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신료

1. 개요
2. 종류
3. 사용
4. 역사
4.2. 중세: 향신료 전성시대
5. 생소한 외국 향신료와 친해지기
5.1. 기초
6. 일람
7. 대중 매체에서의 등장
8. 관련 문서

1. 개요

香辛料 / spice

향료의 일종으로 글자 그대로는 향기와 매운맛이 있는 재료라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향신료라 불리려면 반드시 부재료로서 음식의 맛과 향을 돋우는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참깨, 고추, 마늘, 등처럼 무엇보다 재료 고유의 독특한 향과 맛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야 한다.

2. 종류

향신료는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한데, 풀, 열매, 종자, 나무껍질 등이 존재한다. 하나의 식물에서 각기 다른 부분이 다른 향신료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서도 풀 계열 향신료의 경우에는 허브나 향초란 명칭으로 불리며 따로 구분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생 허브는 다른 향신료에 비해 맛이 약하고 향 자체도 강하지 않다. 마늘, 와사비는 예외. 이와 관련된 보다 자세한 부분은 허브(식물) 문서를 참조.

'향신료'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고기요리 등 짭짤한 요리에 쓰일 것이란 느낌이 있지만 그렇지 않다. 바닐라, 시나몬 등 달콤한 음식에 들어가는 향료도 향신료의 범주에 포함된다.

소금은 향신료와 그 쓰임새가 매우 유사하나 고유의 독특한 향이 없이 그저 음식에 '짠맛'만을 더하므로 향신료가 아닌 조미료라 불린다. 이러한 구분은 오늘날의 기준이고 과거 중세시대에는 설탕이 향신료의 일종으로 취급되기도 했다. 당시의 설탕은 정제도가 낮은 탓에 당밀의 풍미를 제법 지니고 있는 물건이었다는 점도 있다.

3. 사용

세계적으로 향신료 요리의 발전은 인도와의 교류와 큰 관련이 있다. 고대부터 제일 다양한 종류의 향신료를 요리에 쓰고 다양한 향신료를 타국에 수출한 나라가 바로 인도였다. 인도 못지 않게 다양한 향신료를 쓰는 문화권은 동남아시아, 페르시아 문화권 등이 있는데 모두 인도와 바로 딱 붙어 있는 나라들이다. 그 외 중국도 쓰촨 지역이 향신료가 많이 쓰이는데, 단연 동남아와 인도와 제일 가까운 지역이다. 또 북아프리카와 동아프리카도 이슬람 상인들의 교역을 통해서 인도 유래의 향신료가 다양하게 소개되어 향신료가 다양하게 쓰이는 지역이 되었다. 또 대항해시대에 향신교 교역의 주역이었던 스페인 및 그 식민지였던 라틴 아메리카들도 꽤나 향신료를 쓰는 편. 인도와의 교류가 적었던 지역, 인도와 거리가 먼 지역일수록 사용하는 향신료의 종류가 적거나 토산물류의 향신료가 주로 쓰인다.

오늘날에도 인도, 중동, 아프리카의 요리에는 많은 양의 향신료가 사용된다. 한국도 연교차가 크고 여름이 습한 특성상 요리에 고추와 마늘, 생강 등의 향신료는 필수다. 예를 들어 가정집에서 수육을 삶을 때도, 다른 재료 없이 그저 고기를 맹물에 넣고 끓이기만 한다면 역한 냄새가 남아 있게 된다. 수육을 맛있게 삶는 사람은 이 냄새를 잡기 위해서 마늘이나 생강 같은 각종 향신료를 이용한다. 그래도 향신료의 위상이 와 닿지 않는다면, 한국요리에서 파, 고추와 마늘, 생강이 모두 사라진다고 생각해 보자.

한민족의 경우에도 초창기에는 유목 민족 계통[1]으로 향신료를 많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단군 신화에 등장하는 마늘[2]. 다만, 구체적인 문헌이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정확히 언제부터 어떤 종류의 향신료가 사용되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4. 역사

4.1. 고대

서양은 이미 고대 로마 시절부터 향신료를 적극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했다. 유럽에 유통되는 향신료는 보통 동남아시아에서 생산되어 이후 말이나 낙타에 실려, 육로를 통해 인도를 거쳐 유럽으로 들어왔다. 거리 자체도 엄청났지만 도중에 사고와 천재지변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 상인을 노리는 도적 패거리마저 사방에서 날뛰는 상황이라 이에 따른 위험부담금이 향신료 가격에 더 추가될 수밖에 없었다.[3]

