠나 이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개똥이가 옛날에 서리질을 했다고? 그런 놈이 서리에 대한 처벌을 낮추려 한다니 뭔가 꿍꿍이가 있구만!

개똥이가 순전히 선의에 의해서 저 논증을 했는지, 아니면 어떤 사익을 얻게 되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아주 적은 사익을 얻는대도 의심할만 하다. 가령 게시판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윤리/도덕 논쟁은 어떤 이익을 얻기 위해서 벌어지나? 아주 약간의 도덕적 우위를 확인하려는 데에도 사람들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윤리나 도덕을 다룰 때는 권위있는 인물이나 단체의 판단을 따르려는 속성이 생긴다. 이런 과정 속에 법을 다루는 기관과 그 방식은 점차 복잡성을 띈다. 복잡성으로 말미암아 입법부과 사법부의 권위와 도덕성이 담보되는 것이다. 피장파장의 오류의 문제점은 간단해 보여도, 사실은 오류 증명 과정에 윤리/도덕과 논증의 관계를 설명해야 하므로 어려운 면이 있다. 피장파장에 따른 의심이 아무리 합리적이라도 이와는 무관하게 피장파장의 오류는 항상 오류다. 기술적인 문제로 합의가 중단되거나 논쟁의 우위가 바뀔 뿐이다.

피장파장의 오류는 윤리/도덕과 결부되므로 논쟁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잘 이용하면 논쟁 자체를 멈추는 강력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능숙한 발화자는 피장파장의 오류를 잘 파고들며, 심지어는 오류임을 인지해도 오직 승리를 위해서 이를 이용하기도 한다. 윤리/도덕 논증이 아닌 과학 논증에도 피장파장의 오류를 동원하여 승리할 때가 있다. 나중에 돌아보면 참 어이없게 느껴지겠지만...

정리하면 이렇다.

  • 어떤 피장파장 논리가 참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특정 제재 수단과 관련한 공리가 없기 때문이다.
  • 상황에 따라서 피장파장에 의한 의심은 합리적일 수 있다. 그러나 논증의 참, 거짓과는 무관하다.
  • 피장파장이 참으로 느껴지는 논증 가운데 실은 피장파장이 아닌 것이 있다.

3.1. 보론

한편, 피장파장의 논리를 동원하면서 오류가 없어보이는 논증이 있기도 하다. 그것은 다른 유형의 명제일 가능성이 높다.

프랑스: 터키에서는 아르메니아 학살을 자행했으므로 유럽 연합에 가입시켜서는 안 됩니다.

터키: 그렇게 말한 프랑스에서는 알제리 전쟁 때 학살을 한 적이 있는데?

이 경우, 터키에서 피장파장의 오류를 저지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명제를 터키 입장으로 다르게 쓰면 이렇다.

(숨겨진 전제) EU 가입 거부 조건에 학살 행위가 있다.

(전제) 그러나 알제리 전쟁 때 학살 전적이 있는 프랑스는 EU에 가입하였다.

(결론1) EU의 가입 거부 조건은 일관성이 없다.

(결론2) 따라서 아르메니아 학살을 저지른 터키 역시 EU에 가입할 수 있다.

'확대해석하지 않았는가'라고 반론할 수 있다. 우리가 어떤 명제를 검증하는 때에는 최대한 그 논증이 참이라고 가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8] 이것을 '자비로운 해석의 원칙'이라고 한다. 이 원칙을 거쳐도 오류임이 확실해야 비로소 오류로 인정된다.

다만 보론의 전제는 논리적 오류/형식적 오류에 해당하는 매개념부주연의 오류를 저질렀다.

(전제) 프랑스는 EU 소속국이다.

(숨겨진 전제) EU의 가입 절차를 거치면 EU 회원국이 될 수 있다.

(결론) 그러므로 프랑스에서는 EU의 가입 절차를 거쳤을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는 EEC의 발족국으로 회원 자격이 승계되어 EU 회원국이 된 것이기에, EU의 가입 거부 조건이 도의적으로 신규 가입국에 불공평할 지언정, 일관성과는 하등 관련이 없다. 일관성을 부정하려면 EU 발족 12개국을 제외한 국가의 학살행위가 지적되어야 한다.