4.2. 중세: 향신료 전성시대

게다가 유럽이 중세 시대로 접어들 때 즈음엔 중동 지방에 이슬람 국가가 성립되어 이런저런 이유로 이슬람과의 교역이 상당 부분 제한돼 버렸고, 그 결과 유럽으로 유입되는 향신료의 양이 급감하게 된다. 이 때 향신료는 인도동남아시아 -> 이슬람 국가 -> 베네치아제노바 -> 유럽의 경로로 유럽에 유입됐다. 중간의 이슬람이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이 수입한 향신료를 자기네가 안 쓸리 없으니 막상 유럽에 도착하는 것은 소수였다. 이 희소성에 추가로 운송비, 위험부담금 등이 얹어지니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은 것. 그에 따라 베네치아 상인과 이집트가 엄청난 이득을 거뒀고, 반대로 유럽에서 유통되는 향신료 값은 더욱 치솟았다.

심지어 당시 이슬람 상인 역시 향신료 가격을 올리기 위해 신비주의 마케팅 전략을 펼쳤다. 이들은 아라비안 나이트 같은 곳에나 나올 법한 기기괴괴한 거짓 이야기를 지어내 향신료가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인양 퍼뜨리고 다녔는데, 예를 들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중략)성경에도 여러 번 등장하는 계피에 대해,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토스는 실론계피를 아랍 지방에 있던 불사조의 둥지에서 발견했다고 적고 있다. 불사조의 둥지는 매우 가파른 곳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갈 수 없었다. 그러나 아랍인들은 놀라운 방법을 찾아냈다. 그들은 죽은 지 얼마 안 된 짐승을 큰 조각으로 잘라 불사조의 둥지 근처에 흩어 놓았다. 불사조들은 둥지에서 내려와 이 고기 조각을 물고 다시 둥지로 갔다. 결국 둥지는 고기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래서 아랍인들은 계피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결국 상술한 바와 같은 지나치게 먼 거리, 독과점의 폐해, 거짓 마케팅 등이 겹치면서 당시 유럽에선 향신료가 엄청난 가격을 자랑하는 귀족만 쓸 수 있는 사치품이자 고급품으로 취급됐다. 덕분에 향신료가 비슷한 부피의 보석과 교환됐을 정도였다 보니 1500년대만 해도 상인들은 원가 대비 수십 배에 달하는 엄청난 이득을 남길 수 있었고 인도로 배를 열 척을 보내서 단 한 척만 살아돌아오더라도 이득이였다. 이런 탓에 유럽에서는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예전부터 유럽 안에서 자생하고 사용해왔던 전통적인 향신료가 재발굴되어 널리 사용되곤 했는데, 그 대표적인 작물이 바로 허브다.

하지만 이런 특수도 한없이 계속되지는 않았다. 대항해시대에 이르러 항해기술이 비약적으로 발달되자 너도 나도 만 있다면 앞뒤 안 가리고 죄다 향신료를 실어 나른 것이다. 이로 인해 전유럽에 대량의 향신료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기 시작, 어느 순간부터는 아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향신료에 대한 신비감이 사라지면서부터는 향신료의 값어치는 이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폭락했다. 이는 대항해시대 온라인에서도 절실히 체감할 수 있다. 아! 덤핑 그만 풀라고! 이 부분은 자국이 포르투갈이라면 일상같이 겪을 수 있다.

사실 반대로 말하자면 대항해시대가 시작된 것도 향신료 덕이 크다. 콜롬버스, 바스코 다 가마 등이 목숨을 걸어가며 항로를 개척하고, 신대륙을 발견한 것도 그 근본적인 목적은 북아프리카계 상인들과 이탈리아계 도시국가들이 독점하던 향신료 교역로를 타파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바스코 다 가마가 말도 안 통하는 인도에 처음 도착했을 때 마침 북아프리카계 상인이 그곳에 있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고 한다.[4][5] 하지만 항로가 개척된 후에도 높은 이윤을 유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나무를 태우는 등의 가격 안정책을 시도했었기 때문에 향신료가 유럽에 대량으로 풀리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했다.