보론을 연달아 쓴 이유는 현실의 명제가 어떻게 가지를 치는지 보이기 위함이다. 우리가 어떤 명제를 논하는 때에는 현실과 무관한 이야기를 꾸미는 때가 많다. 현실에서 피장파장의 오류를 검증하는 때에는 이런 일이 자주 생긴다. 이 또한 피장파장 상황에서 오류가 없어보이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피장파장의 오류을 검증하는 때에는 미묘한 부분까지 고려해야한다. 만약에 예외가 쉽게 발견되면 비형식적 오류로 통용되지 않았을 것이다.

3.2. 유체이탈 화법

엄밀히 말해서 모든 유체이탈 화법에 피장파장과 연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상당 부분과 관계가 있다.

간단한 예시를 들자면

이렇게 되면 (실제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니가 할 소리냐!"라고 외치며 센 비판을 한다.

적반하장이랑 맞붙여 놓으면 꽤 재미있어진다.

4. 예시

전두환 노태우는 무죄인데 왜 나는 유죄야!

- 지존파 두목 김기환


  1. [1] 라틴어로 "너 또한"이라는 뜻이다.
  2. [2] 논증과 상관없는 내용으로 발언자를 공격하는 것. 성공하면 대부분은 논점을 일탈한다.
  3. [3] 물론 해당사건과 관련이 없는 약점을 공격하는 때에만 그렇고, 정말 사법권이 없는 사람이 판결을 내리거나, 입법권이 없는 사람이 법안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때에는 이 말이 결정적인 지적이 된다. 특히 "너는 과거에 이러이러한 발언을 했으니 이 명제논증에서 빠져"가 여기 해당한다. 강간범이 강간의 잘못이나 강간 피해자의 슬픔을 분석하고 다루는 것은 사회에서 쉽게 지탄받고 그 과정에서 명제의 올바름보다는 발언자에 대한 공격이 큰 공감을 얻고 주류발언이 되는 것은 너무나 많다. 하지만 참 거짓은 발언자를 배제하고 명제 자체로만 판단해야 한다. 이는 유체이탈 화법도 사실 상당수 여기에 해당한다. 어떤 명제를 제시했는데 그 명제에 관련된 책임을 안 지면 이중잣대 짓을 저지르는 셈이다.
  4. [4] 이는 군중에 호소하는 오류에도 포함될 수 있다.
  5. [5] 피장파장의 오류와의 연관은 느슨하지만 이에 맞는 예시는 이렇다. 한 구난선에서 다 떨어져가는 보급품과 난파자 한 명이 발견되었다. 난파자는 혼자 구난선에 올라가 가까스로 살아남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누군가 그 난파자 혼자 살아남기 위해 다른 난파자를 살해했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증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고, 진실은 난파자만이 안다. 의심자는 난파자의 주장이 참인지 거짓인지 알아내기 위해 난파자가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 평판이 어떠했는지 알아본다. 만약 난파자가 목숨을 걸고 전우들의 목숨을 구한 군인이면 난파자의 주장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나 난파자가 사기 전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난파자의 주장은 약화된다. 물론 귀납적인 결론만이 도출될 뿐, 진실은 여전히 난파자만이 안다.
  6. [6] 현실에서 지위와 자격은 논증 과정에 밀접하게 연관된다. 가령 아동과 성년이 상반된 진술을 하면 보통 성년이 더 믿을만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실제로 법에서는 성년의 증언이 더 믿을 만하다고 받아들인다. 물론 아동의 진술이 법정에서 아예 거부되지는 않으나 진술로서 인정받으려면 성년의 진술보다 훨씬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그럼에도 순수한 단일 명제를 다루는 때에는 현실적인 문제를 걷어내고 지위와 자격은 제외해야 한다. 명제를 학문적으로 다루는 때에는 무균실에서 시료를 다루듯 해야 하는 것이다.
  7. [7] 즉, 누가 봐도 잘못인 객관적인 명백한 잘못이면 그 주장하는 사람이 착하든 나쁘든, 지위 등에 상관없이 그게 잘못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단, 형평성으로는 피장파장 논리를 적용시킬 순 있다. 아래에 서술하였다.
  8. [8] 여기서는 숨겨진 전제

최종 확인 버전:

cc by-nc-sa 2.0 kr

Contents from Namu Wiki

Contact - 미러 (Namu)는 나무 위키의 표가 깨지는게 안타까워 만들어진 사이트입니다. (66.14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