또한 대항해시대가 펼쳐지면서 주식이 보다 발전하게 된다. 상기한대로 항해해서 향신료를 얻는 것은 이득도 상당하지만 위험 또한 상당했고, 시간과 자금의 준비 또한 보통 많이 들어가는게 아니어서 혼자만의 자금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컸고, 때문에 여러 사람들에게서 돈을 모아 그 돈으로 항해를 하고 이득을 분배하는 방식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것. 최초의 주식회사네덜란드 동인도 회사가 생긴 것도 이러한 향신료 무역을 위해 열린 대항해 시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중세 시대 주식이었던 빵이나 밀이나 귀리를 죽처럼 끓인 음식인 오트밀은 현대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맛이 엉망이었기 때문에 향신료나 소금의 존재는 필수적이었다. 참고로 포리지(porridge)는 넓은 의미로 '죽'을 뜻하기도 해서, 그냥 쌀을 말갛게 끓여내는 우리나라 죽도 영어로는 porridge라고 쓴다.

한편 중세 시대의 열악한 위생환경과 발달하지 못한 의료기술 속에서 향신료의 약효가 과장되어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계피생강 등 특유의 향이 강한 향신료들은 방향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특히 흑사병이 만연하던 시기에는 공기로 병이 전염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독기를 몰아낸다고 생각되는 향신료들이 더욱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그런거 없다.

이건 딱히 중세의 이야기만도 아니라서, 병의 원인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근현대에 와서 이야기이다. 대항해시대에 유럽에 전해진 담배가 만병통치약 취급을 받기도 했고, 이게 동양으로 전해지면서 한의학 서적에 담배가 역시 만병통치약처럼 나오기도 한다. 심지어 1970년대에 가난한 집에서는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하면 태반은 기생충 감염이었는데, 구충제 대신에 담배를 입에 물렸던 것이 한국의 모습이었다.[6] 중세전염병이 돌 때를 묘사한 그림을 보면 역병 의사들이 새 부리가 달린 가면을 쓰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 부리부분에 향신료를 넣고 다녔다고 한다.

흔히 고기의 썩은 내를 방지하기 위해 향신료가 유행했다는 말이 나도는데 사실이 아니다. 중세 유럽 귀족층은 식품 위생에 대하여 매우 엄격하였고[7], 향신료 자체가 엄청난 가격을 자랑했기 때문에 단순히 유통기한을 늘리는 용도로만 사용하는 건 어려웠다. 당시 기준으로는 유통기한을 늘리려고 향신료를 사느니 차라리 그 돈으로 새 고기를 더 사는 쪽이 훨씬 이득이다. 후추 한 파운드의 가격이 돼지 한 마리의 가격과 비슷했던 시절이다.

겨울을 앞두고 최소한의 가축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도살한 후 고기를 소금에 절여놓고 먹었고 그 때문에 향신료를 뿌려 풍미를 좋게했다는 낭설도 돌지만 이미 13세기경부터 건초와 축사를 만드는 기술이 확립되어 있었다. 게다가 고기를 소금에 절여 숙성 혹은 발효하는 유럽 음식들, 예컨대 하몽이나 살라미 같은 음식들은 원래 향신료를 쓰지 않는 것이 정석이다. 향과 맛은 발효로 저절로 형성되니 소금만 있으면 되는 저장 식품까지 비싼 향신료를 쓸 리가 없다. 물론 재료가 싸지고 풍부해진 요즘의 소시지나 육류가공품에는 여러 가지 향신료가 들어간다.

또한 중세시대에는 살아 있는 가축을 도시 안에 위치한 푸줏간까지 데려와서 도축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그날 도축된 고기는 바로 도시에서 소비되었다. 요즘의 냉동육, 냉장육보다 더 신선하다오늘날의 학자들은 향신료가 방부제라기보다는 당시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사용되었다는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또한 과거부터 방부제로 주로 사용된 것은 이었다.

설탕은 또 후추와 마찬가지로 고급 조미료였다. 정교하게 세공된 모습으로 왕이나 귀족이 참석하는 자리를 장식하기도 했다. 이런 설탕 장식이 오늘날 웨딩케이크의 기원이 됐다. 설탕은 십자군 전쟁을 통해 중세 유럽으로 널리 전파됐다. 존스홉킨스대학 시드니 민츠 교수(인류학과)는 '설탕과 권력'에서 “영국의 헨리3세는 1226년 윈체스터 시장에게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산 설탕 3파운드(1.4㎏)를 구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기록이 있다”며 “에드워드1세 재위 시절인 1288년에는 왕실의 설탕 소비가 6258파운드(2800㎏)에 이를 정도로 소비가 급증했다”고 적었다. 이집트의 술탄은 1040년 라마단 기간에 7만3300㎏의 설탕을 썼다. 설탕은 부와 권력의 상징이었다.

『설탕의 고향은 뉴기니, 이슬람 거쳐 유럽으로』 中

특히나 귀족의 사치가 극에 달했을 시기엔 주객이 전도되어, 음식의 풍미를 더하기 위해 향신료를 쓰는 게 아니라, 그 비싼 향신료를 이 만큼이나 쓴다는 걸 자랑하기 위해 맛이고 뭐고 없이 그저 무작정 향신료를 마구마구 뿌려대기도 했다. 거의 카레 수준에 가까웠으며 잠시 귀족들의 식탁이 남아시아와 비슷해지는 결과를 낳았다. 재밌는 건 자기 재산만으로는 향신료 값을 감당할 수가 없는 수준이 되다 보니 귀족들이 농노들에게 자유민으로 풀어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향신료가 농노 해방의 일등공신인 셈이다.

일본의 연구가 하네다 마사시가 쓴 책인 '동인도 회사와 아시아의 바다'에서는 향신료가 단순한 사치품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하나의 건강기능식품으로서 받아들여졌다는 것을 지적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사람들이 모든 사물은 건습한열의 네가지 기운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아리스토텔레스4체액설을 신봉해서 몸에 병이 나는 것은 이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건강하고 오래 살려면 그 당시 기준으로는 건습한열에 맞추어 음식을 먹어야 했다. 중세 유럽에서 모든 고기는 찬 성질을 지닌 음식이었고 그와 반대로 향신료는 모두 더운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고 여겨졌다. 따라서 찬 음식인 고기에 더운 기운을 가진 향신료를 뿌리면 밸런스가 맞게 되는 것. 이런 중세 유럽인들의 생각이 근대 의학이 발전하면서 변화하게 되었고 이 시점에서 향신료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이 하네다 마사시의 설명이다.

다만 중세 요리들이 맛도 없이 향신료만 들이부었다는 주장에는 약간의 이견이 있다. 그러한 주장의 근원은 중세 요리책을 통해 실제로 음식들을 복원하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었는데 대부분의 경우 정확한 양이 표기되어 있지 않다. 오늘날로 말하자면 계량화 이전의 한식조리법처럼 간장 약간, 마늘 좀 많이, 소금 한움큼, 이런 식으로. 오늘날의 연구자들은 오히려 아랍이나 터키, 인도의 요리와 비슷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음식은 육류 위주의 식사가 주가 된다거나 빵을 그릇 겸 식기로 쓴다거나 하는 점에서 중세 시대의 식문화와 유사한 점이 많다. 그리고 언뜻 보면 향신료 사용량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지만 맛있는 요리들이다. 물론 그것과 별개로 당시 식문화에 허세과시가 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금도 고급 요리에 그러듯이.

조선시대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이야 신선한 고기가 오면 양념 안하고 소금으로 구워먹는게 당연시되지만, 조선시대에만 해도 이런 양념없는 구이는 방자구이라 하여 하인들이 어쩌다 고기 얻을때 급하게 구워먹는 요리라는 인식이 있었다. 물론 그 시대의 책에서도 아주 신선한 고기라면 양념없이 소금간만으로 구워먹어도 맛있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지금이야 쉽게 구하는 간장, 설탕, , 후추 같은 것은 지금보다 구하기 어려웠던 것이니 그런 것으로 양념하는 고기를 더 높게 평가했던 것이다.

서양에서도 향신료를 통한 자극적인 맛을 결코 못 먹는 게 아니며, 오히려 즐기는 편이다. 다만 고추와 같은 잘 안 쓰는 향신료의 매운 맛,[8] 날파나 날 마늘의 아리고 매운 맛은 서양인들에게 제대로 적응이 안 됐을 뿐이고, 김장 같은 걸 할때도 고추, 마늘을 팍팍 치는 한국과 달리 육류 위주로 향신료를 치며, 주로 익은 요리에 향신료를 치기 때문에 이런 편견이 생긴 것. 사실 서양 요리가 지금처럼 느끼해진 것은 의외로 근세 이후의 일이다.

5. 생소한 외국 향신료와 친해지기

우리가 잘 모르는 독특한 향신료도 요즘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바로 구할 수 있다. 주로 전문 식당에서 독특한 맛을 낼 때 쓰는 재료들, 뒤집어 말하면 이게 있으면 집에서도 식당 맛을 흉내낼 수 있다는 말이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고 싶으면 버스터미널 근처의 아시아마트, 이태원동 등 외국인 거주지역의 외국인 마트도 괜찮다. 하지만 외국인이 가게를 볼 경우가 있으니 적절한 영어회화실력은 필수. 대신 싸면서 양은 푸짐하다. 온라인에서 사기 힘든 물건도 취급하니 적절히 이용하면 좋다.

독특하고 강한 향기로 인해 호불호가 갈린다. 자칫하면 거부반응을 나타내기 쉬울 수 있는 향신료와 친해지려면 우선 생고기를 구울 때 소금과 같이 뿌려서 구워보자. 혹은 향신료와 소금으로 고기를 재우는 방법도 좋다. 잘 쓰면 각종 소스 부럽지 않지만, 소스의 베이스가 향신료일 경우도 많다.

참고로 고기의 종류마다 적절한 향신료가 있는데 예를 들어서 각종 허브는 닭고기를 구울 때 좋고(백리향, 로즈마리 등) 돼지고기세이지, 팔각 등, 쇠고기는 커민, 오레가노 이런 식으로. 정향은 모든 고기 요리에 적절하다. 다만 향이 너무 강하니 양 조절에 주의할 것.

일단 고기에 시험해봤다면 다음 단계로 과일이나 디저트, 심지어 계란의 맛을 낼 때도 요긴하다. 이 경우에는 계피, 생강, 팔각, 올스파이스, 카르다몸, 캐러웨이, 정향 등의 가루를 설탕과 함께 뿌려서 먹어보자, 향의 여운이 웬만한 시중의 디저트 부럽지 않을 것이다. 바닐라도 향신료의 일종이긴 하나 사용 방법이 까다롭기 때문에 에센스 형태의 것이 좋다. 계란의 경우 커민, 파프리카 가루를 소금에 섞어 향신료 소금을 만들어서 삶은 계란에 찍어 먹으면 별미다. 팔각도 의외로 계란과의 궁합이 좋다.[9]

2012년 9월 기준으로 농심그룹에서 미국의 식료품 회사인 맥코믹제 유기농 향신료 시리즈와 그라인더 시리즈도 정식으로 수입해서 판매 한다는 걸 보면 예전보다는 좀더 쉽게 향신료를 사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이것은 통후추나 굵은 소금 등 갈지 않은 원재료를 병에 넣고서 그 병 위에 재료를 원하는 크기로 갈아서 쓸 수 있는 그라인더를 단 향신료병으로 되어 있다.

5.1. 기초

괜히 아무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이것저것 시도할려고 하면 감이 안 잡힌다. 우선은 서양요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요리책이나 영어 실력이 어느정도 된다면 고든 램지, 제이미 올리버 등 유명 요리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등을 참고하면 식재료에 따라 자주 등장하는 향신료와 적정 양의 감을 잡을 수 있으니 참고하는 것도 좋다. 그리고 익숙해져도 굳이 많이 사용할 필요없이 특성에 맞게 활용하면 된다. 보통 통에 보면 무슨 용도라고 쓰여있는데, 굳이 용도를 연관시켜 생각하지 말고 이 향을 썼을 때 어떻게 조화가 될 지 상상해보면 쉽게 쓸 수 있다.

사실 풍미를 결정하는것 맛뿐만 아니라 향도 중요하다. 짠맛, 단맛, 신맛 이런 쪽으로만 접근해서는 복잡 미묘한 느낌을 구현하기에 무척 어렵다.

어느 음식이던 향신료만 잘 활용해도 매우 다양한 맛과 향으로 변한다. 별도로 공식을 따져야 하거나, 시간이나 온도를 치밀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물론 생각하면 결과가 더 좋다.) 요리에 기본만 된다면, 향신료만 잘 써도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낼 수 있다.

향신료는 조미료가 아니다. 맛도 내지만 향을 내는 게 주가 된다. 향신료를 많이 쓰는 서양 음식을 보면 감칠맛보다는 향을 내는 것이 강조된다.

서양에서 잘 쓰이는 지방맛은 향신료를 잘 조합하면 매우 쉽고 간편하게 훌륭해질 수 있다. 참고로 식용유를 쓴다면, 콩기름만은 피하자. 콩기름은 콩비린내 때문에 맛을 크게 해치는 주된 원인 중 하나.

모르면 일단 파슬리로 시도해 본다. 웬만한 음식에서 파슬리는 별로 거부감없이 잘 조화된다. 그냥 장식으로 생각해도 좋고, 약간 진지한 느낌의 풀맛이 나는데 버터 맛(기름 맛)의 느끼함과 잘 조화를 이루어 준다. 파슬리는 좀 많이 써도 향이 너무 강해지지 않는 편이다. 보통 요리 후에 위에 뿌리고, 섞지 않는다.

파슬리 다음은 로즈마리다. 로즈마리도 생각보다 쉽게 잘 어울린다. 그런데 로즈마리는 파슬리와 달리 요리 후가 아니라 요리 중에 뜨거울 때 쓰면 나무 향과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다. 고기류에 좋고, 너무 많이 쓰면 거부감이 들 수 있으니 조절해야 한다.

시나몬. 자주 쓸 일은 없는데, 은근히 쓰인다. 계란 구워먹을 때도 뜨거울 때 아주 조금 뿌리면 좋고, 뭔가 볶아먹거나 국물 혹은 면 요리에도 아주 조금 넣어 섞으면 맛이 곱상해진다. 제빵제과용 향신료로는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메이저급 향신료이다. 대신에 시나몬은 일반적인 요리에는 아주 조금만 써야지, 욕심내서 두 번 톡톡쳤다가는 시나몬 맛밖에 안 난다. 요주의.

칠리 파우더도 은근히 잘 어울린다. 품종이 달라서 한국 고춧가루 맛이 아니라, 정말 깔끔한 매운맛을 내 주는 것들이 있다. 물론, 향신료로 쓰기 때문에 불같이 매운맛을 만들기 위한 용도보다는 매운 맛을 조금 더 조화롭게 맵게 만들거나, 심심한 맛에 생기를 넣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짜장면에 안 어울릴 것 같지만 종종 애용하는 고춧가루 떠올려보면 된다.

그냥 믹스된 것도 좋다. 향신료를 고르다보면, 믹스된 게 있다. 편리하고 맛있게 배합했으니, 굳이 안 고를 이유가 없다. 그냥 집에서 해먹는 용도라면 필수라고 봐야한다.

그리고 향신료 고를 때는 브랜드보다 원산지가 어딘지 볼 필요가 있다. 쉽게 생각해서 해 쨍쨍한 곳에서 자란 향신료가 향이 좋다. 그 차이가 정말 천지 차이다. 동네에서 그냥 아무거나 산다고 샀다가 잘 못 사면 맡아보면 향이 거의 없다. 칸나멜라나 ISFI 고르면 중상 이상은 된다.

6. 일람

앞서 언급했듯이 허브조미료도 포함한다. 그리고 야채처럼 생으로 먹어서 부식처럼 섭취하는 경우도 향신료로 쓰기 위해 일정한 가공을 해서 판매하면 포함한다. 또한 설탕, 조청, 자일리톨, 올리고당 같은 감미료가쓰오부시 같은 동물성 식재료는 엄밀히 말해서는 향신료에 포함될 수 없으니 아래 목록에 추가할 때 주의를 요한다.

7. 대중 매체에서의 등장

  • 각종 요리 프로그램 - 애초에 요리에서 향신료가 들어가지 않으면 맛이 안 난다.
  • 각종 요리 만화들 - 요리왕 비룡, 식극의 소마
  • 늑대와 향신료 - 중세 상거래를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보니 거래 물품으로 향신료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남자 주인공을 상징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 - 멜란지라는 가공의 향신료가 나오는데, 우주를 통틀어도 구하기 힘들어 아주 귀한 대접을 받으며, 오래 섭취하면 건강해지고 불로장생하게 된다. 체질에 따라서는 초능력도 얻게 된다.
  • 드래곤 라자 - 캇셀프라임박하로 냄새를 없앤 고기만 먹는다. 헬턴트 영지 경비대원들이 박하를 채집하려 오밤중에 출동하는 소동이 1장에 나오며, 후치가 가짜 군 보고서를 만들 때에도 헬턴트 경비대를 '민트 채집대원'이라고 언급하며 한 번 더 등장한다.
  • 릴리즈 더 스파이스 - 향신료(스파이스)가 주연들의 초인적인 힘의 근원. 일반적인 향신료가 아니고 이전부터 내려온 비밀 도구인 특수 스파이스를 사용한다. 뇌를 자극시켜 잠시동안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사제간에 같은 종류를 사용하며, 주로 시나몬, 회향, 월계수잎 세 가지가 나온다. 오프닝 시작 장면에도 세 개의 향신료의 영문표기가 나온다(cinnamon, laurel, sweet fennel). 악역인 망량에서는 블랙 페퍼로 추정되는 검은 스파이스를 사용. 자세한 내용은 문서의 해당 문단 참조.
  • 이세계물 - 현실의 식당에서 이세계인들에게 먹을 것을 주는 작품의 경우 대다수의 이세계인들이 귀한 향신료(특히 후추)를 아낌없이 쓴다며 경악하는 장면이 클리셰 수준으로 등장한다.
  • 파워퍼프걸 - 자매를 만든 세가지 재료중 하나로 버터컵에게 가장 많이 들어가있다.
  • 대항해시대 온라인 - 본 게임을 향신료를 빼고는 논할수가 없다. (지금 향신료가 대폭락이야)

8. 관련 문서


  1. [1] 오늘날에 유목민하면 떠올리는 말타는 민족이 아니라 수렵이나 채집을 주로 하는 민족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생각보다 유목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아서 기원전 10세기경에나 오늘날의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최초의 유목민이 나타났고, 동아시아 쪽 문헌에서는 기원전 4세기 경의 기록에서 유목민에 대한 언급이 처음 등장한다. 그래서 고조선 시대의 한국인은 수렵채집민이었다고 할 수 있다.
  2. [2] 단, 진짜 마늘은 아니다. 현재는 마늘이 아니라 달래나 명이 혹은 산초로 추정중이다.
  3. [3] 로마의 보수적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나 작가들은 "고작 후추 같은 향신료를 사겠다고 금과 은이 외국으로 마구 유출되고 있다!"라면서 불평을 터뜨리기도 했다(...)
  4. [4] '어떻게 당신네들이 여기에!'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5. [5] 그러나 바스코 다 가마가 평화적으로 향신료 무역을 한 것은 아니었고, 몰고 간 군함에 실린 대포로 원주민들의 배와 항구를 포격해서 힘으로 위협하여 향신료를 왕창 뜯어냈다. 심지어 이미 인도에서 향신료 무역을 하고 있던 이슬람 상인들이 이슬람 국가의 해군을 불러들여 견제하려 하자, 그들과 해전을 벌인 끝에 모조리 침몰시키는 방법으로 해상 무역권을 장악했다. 원래 16세기까지만 해도 서양에서 나는 물건들은 비서구권에서 별로 인기가 없었고 잘 팔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서양인들은 교역에서 우세한 위치를 차지하려면 부득이하게 자신들이 비서구인들보다 우수한 위치에 있던 무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사정은 19세기 초 영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계속 적자만 쌓이자, 고심 끝에 아편을 팔고 중국이 그것을 막으려 하자 군대를 동원해 중국을 무력으로 위협하여 강제로 시장을 개방시킨 아편전쟁에까지도 계속된다.
  6. [6] 니코틴에는 살충효과가 있어서, 뱃 속의 기생충을 죽이거나 기절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담배연기는 단순히 폐로만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는 식도를 타고내려가는데, 이 식도로 넘어간 담배연기 속의 니코틴이 미약하게나마 살충작용을 한다.
  7. [7] 동로마 제국은 식품 부정에 민감해서 10세기 초에 완성 된 바실리카 법전에 관련한 내용이 실려있었고, 오스만 제국의 경우 상한 고기를 팔거나 빵의 무게를 속이거나 향신료를 거래할 때 먼지나 흙을 섞는 행위를 저지른 악덕상인들을 그의 가게 앞에서 교수형에 처했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8. [8] 실제로 카옌페퍼(cayenne pepper)같은 고추는 유럽 요리에서 은근히 자주 쓰인다. 후추처럼 재료맛을 가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씩 들어갈 뿐.
  9. [9] 아예 '차예단'이라는, 홍차에 팔각 등의 향신료를 넣은 것에 삶은 계란도 있다.
  10. [10] 우조, 라크에 들어간다. 물을 타면 뿌옇게 변하는 성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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